“아니다 싶으면 빨리 포기한다”
사업부 해체에 전문 인력 고통
신규 브랜드 런칭과 영속적 전개에 대한 패션기업의 관점이 달라지고 있다.
‘에이오알’ ‘블랭크5스페이스’ ‘포체’ ‘데카당스’ ‘노티카’는 신규 런칭 한 시즌만에 ‘조기종영’한 브랜드들이다.
신규 런칭 브랜드들의 성장기간을 최소 3년으로 설정하고 초기 투자를 당연하게 여겨왔던 패션기업들이 “아니다 싶으면 초기에 과감하게 포기”하고 있다.
‘에이오알’은 미샤가 캐주얼시장 진출을 위해 김낙기 전무를 수장으로 준비한 야심작중의 하나였지만 컨셉설정과 전개방향 등 ‘적중률’이 떨어진다는 판단아래 전개 포기를 결정했다. 당초보다 런칭을 6개월 연기해 ‘심플&유니크=심플리크’를 컨셉으로 새롭게 기획을 했으나 외부 전문가 설문 등과 자체 분석을 통해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블랭크 5 스페이스’는 클리포드가 별도법인 ‘스탠다드스타’를 통해 새로운 컨셉의 남성복 브랜드로 런칭해 기대를 한 몸에 받았고 유명 백화점내 14개 매장을 개설하는 등 선전했으나 결과는 ‘전개중단’으로 종결지었다. 원인은 독특한 컨셉과 아이덴티티를 유지하려다 보니 초기 투자비용이 기대치를 초과한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동광인터내셔널에서 런칭했던 캐주얼 ‘데카당스’는 지난S/S에 런칭해 명동에 매장까지 내면서 이미지 제고에 나섰지만 한 시즌 만에 접었다.
최근 지엠아이 역시 남성 캐주얼 단품과 피혁잡화까지 토탈코디를 추구했던 ‘포체’를 유통확보가 어려워지자 지속 전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노티카’역시 초기투자 비용을 감당할 수 없었고 대형 빅브랜드 중심의 트래디셔널시장에서 뿌리내리지 못했다.
최근 패션업계는 ‘최대매출 경신’ ‘10월, 11월 런칭이래 최고 매출 기록’등 좋은 소식이 많이 들리지만 사실상 시장 양극화와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탄탄한 이미지와 상품력, 체계적인 온·오프 마케팅이 이뤄지는 경우 소비자들의 신뢰가 집중되지만 갈수록 검증되지 않는 신생 브랜드에게는 넘어야 할 산도 많고 초기투자 비용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오프라인뿐만 아니라 온라인 마켓에서도 가격 경쟁못지 않게 브랜드와 상품력이 검증된 경우만 성장하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어 당분간 섣부른 신규 런칭에 대한 환상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신규 브랜드의 조기중단에 따른 피해자는 새롭게 구성된 사업부에 몸을 담은 패션인들로서 조직 해체에 따른 고통을 겪고 있다.
/이영희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