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대 미술대학이 실기고사를 폐지하기로 했다는 방침이 전해지면서 와우산길이 술렁이고 있다. 문지문화원, 산울림소극장부터 홍대를 지나 극동방송국까지 이어진 학원과 화방, 화구점의 분위기는 다소 침체되어 있다. 학원매물이 급증하고 폐원이 줄 잇고 있는데, 삼성화방 옆 고도미술학원은 의류상설할인매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부동산 관계자는 “미술학원이 빠져나간 빈 매장에 들어설 새로운 업종에 귀추가 주목된다”며 “주차장과 공원이 2012년 완공되면 상권이 더욱 활기를 띨 것으로 예상되며, 소극장 인근 대로변을 접한 상가의 경우 평당 4~5천만 원대로 예년보다 다소 오른 편”이라고 전했다.
창천동삼거리부터 상수역까지 이어지는 와우산길은 1.4km의 4차선 도로를 마주보고 가구점과 미술학원, 화방과 카페가 빼곡하게 들어서 있다. 산울림 소극장 앞 가구거리는 DIY 가구점이 태동된 지역으로 매장이 권리금을 올리며 치고 빠지기를 계속한다. ‘마이퍼니처카페’ 등 컨셉추얼한 주문가구매장이 생겨나 가구 관련 업종이 계속해서 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일대는 유동인구가 많은 편은 아니다. 늦은 오후부터 연대와 이대의 카페와 주점으로부터 유입되는 외국인과 대학생이 드나든다. 낮 시간에는 중고등학생들이 몰려 저가의 분식과 편의점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패션매장을 전개하기에 여의치 않았던 곳임에도 불구하고 최근 이곳에 주목할 만한 매장이 들어서고 있다. 모두 트렌디한 홍대의 20대를 겨냥해 높은 감도와 유니크한 이미지를 내걸었다. 편집매장 ‘에이랜드’ 홍대점은 1층에서 국내 디자이너 남성복 세컨라인과 ‘프레드페리’ ‘A.P.C’ 등 트렌디 캐주얼 의류 및 잡화를 판매하고 2층은 여성 캐주얼과 잡화로 꾸몄다. 그밖에도 주택가 골목 사이에 카페와 주얼리, 스트리트 브랜드 매장이 서서히 영역을 확장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홍대를 지나 극동방송국까지 보세 의류매장과 브랜드 매장이 비교적 활성화 됐다. ‘나이키’ ‘유니클로’ ‘아메리칸어패럴’ 등 글로벌 브랜드와 ‘103’ 등 편집매장의 밝은 외관이 눈에 띈다. 공사 중인 카페베네 옆 건물에는 곧 미용실이 오픈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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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끄레머천다이징 ‘라빠레뜨’ 홍대점 경영본부 E-BIZ 전략팀 최문식 차장
“패션은 이름보다 포장이 중요합니다” ‘라빠레뜨’ 홍대점은 정오에 오픈해 오후 11시까지 영업한다. 보통 10시면 문을 여는 인근 브랜드 매장과는 달리 느긋한 오픈이다. 밤에 더욱 활기를 띠는 홍대상권의 특성상 실구매객이 없는 오전을 비효율 영업시간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보끄레머천다이징(대표 박영배) ‘라빠레뜨’를 기획해 구성한 최문식 차장은 “상권의 체질에 따라 새벽 영업도 불사하겠다”고 말한다.
영업시간뿐만 아니라 인테리어와 분위기도 매장마다 조금씩 다르다. 강한 개성의 고객들이 즐겨 찾는 홍대 매장은 팝아트 감각으로 유니크하게, 트렌디한 신사동 가로수길 매장은 수입 가구와 인테리어 소품으로 빈티지하게 꾸몄다. BI는 같아도 지역별 특색을 살린 인테리어로 상권에 적합한 맞춤 매장을 선보인다는 전략이다.
최문식 차장은 2009년 4월 온라인 편집몰로 출발한 ‘라빠레뜨’를 오프라인으로 실현할 때 E-BIZ 전략팀을 총동원해 매장을 꾸몄다. 각국을 돌면서 조사한 브랜드부터 소품까지 구석구석 손길이 닿았는데, 제품과 문화컨텐츠 개발팀을 별도로 구성해 최 차장의 판단과 결제로 스피디하게 진행할 수 있었다.
그러나 최 차장이 밝히는 ‘라빠레뜨’의 강점은 브랜드 리스트와 상품만은 아니다. 음료반입금지 팻말을 부착하는 대신 커피를 제공하고, 음반과 서적을 판매하며 스토리텔링을 하는 매장 자체의 매력이다.
이 같은 컨셉의 매장이 활기를 띠게 된 것은 소비자들의 구매의식이 달라진데 기인한다. “매장에서 유니섹스 상품을 구입하는 남성고객들의 호응이 높아 남성용 상품도 선보일 방침이다. 일부 한정상품은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완판돼 홍대 앞 고객들도 희소가치가 있는 상품에 비용을 지불할 마인드를 갖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홍대 상권에서도 컨셉만 맞다면 고가 브랜드 상품을 판매할 수 있다.”
대구 동성로, 부산 광복동, 명동 레벨파이브 등 7개점을 오픈한 이 브랜드는 연말까지 15개 유통망을 확보하고, 최근 오픈한 충주 등 중소도시 상권테스트를 거쳐 내년 30~35개점을 오픈할 계획이다.
“늘 두근거리는 마음을 갖고 방문하는 매장을 만들고 싶습니다. 지금의 고객들, 특히 젊은 층에게 중요한 것은 브랜드 네임보다도 아이템의 매력을 최대한으로 끌어낼 수 있는 편집과 포장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