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직시 ‘실사구시형’ 정책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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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가미’에 갇힌 연구기관, 이대로 좋은가

‘상품화 적용 그리고 존경’ 분야를 가릴 것 없이 연구기관에서 일하는 연구원들이 꿈꾸는 키워드가 아닐까. 내가 개발한 공법과 기술이 사람과 제품에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면, 그리고 그 수혜자로부터, 동료로부터,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결과와 과정에서 존경 받는 사람으로 회자된다면.
5일 한국섬유개발연구원 제10대 이사장 취임식에서 신임 박호생 이사장이 연구소 역할과 관련한 결연한 의지를 전할 때 스쳐 지나듯 생각난 말이었다.
범위를 좁혀 섬유산업을 위한 연구기관을 살펴보자. 전국 단위의 한국생산기술연구원에 이어 섬유산지에 한국섬유개발연구원, 한국염색기술연구소, 한국패션산업연구원, 한국섬유기계연구소 등 스트림별 연구기관들이 구색을 잘 맞추고 있다.

본연의 역할 망각한 연구기관
지경부와 지자체들은 스트림별 업종의 기술개발과 신제품개발, 업계 애로기술 타개 등을 위해 지난 12여 년 간 수천억 원의 예산지원을 마다하지 않았다.
2011년 4월 현재. 그 결과는 어떻게 나타났으며 업계의 반응은 어떨까. 결과는 예고된 것이기도 했다.
예산의 쓰임새와 집행항목, 결과에 대한 중요성, 그리고 사업성 등에서 정부와 지자체는 책임을 면할 수 있을까.
이와 같은 결과로 연구기관들은 정부와 지자체가 쳐놓은 올가미(?)에 갇힌 형국이기도 했다. 수천억 원의 예산은 건물 신축, 기계 및 장비도입, 연구원 인건비, 연구개발과제수행, 각종 비용 등으로 쓰여져 나갔다. 정작 기업이 목말라하는 연구기관 본연의 역할은 기막히게도 피해나갔다.
결과는 정직했다. 상품화 적용과 존경과는 거리가 멀 수밖에. 지난해부터 1400여 억 원이 투입되는 수퍼섬유제품 산업화 사업이 시작됐다. 또 올해부터 메디텍스 융합화제품 사업이(1000억 원) 5년간 추진된다.
벌써부터 떠들썩하지만 지난 12년을 되돌아볼 때 이 같은 신규 대형 사업들의 결과에 대한 기대가 가지 않는다. 일찌감치 메디텍스 사업을 겨냥한 기업들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일단 먹고 보자는 ‘정부예산’
예산을 따내기 위한 준비다. 메디텍스의 ‘메’자도 모르고 기반도 없는 일부 기업이 버젓이 간판을 내걸고 정부의 맹점을 파고드는 준비를 마칠 채비다.
그렇다면 대책과 대안을 없는 것일까. 연구기관을 살리고, 기업도 살리고, 집행기관도 살리는 대안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방법이 문제다. 일선에 있는 섬유업계 CEO들이 새로운 아이템개발과 신사업을 구상할 때처럼 집요함과 가치분석(VA), 사후관리, 상품화 전략과 기대치를 따져보면 답은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
내 돈이 아니고 정부 돈이어서 결과는 나중 얘기라는 사고방식과 접근이 문제다. 과제를 통해 예산만 따오면 능력 있는 기업이 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상품화 적용과 존경과는 먼 얘기일 수 밖에 없다.

지경부·산기평·지자체 솔선해야
정부와 지자체들이 지금부터라도 실사구시형 정책을 짜내야 하는 이유가 아닐까. 고급 연구인력들이 R&D과제에 파묻혀 법정 근무시간을 넘어 늦은 밤까지 매달릴 수밖에 없는 현실, 기업지원 사업을 하고 싶어도 시간이 없어 엄두를 못 내는 현실, 이론과 실무를 바탕으로 신제품개발과 애로기술타개에 나서야 하지만 실무를 쌓을 시간적 여유가 없는 현실, 섬유관련 연구기관들이 공통으로 겪는 애로이자 고충이다.
한국섬유개발연구원 박호생 신임이사장이 이 같은 현실을 직시한 의욕을 불태우고 있다. 하지만 지경부, 산기평, 지자체가 먼저 나서 해법을 찾아 나서지 않는 한 결과는 여전히 요원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기업들이 하는 것처럼 일거수일투족이 상품화를 목표로 하는, 연구기관들이 설립 목표인 개발과 연구, 기업지원을 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지극히 당연한 사안이지만 안타깝게도 오히려 과제로 남아 있는 게 오늘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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