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29일부터 31일까지 사흘간 일정으로 시작된 ‘상하이 홈텍스타일 전시회(Intertextile Shanghai Textiles)’는 전세계 27개국에서 1162개 업체가 참가했다. 전시 면적과 참가업체 수가 전년에 비해 10%씩 늘어나는 성황을 이뤘다.
중국 시장의 중요성을 반영하듯 국가관을 개설한 나라도 늘었다. 메세(Messe Frankfurt) 디렉터인 웬디 웬(Wendy Wen)은 “세계 시장에서 상하이 홈텍스타일 전시회의 비중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며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이 신규 국가관을 개설했다”고 밝혔다.
우리도 한국관을 개설했고 독자적으로 참여한 업체들까지 포함해 약 20개 업체가 참가했다.
■ 터키, 인도, 중국 등 강세 터키는 인터내셔널관인 W1관에서도 가장 큰 주목을 받았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정부 지원을 받아 국가관을 개설하고 전시회 기간 중 이채로운 행사를 펼쳐 관람객들을 즐겁게 했다.
터키 업체들은 특히 중국 내수 바이어들을 겨냥해 실크와 비스코스 느낌이 나는 원단을 다채롭게 준비했다.
터키 업체인 아독산(ADOKSAN)에서 마케팅을 담당하는 오캄(Okam)씨는 “터키 업체들은 폴리/비스코스 소재 패브릭에 강점을 갖고 있다”며 “우리 회사는 올해 한국을 포함, 중국, 대만, 싱가포르 등 극동 아시아(far eastern-Asia) 지역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도 역시 홈텍스타일 분야에서 빼놓을 수 없는 전통적 강자다. 인도 업체들 역시 벨벳과 폴리/코튼, 실크 제품을 주력으로 내 놨다.
중국업체들은 주로 E1~7관에 몰려 있었다. 특히 지역별로 업체들이 단체관을 구성한 점이 눈에 띄었다. 워낙 많은 업체들이 참가하다 보니 일반 베이직한 패브릭 아이템과 더불어 아이디어를 가미한 원부자재 업체들도 많았다.
벤딩 머신으로 세계 18개국에 진출한 포레스트(FOREST)社의 커머셜 매니저인 매기 왕(Maggie Wang)은 “홍콩, 베트남, 유럽, 일본 등 세계 18개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며 “한국은 아직 진출하지 않았지만 계속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벤딩머신과 플렉서블(flexible) 프레임을 시연해 전시회 내내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특히 알루미늄으로 만든 프레임은 사람 손으로 쉽게 휘거나(twist) 구부렸다가 다시 원상태로 되돌릴 수 있어 각광 받았다.
유럽도 전년보다 규모를 늘려 참가했다. 벨기에 회사인 로메인(Romain Maes N.V.)社의 티파니 헬린(Tiffany Hellyn) 사장은 “상하이 홈텍스타일의 최대 강점은 바이어들 숫자가 많다는 것”이라며 “신규 바이어 개척은 물론 기존 바이어들과의 유대관계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참여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리스 국가관 이사회 멤버인 타키스 살라스(Takis Salas)는 “아시아 시장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루트를 확보한다는 의미에서 상하이 홈텍스타일 전시회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 글로벌 트렌드 여전히 침구는 코튼이 강세고 커튼지는 벨벳 및 실크 느낌의 화섬 원단이 강세를 보였다. 블라인드는 깔끔한 디자인과 새로운 기능이 가미된 제품이 인기를 끌었다.
8월29일 주최측에서 마련한 ‘트렌트 투어(Trend Tour)’ 발표자로 나선 넬리 로디는(Nelly Rodi) 최근 홈텍스타일 트렌드를 하이테크와 핸드메이드를 합친 ‘mixed-up’, 삶을 바꾸고자 하는 강렬한 욕구(fast-slow, 유행은 빠르게 변화지만 그 속에는 또 다른 반대의 욕구를 가지게 된다는 뜻), 강한 에너지를 주는 밝고 뉴추럴한 색상(bright and neutral colours)으로 요약했다.
여기서는 ‘행복한 느낌(Make it happy)’, ‘자연의 힘(Raw forces)’, ‘칼라 테라피(Colour therapy)’ 등 4개 테마로 꾸민 컨셉트 쇼를 통해 밝은 색깔의 스트라이프와 꽃무늬 침구, 안락함을 주는 소품과 디자인들을 선보였다.
한국패션소재협회 윤영상 부회장은 “컨셉트 쇼에 출품된 총 187개의 소품 중 우리 제품이 43개나 된다”며 “한국 업체의 디자인 실력을 유감없이 보여줬다”고 말했다.
넬리는 “밝은 색을 사용해 사용자들에게 치유(테라피, therapy) 효과를 줄 수 있고 녹색은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휴식의 계기를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전시회에 참가한 업체 관계자들도 올해 중국 내수시장에서 꽃무늬 패턴이 회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에서 10년 넘게 대리점을 운영하고 있다는 이춘애 사장은 “3~4년 전에 유행하다 졌던 트렌드가 다시 뜨고 있다”며 “특히 벨벳 소재와 꽃무늬 커튼을 찾는 고객들이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의 디자인 전문 회사인 닉스(NIX)의 마치코 오무라(Machiko Omura) 사장 역시 “주로 꽃 무늬에서 영감을 얻은 디자인들을 많이 준비했다”고 밝혔다.
■ 한국관(KOREA Pavilion) ‘한국의 향기(Scent of Korea)’를 주제로 국가관을 꾸몄다. 특히 ‘콤비롤’로 유명한 앙상블(Ensemble)과 ‘밍(Ming)’이라는 브랜드로 중국 커튼 시장을 장악한 명종섬유는 바이어들로부터 큰 반향을 일으켰다.
‘콤비롤’은 비싸고 답답한 느낌이 드는 우드 재질에 비해 심플하고 시원한 느낌을 줘 최신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는 블라인드 제품이다. 이 회사 김영백 사장은 “이 제품은 그동안 비싼 가격 때문에 상용화되기 어려웠다”며 “생산하기 까다로운 원단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광폭으로 제직해 다양한 크기의 제품을 만듦으로써 생산 단가를 낮출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 사장에 따르면 콤비롤에 사용되는 원단은 한국에서만 생산이 가능하다. 중국 업체들도 생산을 시도하고 있으나 불량률이 50%를 넘어 사실상 생산이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국내 생산의 경우에도 불량률이 5~10%에 이를 만큼 까다로운 생산 공정으로 유명하다.
실제 같은 제품을 전시한 중국 업체에 가 보니 한국산 제품에 비해 가격이 두 배 가까이 비쌌다. 타이쥬(Taizhou Luqiao Xinhuaxin Windows Decoration CO.,LTD)社에서 마케팅을 담당하는 아나(Anna)씨는 “80cm(가로) X 130cm(세로) 규격 제품이 390위안(약 7만4100원)”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중국에서도 비슷한 제품을 생산하지만 대부분 한국에서 원단을 수입해 만들기 때문에 가격이 비쌀 수 밖에 없다”고 잘라 말했다.
주관 기관인 메세를 통해 직접 참가한 자수만커텐(JASUMAN CURTAIN)도 화려한 자수 제품으로 전시기간 내내 중국 바이어들이 끊이지 않았다. 이 회사는 입체 스팽글을 자수 커튼에 장식하는 특허를 보유해 유사한 제품을 찾기 어려웠다.
정병무 사장은 “2D(평면)로 표현한 제품은 많지만 우리처럼 3D(입체)로 스팽글과 비쥬 효과를 주는 제품은 아직 없다”며 “(이틀 동안) 샘플과 카탈로그를 돈 주고 사간 바이어만 60곳이 넘었다”고 말했다.
■ 이런 점은…개선돼야 한국은 한국패션소재협회 주관으로 국가관을 구성해 첫 참가했다. 그러나 감성이 중요한 홈텍스타일 특성상, 대부분 외국 업체들이 화려한 인테리어와 넓은 면적에 다양한 제품을 전시했으나 우리 업체들은 구색 맞추기에 급급했다는 인상을 줬다.
시장 조사차 참여했다는 모 중견 업체는 제품이 너무 없어 썰렁한 느낌을 줬고 어떤 곳은 홈텍스타일 전시회에 아이디어 의류 제품을 갖고 나온 곳도 있었다. 특히 대구에서 올라온 커튼 업체는 한국에서 파견된 직원은 한 명도 없고 상해 현지 직원만 나와 제대로 된 상담이 이뤄지지 않았다.
정부 지원 예산이 형식에만 그친다는 지적도 나왔다. 자수만커텐의 정병무 사장은 “한국관은 부스가 너무 작고 초라해서 내가 오히려 무안할 지경”이라며 “참가 업체들도 여기 아니면 이 제품은 살 수 없다는 생각이 들도록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패션소재협회 윤영상 부회장은 “첫 참가라 준비가 충실치 않았던 회사가 일부 있었다”며 “전시가 끝나고 옥석을 가려 재제를 가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능력이 없더라도 보고 배워서 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하는 게 정부 지원 방침이라 한정된 예산으로 부스를 잘 꾸미기에는 애로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 알프스(Alps Industries Limited) 산지브 호타(Sanjeev-Hota) 수출부문 사장 “한국, 가격 경쟁력 없으면 10년 안에 망한다”
알프스 인더스트리는 1962년 설립된 업체로 지난해 매출이 2억 달러를 넘어선 인도 섬유산업의 대표주자. 뉴델리에서 90km 떨어진 곳에 원사에서 원단, 염색에 이르는 버티컬 시스템을 구축해 세계 시장에서도 뛰어난 경쟁력을 인정 받고 있다.
-이번 전시회 출품 품목은. ▶ 완제품으로 보자면 폴리/코튼 제품이 인기다. 여기에 실크 제품과 린넨과 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