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대표 황백)이 삼성패션디자인펀드(Samsung Fashion&Design Fund, 이하 SFDF) 일곱 번째 수상자로 디자이너 최유돈과 최철용을 선정했다. 제일모직은 올해 두 명의 수상자에게 각각 창작활동 장려 후원금으로 10만 달러를 수여하고, 제일모직과 SFDF 사무국의 네트워크를 활용한 국내외 홍보, 콜라보레이션 논의 등 각종 지원을 펼칠 방침이다.
SFDF는 세계 각지에서 활약 중인 한국계 신진디자이너를 발굴, 한국패션의 국제적 위상을 제고한다는 취지아래 2005년에 설립된 후원프로그램이다. 2005년부터 총 7회를 개최하면서 두리 정, 리처드 채, 임상아, 스티브J&요니P, 정욱준 등 수상자 14팀에게 수여된 금액은 총 190만 달러에 달한다. 연속 혹은 중복 수상도 가능하나 3회로 제한돼 있다.
여성복 브랜드인 ‘유돈 초이(Eudon Choi)’로 런던을 중심으로 밀라노, 뉴욕 등지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최유돈, 남성복 브랜드인 ‘씨와이 초이(Cy Choi)’로 파리에서 주목받고 있는 최철용이 선정됐다. 이번 수상자들은 각자 패션의 중심 도시에서 컬렉션을 꾸준히 전개하고, 발전 가능성과 디자인 창의성, 비즈니스 역량을 고르게 갖췄다는 평가다.
SFDF는 매년 뉴욕, 파리 등 패션의 중심 도시를 거점으로 국제적인 활동을 벌이고 있는 차세대 한국계 디자이너를 2~3명 선발해 지원하고 있다. 수상자들은 2만5천 달러씩 4회에 걸쳐 한해 총 10만 달러를 후원받게 된다. 기획, 생산, 홍보 및 마케팅 등 사용 내역은 디자이너의 재량에 맡긴다.
매년 6월경 차기 년도 수상자에 대한 접수를 마감해 서류 및 포트폴리오, 면접 전형으로 선정된다. 의류는 물론 액세서리, 잡화, 주얼리 등 패션 관련 디자이너도 참여 가능하다. 독자적인 브랜드를 런칭한 지 5년이 넘지 않는 신인 디자이너라면 응모 횟수에는 제한이 없다. 2012년도 수상자인 최유돈과 최철용도 이번 수상 이전에 각자 3회씩 접수한 바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SFDF 사무국은 글로벌 시장환경에서의 차별화된 이미지를 구축하고, 보다 효율적이고 전문적인 후원과 투자를 할 방침이다. 새롭게 재정비한 로고와 심볼을 공개하고, 내년부터 국내외 대학에서 패션을 전공하는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는 제도로 확대, 시행할 계획을 밝혔다.
제일모직 SFDF 사무국 이무영 팀장은 “해외 패션스쿨에 유학 중인 학생이나 디자인 스쿨 장학 지원 등 상세한 내용은 검토 중”이라며 “일회성 후원금 지급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디자이너의 성장 과정을 충실히 지켜보는 동반자 역할과, 인재양성을 통해 한국패션의 국제적 위상을 확고히 하는 후원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SFDF 수상자 인터뷰]
■ ‘Eudon Choi’ 최유돈
“원맨 비즈니스에 큰 힘 될 것”
2009년 ‘유돈초이(Eudon Choi)’를 런칭해 유럽 및 뉴욕에서 비즈니스를 전개 중이다. 오래된 사진이나 빈티지 남성복에서 받은 영감을 테일러링 테크닉과 남성적인 컷을 활용해 모던하게 재해석한 하이엔드 디자이너 여성복이다.
현재 런던에서 거주하며 작업실을 운영하고 있는데, 신진디자이너 발굴 및 육성 지원 프로그램이 다양한 곳인 만큼 전 세계 신진들이 몰려 경쟁이 매우 뜨거운 곳이다. 해외에서 브랜드를 런칭하고 영국, 이탈리아, 미국의 백화점과 편집매장에서 브랜드를 유통하면서 상대적으로 국내 유통 및 홍보가 미진했었던 것이 사실이다.
올해 10월 열렸던 추계 서울패션위크에서 해외 초청 디자이너로 선정돼 처음 쇼를 선보였던 것이 전부인데, 이번 수상이 국내서도 이름을 알리는데 큰 힘이 될 것 같다.
이전에 남성복 디자이너로 활동하다가 영화배우 시에나 밀러의 패션 브랜드인 Twenty8Twelve와 All Saints의 수석 디자이너로 활동했고, ‘유돈초이’ 런칭 뒤 올해 WGSN 글로벌 패션 어워드를 수상하고 밀라노 패션위크 보그 탤렌츠에 출품하며 이름을 알렸다.
이번 지원금은 런던에서 행할 프레젠테이션 쇼 진행과 홍보 및 마케팅을 강화하는 데 쓸 계획이다. 2012 F/W의 테마는 승마로, 말 안장 디테일과 스트랩, 말의 갈기를 연상시키는 태슬 등 승마의 모티브를 럭스 패브릭으로 고급스럽게 표현했다.
■ ‘Cy Choi’ 최철용
“신진 지원, 해외서도 부러움 사”
홍익대 의상대학원, 밀라노 도무스 아카데미 패션디자인학과를 거쳐 Meltin’s pot, wrangler 등 이탈리아를 비롯한 유럽 전역에서 디자인 컨설턴트 및 아트디렉터로서 활동했다. 2009년 남성복 ‘씨와이 초이(Cy Choi)’를 런칭했는데, 브랜드 런칭 이전부터 SFDF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이탈리아 영 디자이너들에게 SFDF에 대해 이야기했을 때, 한국 신진 디자이너를 지원하기 위한 이러한 시스템이 있다는 것으로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2001년부터 이탈리아에서 활동하다가 최근 귀국했고, 작년 서울 단독 전시회와 2011 F/W, 2012 S/S 서울 컬렉션 참가했다. 10년간 해외에서 활동한 사이 대한민국의 국가적 위상이나 이미지에 대한 인식 변화가 놀랍도록 제고됐음을 느꼈다.
특히 선배 디자이너들이 닦은 길 덕분에 비즈니스가 좀더 수월했다. 좋은 소싱을 위해 패브릭 구매, 파리에서 행할 다섯 번째 프레젠테이션 준비에 사용해 컬렉션 완성도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싸이초이’는 의상이라는 시그니피앙을 통해 도려내기, 낯설게하기, 상대성, 접합, 함축을 통해 새로운 시그니피에를 상상하는 개념주의 남성복이다. 그래픽 디자이너, 영상 아티스트, 포토그래퍼 등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프로덕트 외 다양한 아카이브로 브랜드의 철학을 표현하고 있다. 국내 갤러리아 백화점 Man GDS, 가로수길 Flow와 영국, 프랑스 등 6개국 주요 백화점과 편집매장에 전개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