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특집] 대형 유통사 출점 가속, 지역상인 생계기반 붕괴
[유통특집] 대형 유통사 출점 가속, 지역상인 생계기반 붕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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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상인 폐점 늘어…대기업 쏠림현상 가중

파주를 중심으로 경기 서북부의 로드 상권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대형 유통사들이 곳곳에 들어서기 시작하면서 중소 상인들은 “못 살겠다”며 울분을 토하고 있다. 폐점을 고려하고 있는 가두점들도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 소위 국내 유통 빅3로 통하는 굴지의 이 기업들에게 이미 중소 상인들의 목소리는 귀에 들리지 않은지 오래다.

지난 3월 신세계에 이어 12월에는 롯데가 파주에 아울렛을 오픈했고, 일주일 후 김포공항에도 롯데몰을 오픈하며 경기 서북부 유통대전의 정점을 찍었다. 파주 외에 인근 상권인 김포, 고양을 비롯해 넓게는 인천, 서울 서쪽 권역의 상권들은 이들의 등장이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롯데 프리미엄 아울렛 오픈에 관한 여러 의혹들이 제기되면서 주변 상권 점주들은 “대기업과 정부가 결탁한 것 아니냐”며 예의주시하고 있다.

경기 서북부 지역 외에도 전국적으로 대형 유통사들의 진입이 점차 활발해지고 있는 가운데, 중소 상인들과 이들 간의 대립 양상은 더욱 심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왜 이들은 ‘파주’를 택했을까?
경기 서북권역의 핵심 상권으로 떠오른 파주는 파주출판단지, 헤이리 예술인 마을, 프로방스 마을, 통일전망대 등 여러 관광지가 들어서 있어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각광 받고 있다.

특히 임진각이나 통일전망대는 전체 방문객의 25% 정도가 외국인 관광객이 방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파주출판단지는 250여 개의 출판 관련 업체가 입주한 책마을로 이국적인 분위기와 다양한 갤러리, 북까페 등이 들어서 있어 주말 나들이 코스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파주시청 관계자는 “파주는 차량으로 외곽순환도로와 자유로를 이용하면 부천, 부평, 의정부, 광명 등 위성도시에서 20~30분, 서울 도심에서 40~50분 정도 거리에 위치하고 있어 접근성이 좋다”며 “관광자원이 풍부해 국내외 방문객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전했다.

이곳은 관광객 외에도 주변 상권인 파주시, 김포시, 고양시에 총 152만여 명의 인구가 거주하고 있다. 특히 일산과 운정을 비롯, 8만 세대, 21만 명이 거주하는 교하 등 대규모 신도시를 끼고 있어 90㎞ 내에 상권 인구 2300만 명을 포함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곳의 여러 특성상 유통 업체들이 탐내지 않을 수 없는 곳이다”며 “김포공항, 인천공항과도 멀지 않아 관광객 유입에도 큰 제약이 없어 쇼핑몰이 들어서기엔 적합한 곳”이라고 전했다. 또 “그동안 관광자원은 풍부했으나 인근에 쇼핑할 수 있는 편의 시설이 많이 부족했던 것 같다. 신세계보다 롯데가 먼저 파주를 노리고 있었으나 땅 소유권 문제로 다른 부지에 더 늦게 오픈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유통사 ‘파주대첩’ 포문 열어
롯데백화점의 당초 계획은 지금 신세계첼시 파주 아울렛이 들어선 부지에 프리미엄 아울렛을 오픈하는 것이었다. 2008년 이 땅 소유주인 CIT랜드와 20년 장기 임대차 계약을 맺고 ‘파주 아울렛 프로젝트팀’까지 꾸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2009년 3월 CIT랜드 측은 “부지 매각을 더 원한다”는 이유로 롯데와의 임대차 계약을 파기해 물거품이 돼 버렸다. 여주에서 아울렛을 운영하고 있던 신세계첼시는 바로 CIT랜드와 해당부지 매매계약을 체결, 지난 3월18일 파주 프리미엄 아울렛을 오픈했다.

롯데백화점은 이를 계기로 2010년 1월 파주 출판단지 내 부지를 사들였다. 총 투자비는 부지 매입비를 포함, 약 2500억 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1년11개월간의 공사 후 12월2일에 오픈한 롯데 파주 프리미엄 아울렛은 신세계와 직선거리로 5.6㎞ 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또 입점 브랜드 수를 비롯, 규모면에서 신세계를 압도한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롯데가 신세계를 두고 이를 갈았다”며 재치 있게 해석했다.

이런 우려에 대해 신세계첼시 서찬우 팀장은 “오픈 첫 주 매출은 10% 미만 역신장을 기록했지만 롯데 오픈이 우리에게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롯데는 백화점 몰 형태의 정상 및 병행 수입 상품을 위주로 전개하고 있다.

우리는 해외 수입 브랜드 위주로 이들 본사들과 최소할인율에 대한 계약을 체결, 프리미엄 아울렛의 정통성을 고수해 나갈 것”이라며 “성격이 틀린 아울렛 구성이기 때문에 오히려 상권이 확대될 것”이라고 긍정적 답변을 내놓았다. 그러나 롯데 파주점 오픈 후 매출 추이에 대해서는 “공개하기 힘들다”며 함구했다.

파주 상권 관계자들은 “신세계첼시 아울렛보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곳에 롯데가 오픈한 것은 신세계로 향하는 고객을 끌어들이려는 속셈”이라며 “버스가 다니는 길목의 정류장도 롯데가 먼저이기 때문에 신세계는 적잖은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분통 터지는 중소상인들
그러나 롯데 파주점의 등장은 신세계뿐 아니라 대형 유통사들 싸움에 끼어버린 중소 상인들에게 적잖은 피해를 끼치게 됐다. 한 대리점 점주는 “소형 자본으로 운영하던 우리가 어떻게 거대 기업들의 자본력에 응수할 수 있겠냐”면서 “점점 이 나라는 대기업들만 배불리는 형국으로 흘러가 서민들의 설 자리가 없다”며 울분을 토했다.

롯데 파주 아울렛 오픈 당일 300m 직선거리에 위치한 이채쇼핑몰 입점 점주들은 한숨을 내쉬었다. 쇼핑몰 내 집객 효과가 컸던 브랜드들이 대거 퇴점했기 때문. ‘헤지스’ 등 LG패션 브랜드, ‘미샤’, ‘쉬즈미스’ 등 내로라하는 유명 브랜드들이 롯데 아울렛 오픈으로 빠져나가면서 점주들은 “이런 현상이 점점 가속화되면 매장들이 비거나 시장 브랜드들이 들어서게 돼 고객들 외면을 받지 않을까 걱정이다”고 말했다. 벌써 이채쇼핑몰 C동 지하 식당가는 절반이 퇴점해 이들의 염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음을 증명해줬다.

중소 상인들을 향한 대기업의 횡포도 곳곳에서 드러났다. C동 지하 1층은 원래 약국, 식당 등 인근 출판단지 직원들과 쇼핑몰 방문 고객들을 위한 편의 시설을 확충해 놓고 있었다. 그러나 롯데는 최근 이곳 지하 1층 매장 4~5군데를 사들였다. 1곳은 파주 아울렛 입점 브랜드 매장의 창고로 사용했으며 나머지는 그대로 방치해두고 있었다.

상가 분양 협의회 조규능 회장은 “롯데가 이채쇼핑몰 상권을 죽이기 위해 상가를 사들이고 있다. 파주 아울렛에 롯데시네마가 있어 C동 1층에 위치한 메가박스를 사들여 그대로 비워둘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고 말했다. 또 “상가를 비워두거나 창고로 사용하면서 점차 상가 공동화(空洞化) 현상을 부추기려고 한다. 손님들의 발길을 끊어버려 이곳 상권을 자멸시켜 버리겠다는 전략이다”며 성토했다.

이채쇼핑몰 내 마루 아울렛에서 골프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는 송분이 점장은 “요즘 잠을 이룰 수 없다”며 운을 띄웠다. “이곳에 입점한 전 매장들은 신세계 아울렛 오픈 후에 매출이 절반으로 뚝 떨어졌었다”며 “이번 롯데 아울렛 오픈으로 그나마 있던 매출도 반토막 나게 생겼다. 매장 하나 운영하며 근근이 살아가고 있는 힘없는 상인들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막막해 넋을 놓고 있다. 시장에서 물건이라도 떼서 팔아야 살 수 있을 것 같다”고 울먹였다.

그러나 자루아울렛 이진영 과장은 “롯데 아울렛 입점이 오히려 상권 파이를 넓혀주는 역할을 해 상생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히며 입점 점주들과 다른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롯데에 입점하지 못한 브랜드들을 중심으로 상권이 형성돼 집객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중저가 아웃도어 브랜드 입점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췄다. 또 “신세계 오픈 후 오히려 신세계 아울렛으로 오인하고 오는 고객들이 있었다. 덕분에 석 달간 매출이 14% 신장했고 이후로도 전년과 동일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입점 점주들의 입장은 달랐다. 자루아울렛 내 입점한 한 브랜드 점주는 “자루아울렛은 우리 실정을 너무 모르고 있다. 답답하다”며 하소연했다. 그는 “행사 상품으로 매출 끼워 맞추기를 하고 있으면서 매출이 오르거나 유지하고 있다고 표현하는 건 억지다. 입점 매장들 모두 매출 급감으로 위기를 겪고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로드 매장 퇴점 본격화
근교인 김포 상권의 분위기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신세계첼시와 롯데의 파주 아울렛 오픈에 이어 롯데몰 김포공항점이 들어서자 상권 내 점주들은 “우리 보고 이곳에서 장사하지 말라는 소리다”며 성토했다.

김포 북변동 상권의 한 여성복 브랜드 점주는 “처음 이곳에 들어올 때 권리금 1억 원을 주고 들어와야 할 만큼 번성하던 곳이었다”며 “지금은 권리금이 없어도 장사하려고 오는 사람이 없다”고 전했다. 또 “대기업들의 진출로 소상인들이 설 곳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대응하려해도 ‘다윗과 골리앗’ 싸움인데 당해낼 방법이 없다”며 “카드수수료 문제도 흐지부지돼 결국 대기업 위주로 정책이 흘러갔다. 대기업 출점이 가속화되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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