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야외무대인 올림픽공원 평화의 광장에서 진행된 서울패션위크는 때 아닌 눈과 비, 강풍을 동반한 악천우 속에서도 순조로운 진행력과 관람객의 호응을 무리없이 이끌어냈다.
컬렉션 4일째인 5일 현재, 이른 아침인 10시 개막쇼를 장광효, 강동준, 이상봉, 조명례디자이너가 자처, 오히려 일대 성황을 이뤘다. 패션위크를 주관해 온 서울패션센터의 폐쇄 후 실질 업무가 종료된 것이 2월 말, 개막일인 4월2일까지 “과연 정상적인 개최가 가능할 것인가”란 우려를 뒤엎고 서울시와 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가칭)의 대화와 조율이 좋은 성과를 낸 것이다.
준비기간이 짧았음에도 서울시, 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 피플웍스가 상호 조율로 비교적 노련한 진행력을 보여줬다는 긍정적 평가가 나왔다. SFAA, KFDA, NWS, 개별디자이너와 신진등이 그룹의 목소리가 아닌 ‘우리’의 개념으로 단결력을 보인 것은 초유의 사례로 손꼽힐 것이다.
그러나 이와 함께 패션관계자들은 “준비기간상의 문제점을 감안, 기대치가 높지 않아 예상외의 순조로운 진행에 긍정적 평가가 나오는 것이지 성과적인 측면까지 높은 평점을 줄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다양한 지적을 하는 경우도 많았다.
매년 기대되는 남성복컬렉션
매시즌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남성복컬렉션은 올해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리더인 장광효 디자이너와 최범석, 홍승완 등 대기업과 콜라보레이션으로 주목받는 감각파들과 브랜드 ‘라인오어서클(제스)’의 박성철, 신원 ‘반하트 디 알바자’의 정두영 디자이너가 높은 관심을 이끌어냈다.
해외 마켓 진출에도 꾸준히 성과를 보이고 있는 ‘디그낙’ 강동준, ‘비욘드클로젯’ 고태용 등 컨템포러리한 남성복과 자신만의 독특한 감각으로 20~30대 관객몰이를 독차지 했다. 아시아 한류스타로 등극한 박종철, 송혜명의 작품도 주목을 받았으며 셀러브리티와 프레스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패션테이크오프에서는 한국적 디테일을 자신만의 필터로 모더나이즈 하고 있는 ‘그라운드웨이브’ 김선호, 브랜드 감성을 뚜렷하게 가져가면서도 커머셜한 구성을 보여준 ‘레이’ 이상현 등이 이제 안정적 기량을 보여주고 있다. ‘재희 신’의 신재희는 탄탄한 기본기와 브랜드철학을 바탕으로 영상을 제작, 모델의 워킹이 없는 쇼를 회장과 온라인 웹사이트에서 동시에 릴리즈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제너레이션 넥스트 첫 데뷔한 ‘옴데 스프릿’의 이재호는 유명기업 브랜드 실장 출신으로 오랜 경력만큼이나 록 시크 감성과 기능성을 접목한 컨템포러리 남성복으로 갈채를 받았고 향후 성장보폭이 빠를 것으로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이번 프레젠테이션은 SFDF 수상자 ‘씨와이초이’ 최철용, 지난해 일본 IFF와 파리 후즈넥스트에 참가해 호평받은 ‘시즈세이’ 조성아도 주목할 인물에 손꼽혔다.
‘매력만점’ 여성복컬렉션
이상봉, 문영희, 조명례, 손정완, 강기옥, 홍은주, 박병규, 임선옥, 정혁서/배승연, 송자인, 김석원/윤원정, 손정완, 곽현주, 강기옥, 홍은주, 박두경 등 5일 현재, 각각의 매력과 프리미엄급 완성도가 시선을 사로잡는 작품들이 쏟아졌다.
자연과 우주,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자신만의 터치로 그려온 이상봉 디자이너는 이번 추동컬렉션에서 한국 전통의 돌담에서 영감을 얻어 작품화 했다. 명성만큼 아침10시 오픈쇼를 보기위한 관객들이 줄을 이었다.“당초 관람 예상 인원만 1100명이 넘었으나 행사장 여건상 600~700명 입장이 한계여서 사전 조율로 진행에 무리가 없었다”고 관계자는 전했다.
전반적으로 추동컬렉션이었지만 블랙과 그레이를 중심으로 오렌지와 블루, 그린 등의 비비드한 네온 컬러가 강세를 보였고 다양한 소재의 믹스와 매치, 엣지있는 스타일 연출이 두드러졌다. 스티브J&요니(정혁서/배승연)는 비비드한 컬러의 드레스와 니트웨어, 퀼팅 가죽자켓 등 캐주얼룩킹을 연출해 주목받았다.
더불어 이번 여성복컬렉션에서는 가죽과 울, 벨벳, 시폰 등 특성이 상반된 소재간 믹스 매치를 통해 자유롭거나 대담한 감각을 연출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예를 들어 송유진 디자이너는 무거운 것과 가벼운 소재를 믹스해 시선을 사로잡았다.
문영희 디자이너는 암홀의 변형을 통한 어깨라인 강조, 오간자 와이드 팬츠와 샤워 가운 스타일의 실크 랩 드레스로 ‘동서양 문화의 변형과 배합’이라는 주특기를 십분 발휘했다. 홍혜진은 여성복과 남성복을 가장 편안하게 넘나들면서 럭셔리함과 변형을 동시에 시도하는 디자이너로 손꼽힌다.
이번 컬렉션에서도 안정적 컬러와 최적의 패턴, 형이상학적 도형의 레깅스 등 감각적 비주얼을 함께 과시했다. 최지형은 매니시하면서 감각적인 특유의 시선을 유감없이 발휘했고 도시의 모던 시크한 카우걸의 등장을 신선하게 표현했다.
조명례 디자이너는 사랑스런 여성미를 럭셔리한 오트쿠튀르 룩으로 돋보이게 했다. 완성도 높은 수트와 원피스, 투피스와 드레스를 절제된 패턴과 안정감 넘치는 룩킹으로 과시했고 옐로우, 핑크, 블루, 베이지 등 컬러로 따뜻하고 화려함을 동시에 절충시켰다. 송자인은 모던하고 시크하면서 트렌드를 초월한 자신만의 감각을 풀어내 매니아층들의 갈채를 받았다.
이영희 기자 [email protected]
김송이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