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터치] 김기혁 이엑스알 브랜드매니저 - 불황기의 재점화, 전략으로 극복하라
[이슈 터치] 김기혁 이엑스알 브랜드매니저 - 불황기의 재점화, 전략으로 극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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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6월12일 프랑스 오픈 테니스대회 남자 단식 결승전, 나달이 역대 프랑스 오픈 남자 단식 최다인 7회 우승자가 될 것인가, 아니면 떠오르는 황제 조코비치가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할 것인가가 대회 최대 이슈였지만 필자의 눈을 사로잡은 건 다름아닌 조코비치의 유니폼이었다.

세계 스포츠 스타들의 스폰서를 장악하고 있는 ‘나이키’, ‘아디다스’가 아닌 ‘유니클로’였기 때문이다. ‘유니클로’는 10년 전만 해도 일본출장 갔을 때 매장이 보이면 잠깐 들려 못다 챙긴 속옷이나 기본 셔츠류를 구입하는 편의점 같은 브랜드가 아니었던가.

‘유니클로’에게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최근 중국 출장을 다녀온 동료 마케터에 의하면, 상해 유명 백화점에 고객이 너무 없어 깜짝 놀랐다는 소식을 들었다. 해외의 사례를 들지 않더라도 업계 관계자라면 누구나 느끼듯 세계적인 불황의 시기에 살고 있고 더 심각한 것은 이 불황이 더욱 깊어질 것이라는 데에 있다.

얼마 전 대형마트에서 이벤트로 옷을 무게로 달아 파는 것을 본 적이 있다. 패션(Fashion)의 뜻은 ‘유행’이라는 감성적인 단어지만 카테고리명으로 쓰이는 유일한 분야가 아닌가. 야채도 아닌 패션상품이 무게를 달아서 판다니, 본질마저도 파괴되고 있는 어려운 시기임을 가슴 아프게 느끼기도 했다. 이러한 불황의 시기에 브랜드가 준비하고 대응해야 할 전략은 무엇인지에 대해 3가지로 정리해봤다.

1. 포지셔닝
패션 브랜드 전략의 시작은 처해진 환경을 이해하고 ‘우리가 어디로 가야 하는가’를 고민하며 격전지를 선정하는 일이다. 백화점의 조닝 구분이 명확한 우리나라의 경우라면 더욱 중요한 일이기도 하다.

‘이엑스알’은 런칭 당시, TPO 자체는 일상에서 입는 스포츠 컨셉의 캐릭터 스포츠 캐주얼이었지만 라이프스타일 트렌드의 흐름과 스포츠 시장의 성장세를 내다보고 과감하게 스포츠 조닝으로 포지셔닝함으로써 3년 만에 1000억 원을 달성, 현재까지도 캐릭터 스포츠군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브랜드가 됐다.

‘라코스테’는 스포츠 오리지널리티를 바탕으로 국내에 골프웨어로 초기 진입을 했다. 그러나 2009년 새로운 경영진의 브랜드 리빌딩으로 젊은층까지 소통하는 트래디셔널 캐주얼로 재탄생했다. 방향을 잘 잡으면 속도는 붙기 마련이다.

2. 아이덴티파잉
브랜드 관련 강의를 할 때마다 묻는 질문이 있다. “당신의 브랜드를 한 마디로 표현할 수 있습니까?” 위의 질문에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는 담당자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브랜드 아이덴티티는 그 브랜드의 존재 이유이자 방향 지표이다. 목적을 설정하고 공유하지 않고는 브랜드의 모습을 일관되게 보여줄 수 없다. 반면에 브랜드의 존재 이유가 일관된 가치로 전달되고 이해될 때 영속하는 브랜드가 될 수 있다.

디젤의 ‘기성사회에 대한 조롱을 위트로 풀어내는 젊음의 문화’와 베네통의 ‘인류평등과 인간애’는 패션 제품과 상관없는 주제라고 생각될 수 있지만, 디자인이 비슷한 다른 브랜드와의 명확한 차이를 보여주는 브랜드의 색깔이기도 하다.

3. 크리에이팅

불황기에 가장 먼저 줄이는 것은 아마도 마케팅 비용일지 모른다. 이런 환경에서 마케터들은 볼멘소리만 할 것이 아니라 ‘살아 있는’ 소스를 개발해야 한다. 마케팅 비용에서 가장 큰 비용을 차지하는 것은 아무래도 매체집행비용이다. 살아있는 마케팅 소스야 말로 최소의 매체집행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누릴 수 있게 한다.

지금 스마트 폰이 있다면 위 QR코드를 찍고 영상을 확인해보자. ‘스프라이트 샤워(Sprite Shower)’라는 ‘스프라이트’의 오프라인 프로모션 영상이다. 200명 남짓 되는 내 페이스북의 ‘친구’들이 서로 다른 경로에서 최근에만 5건 이상 공유한 영상이다. 한 지역일지도 모르는 곳에서 실행된 프로모션 활동이 이렇게 전 세계적으로 스스로 홍보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보다 강력하고 보다 전파력이 강한 마케팅 소스를 개발하는 것, 바로 ‘창의력’만이 답인 것이다.

다시 ‘유니클로’로 가보자.
‘유니클로’는 작년부터 스포츠웨어를 본격적으로 런칭해 카테고리를 확장했다.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명확하고 가치가 축적된 브랜드는 카테고리 확장이 가능하다. ‘유니클로’의 가치인 ‘저렴한 가격과 좋은 품질’을 가지고 유니퍼니처(가구 브랜드)가 만들어져도 이제 이상할 것 같지 않다.

뻔한 얘기를 정리하는 것 같기도 하지만, 불황기에 매출이 오르는 브랜드를 보면 어김없이 위의 3가지 요소들을 완벽하게 충족하고 있는 것을 볼 때, 브랜드 매니저라면 다시 한 번 자사의 브랜드를 점검해 볼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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