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큐나(Vicuna)(1)
캐시미어 섬유를 설명하다보니 알파카를 설명하게 되었고 알파카를 설명하면 당연히 쫓아오는 것이 비큐나가 된다. 캐시미어나 알파카, 비큐나, 모헤어, 낙타, 라마, 구아나코, 앙골라 토끼털 등 비교적 인간과 많이 접촉하고 있는 이런 동물들의 면모를 고급 수모(獸毛=hair)라고 하며 많은 관심속에 우리의 의생활을 즐겁게 해 주는 단골이기도 하다.
지난주에 이어 이번에는 비큐나를 설명할까 한다. 비큐나도 낙타과에 속하는 소재다. 역시 남미의 페루, 볼리비아, 에쿠아돌을 거쳐 아르헨티나에 이르는 해발 5,000M 이상이 되는 안데스 산맥에 수 십 마리씩 무리를 지어서 서식하고 있는 초식성 동물로서 대단히 희소가치가 있는 것이 이 비큐나다. 대단히 부드러우며 고급 면모를 제공하는 동물이기도 하다.
어느 동물이 무슨 과에 들어가느냐 하는 국제적으로 통일된 정설도 없다. 학명은 비큐니아(Vicugna)로서 동물의 이름은 비큐나, 제품의 이름만을 비큐나라고 부르는 나라도 있으며 이 비큐나는 알파카, 라마, 구아나코와 가까운 친척벌이라 전통적으로는 비큐나와 알파카를 비큐니아 속에 포함시키고 라마와 구아나코를 라마속(tribus Lamini)으로 정리하기도 한다.
이 네 가지 동물은 말하자면 전부 친척벌이라 아직도 통일된 학설은 없지만 비큐나만을 비큐니아 속으로 하고 나머지 3종류를 라마속으로 하위 분류하는 학설도 있으나 여기에서는 비큐나를 낙타과의 하위분류로 본다.
비큐나의 몸집은 약 130~ 160cm정도며 키는 약 85cm 정도로서 알파카보다는 다소 작으나 단열성이 뛰어난 털로 덮여있다. 얼른 보면 구아나코와 비슷하지만 비큐나는 턱에 약 30cm정도의 수염이 있어 구아나코와 구분이 된다.
비큐나는 약 200만 마리가 서식하고 있었다고 하며 그 털을 ‘신의 섬유’라고 해 희랍 신화에 등장하는 ‘황금의 양모’와 비견되는 대단히 희소가치가 있는 섬유로 취급했다. AC 1200년 전후로 발전했던 잉카 문명에서는 비큐나 섬유로 만든 의류는 국왕에게 먼저 바쳐지고 이 털을 수확할 때는 전 국민이 동원되어 행하여졌던 국가적인 의식이기도 했다.
그러나 스페인의 식민지가 되면서 비큐나는 남획되었고 생존한 숫자가 급감하면서 1965년에는 불과 5000 여 마리밖에 남지 않아 페루 정부에서는 비큐나의 보호령을 내리고 비큐나 면모의 거래를 중지시켰다. 그리하여 2000년대에는 10만 마리까지 늘었으나 아직도 비큐나 섬유는 희귀한 존재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