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wer Interview] ■ 남복규 (주)영풍필텍스 대표이사 - “지금도 섬유사업 하는 것 당연히 좋아해야죠”
[Power Interview] ■ 남복규 (주)영풍필텍스 대표이사 - “지금도 섬유사업 하는 것 당연히 좋아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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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섬유산지 악습 버려야 섬유 살아
관건은 전문화…협력문화 구축 시급
인력양성에 정부지원 포커스 맞춰야

국내최초 R&D와 프리마케팅 접목
한국 섬유산업에 기능성 입히며
새 시장 탄생 알리는 주역으로


“영업파트에서는 연구개발품은 잘 팔리지가 않을 뿐더러 설혹 팔리더라도 시장성이 없다는 말들을 하는 데 연구원들의 생각은 어떻습니까?”〈배기은 동양나이론(현 효성 전신) 사장〉 “그렇다면 저희들이 연구개발한 제품을 직접 팔아보겠습니다.”〈남복규 동양나이론 안양연구소 부장〉

80년대 후반 무렵이었다. 당시 배기은 동양나이론 사장이 안양연구소를 찾아와 개발 섬유제품의 상품화와 관련 영업파트 담당자들의 말을 연구원들에게 이 같이 전했다. 연구소 남복규 부장은 사장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두말 않고 “직접 마케팅을 진행하겠다”는 강한 소신을 펼쳤다.

당시나 지금이나 뿌리 깊은 통념으로 굳어져 있는 연구를 위한 연구가 아니라는 것을 입증시키자는 뜻에서였다. 그리고 R&D와 프리마케팅 접목에 나섰다. 극세사 소재의 피치스킨류와 고기능 투습방수 직물의 상품화가 그것이다. 90년대를 풍미한 이들 제품은 지금도 의류용으로 큰 인기를 모으면서 끝없이 상품진화를 거듭하는 대표적인 소재로 꼽힌다.

R&D와 프리마케팅의 접목은 새로운 직물시장을 탄생시키는 신호탄이었다. 서울대학교 섬유공학과 졸업(79년) 후 동양나이론 안양연구소에서 직물조직 설계를 통한 신제품 개발과 프리마케팅을 통한 신 시장 개척에 따른 의욕과 희열은 남복규 부장의 섬유인생에 큰 획을 긋게 한 기폭제가 됐다. 1993년, 직물 R&D 15년차를 맞은 남 부장은 동양나이론 안양연구소를 떠나 독립경영에 출사표를 던졌다. 그리고 올해 독립경영 20주년을 맞았다.

이 회사가 지금 한국 섬유산업에 기능성을 입힌 견인차로 불리는 (주)영풍필텍스다. 최근 기능성 소재의 경향은 더 가볍고 더 질기며 더 부드러운, 더욱 창의적인 기능을 추구하는 게 트렌드다. 남복규 사장(62)의 (주)영풍필텍스는 이 같은 트렌드 세터의 역할에 주저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세터의 역할이 커지면 커질수록 남 사장의 고민은 정비례 커브를 그리면서 딜레마에 빠져들기만 한다.

“창립 당시엔 스위스의 쉘러와 같은 직물회사로 키우는 게 꿈이었어요. 그러나 지금은 아닙니다. 샌드위치 신세에 처한 국내 제직산업의 척박한 토양에다 인력난에 봉착한 염색 산업 붕괴가 맞물려 나가는 것을 보면서 이룰 수 없는 꿈으로 절감한 것이죠.”

그는 오늘의 한국 섬유산업은 벼랑 끝 위기에 몰렸다는 말을 주저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인력양성이 제대로 안된 탓이라 했다. 인력양성을 R&D보다 우선하는 과제로 삼지 않으면 섬유산업의 미래는 없다고 단언할 정도였다. 단적인 예로 제직의 힘 발휘를 들었다. 염색공장이 뒷받침 되어야 제직산업이 탄력을 받는 데 사람이 없다보니 신제품 개발은 뒷전으로 밀렸다.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소재의 탄생과는 거리가 멀다는 의미라 했다.

“최근 섬유산지 대구에 사람이 없다보니 나쁜 관행만 더 득세하는 것 같아요. 대구에 공장을 설립하는 이유는 다름 아닙니다. 그래도 명색이 산지가 아닙니까? 대구 섬유인 스스로가 실력을 갖추고 매너를 지켜나가야 한국의 섬유산업은 새로운 미래를 열어갈 수가 있습니다.”

그는 섬유산지 대구의 나쁜 관행은 섬유산업 경쟁력 전체를 깎아내리는 암적 역할까지 한다고 했다. 소위 떼먹고 도망치는 것은 다반사다. 또 대구사람끼리만 하겠다는 배타적인 논리는 글로벌 논리로 봤을 때 비상식의 극치라는 비판도 서슴지 않았다. 기업형 공장은 당연히 설 자리가 없을 정도다. 당장 이미지 개선에 나서지 않으면 그나마 유지하는 가족형 공장마저 붕괴위기에 직면할 것이라고 우려를 더했다.

“클레임의 목적은 품질개선입니다. 다시 말해 더 나은 제품 생산을 통한 고부가가치 창출 의미가 담겨진 것이죠. 그런데 대구 산지 섬유인들은 ‘까다롭게 군다’며 불평만 늘어놓습니다. 이는 거래처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요. 미래발전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시급히 풀어야 할 ‘발등의 불’이라는 의식을 가져야 합니다.”

남 사장은 불량이 나면 재염은 당연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를 애써 회피하는 것은 산지의 몰락을 재촉하는 빌미가 된다고 덧붙였다. 또 대구 산지 섬유업체가 기업형 공장으로 발전하지 못한 채 가족형 공장으로 전락하는 이유라 말했다. 이 모두가 산지에 만연한 떠내기 식 사고의 산물이라는 데 포커스를 맞췄다.

“정부과제에 너무 의존하는 것도 산지발전의 부메랑으로 작용하는 것 같아요. 거의 독식하는 것 아닙니까? 기술개발자금 지원은 업을 지키는 측면과 산지의 폐단을 동시에 불러일으키는 양 날의 칼이에요.”

그는 아직도 대구산지에 업을 지켜나가겠다는 의식을 가진 섬유인들이 많다고 했다. 또 개발 양성된 인력이 없다보니 당장 공장가동에 어려움이 뒤따르는 것도 부인치 않았다. 그렇지만 근본적인 문제가 사라지지 않는 한 플러스적 요인은 힘을 발휘 못한다고 했다.

그 예로 스트림간 협력사업을 들었다. 정부과제 선정과 심사 수행에서 봤을 때 산지는 거의 나누어먹기 식 폐단에 젖어 있다시피 하다고 했다. 비상식적인 대구만의 논리라는 의미였다. 그래서 이제는 심사위원 자격으로 대구를 찾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대안으로 기술개발자금지원보다 병역특례지원이나 인턴지원 등 대구산지에 시급하게 요구되는 정책 지원의 묘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일본의 종합상사 이또추는 지금도 직물수출에 큰 역할을 합니다. 중소 섬유기업들에 무조건 개런티 하는 것이죠. 물론 자금력이 풍부하니까 가능하겠지만 저는 이를 조금 다르게 봐요. 바로 일본 섬유기업의 정신, 전문화라는 겁니다. 한국은 어떻습니까? 이제 조금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효성 코오롱 등 국내 섬유대기업은 아직도 독식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 것 아닙니까?”

남 사장은 일본 섬유기업의 장점은 리스크를 분산시키면서 전문화의 길을 걷는, 한마디로 자신의 업을 지켜나가는 토양구축이라고 평가했다. 85년 플라자 합의 이후 엔고는 중소 섬유기업들의 체질을 더욱 높이는, 다시 말해 전문화로 치닫는 계기가 됐다고 덧붙였다.

이는 한국적 섬유정서와는 확연히 차별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직물사업, 대기업은 안된다는 한국적인 정서와 섬유대기업이 앞장 서 더욱 발전시켜 나가는 일본 섬유업계의 방향은 바로 양국 섬유산업의 현 주소를 조명하는 것이라 했다.

“섬유는 대표적인 전통 굴뚝산업입니다. 우리나라는 유행에 따라 업을 버리는 게 경제풍토지만 일본은 그렇지가 않아요. 여기서 해법을 찾아야 합니다. 지금도 섬유사업을 계속할 수 있다는 것, 좋아해야 하지 않습니까?”

▶He is…그는 직물개발의 귀재로 불린다. 개발 소재 상표권만 15종 40개에 이른다. 상표권은 국내 16개, 유럽 12개, 미국 4개, 일본 3개, 중국 3개 등이다. 국산 직물의 글로벌화 기수라 칭해도 부족함이 없다. 그는 원단에 기능성을 입히기 전에 전수검사를 원칙으로 삼는다. 국내 어느 기업에서도 전수검사를 행하는 곳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국내 첫 PV출전 등 고부가가치 직물 창출에 앞장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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