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태 이사장 우세속, 김웅기 회장說 돌발 최대 이슈
최병오 회장, 다운스트림 차례 대의명분 앞세워 돌파
열정의 최병오 패션그룹형지 회장인가? 글로벌 벤더 김웅기 세아상역 회장인가? 섬유산지 대구경북 적장자 박상태 성안그룹 사장인가? 내년 창립 38주년을 맞는 한국섬유산업연합회 회장 추대를 놓고 섬유패션계업계가 뜨겁다.
재임기간 중 국내섬유산업 발전 재도약 기틀을 마련했다는 호평에도 노희찬 회장이 지난 17일 섬산련 이사회에서 연임을 고사하면서 차기 섬산련 회장직 향배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그러나 차기 회장 추대는 섬유산업을 대표할 수 있는 정통성, 스트림간 균형, 회장직을 수행코자 하는 강력한 의지 등 다양한 변수들이 상존하는 고차원적 방정식이라는 점에서 업계 의견 수렴 과정은 결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예전과 달리 이번 섬산련 회장 추대는 각 업계의 대표주자들이 출마의사를 표명함에 따라 경선방식으로 회장을 선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자칫 스트림간 분열양상으로 치닫는 상황까지 우려되는 상황을 맞았다. 파열음은 벌써 나오고 있다.
섬산련은 지난 17일 이사회를 열고 노희찬 현 섬산련 회장, 김해수 한국패션칼라산업협동조합연합회장, 박경탁 한국화섬협회장, 원대연 한국패션협회장, 경세호 가희 회장 등 5명을 회장 추대위원으로 선정했다. 추천위원회가 회장을 추대하면 섬산련은 2월24일 섬산련 정기총회를 통해 회장을 선임하는 절차를 밟는다.
추천위가 강력한 권한과 막중한 임무를 한꺼번에 맡은 셈이다. 이때문에 추천위원이 누구편인가라는 데 업계의 관심이 모아진다. 추천위원들간 특정 후보의 버팀목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뜻과 같다. 추천위원 면면을 보면 박상태 이사장쪽으로 추가 기울지만 김웅기 회장의 돌발세가 변수다.
집념과 역경의 기업인 최병오 회장은 아직까지 세다운 세를 찾아보기 힘들지만 저돌적 성장세가 큰 동력이다. 회장 추대에 막강한 권한을 갖는 추천위원회의 복심에 따라 회장 추대 좌표가 순식간에 변화되는 구조다. 이는 회장 물망에 오른 인물 중 일부가 우려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현재 유력한 차기 회장으로 물망에 오른 인물은 박상태 한국섬유수출입조합 이사장, 최병오 한국의류산업협회장, 김웅기 세아상역 회장 등이다. 박 이사장과 최 회장은 공식적으로 출마를 선언했다.
이중 차기 회장직에 근접한 인물은 박상태 이사장이다. 그는 원사, 제직, 염색 등 제조뿐만 아니라 중동마케팅에 이르기까지 성공적으로 사업을 이끈, 40년 섬유 외길을 걸어온 정통 섬유인이다.
2000년 2월 한국섬유직물수출입조합 부이사장을 거쳐 2003년 이사장에 오른 후 4연임째다. 대구상공회의소 위원, 중소기업중앙회 중소기업 특별위원 등 검증된 업무 능력과 풍부한 단체 경험이 가장 큰 강점으로 꼽힌다. 또 대구 섬유산지를 대표하는 등 국내 섬유산업 구조를 잘 이해하는 적임자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그는 역설적으로 “또다시 대구경북이냐”는 업계와 지역적 정서의 역풍이 만만치 않다는 점에서 이를 넘어서는 게 가장 큰 과제로 꼽힌다. 6년간 2연임한 현 노희찬 섬산련 회장이 대구경북의 대표 면방기업라는 점과 막대한 자금이 투입된 밀라노프로젝트의 사고와 말썽 등에도 정부가 추진하는 섬유산업 지원 대책이 이쪽에 편중돼, 패션 또는 타지역 인물이어야 한다는 업계 의견이 표면화되는 양상이다.
의류패션업계에 따르면 현재 회장은 업스트림이므로 차기 회장은 다운스트림에서 배출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차기 회장은 스트림간 순환과 업계 화합차원에서 다운스트림에서 선출해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의견이다. 상대적 박탈감을 느껴온 경기북부 지역의 정서적 반감도 만만치 않다.
경기북부 업계에 정통한 관계자는 “그동안 정부 지원책이 대구경북에 치우쳐 경기북부는 ‘피해의식’을 갖고 있다”며 “오히려 패션쪽 인물이 적합할 수 있다는 의견이 많다”고 말했다. 경기북부는 이미 종사자와 업체 숫자 면에서 대구 섬유산지를 추월, 발언권과 위상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최병오 한국의류산업협회장은 의류패션업계 지지를 받는 대표주자다. 작년 8000억원 매출로 ‘1조 클럽’ 가입을 눈앞에 둔 회사 위상과 국내 패션·봉제를 아우르는 다운스트림 선두주자라는 점에서 높은 평가가 뒤따른다. 아울러 차기 회장에 대한 강한 의지와 열정이 강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 19일 열린 ‘2013 대한민국 패션봉제인의 밤’ 행사에서 차기 회장직에 대한 강한 의지를 비쳤다. 그는 이날 행사에서 “한국의류산업협회 차기 회장직은 맡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패션그룹형지는 크로커다일 레이디 브랜드로 부산에서 150만장의 바지를 전량 생산하는 등 국내 봉제업계 발전에도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산협 차기 회장직 포기는 섬산련 회장직에 대한 강한 의지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지고 있고 본인도 부인하지 않고 있다.
동대문 시장에서 성장하며 43년간 섬유업종에 종사한 대표 섬유인으로 이번 출마를 공식화하면서 “섬산련 회장 연임은 절대 없다”는 뜻을 밝혔다. 전순옥 국회의원은 차기 섬산련 회장 자격에 대한 질문에 “섬산련 회장은 봉사하는 자리다. 열정있는 분이 해야하지 않겠느냐”며 “(이런 면에서) 최 회장을 따라갈 사람이 있는지 모르겠다”며 우회적으로 지지의견을 밝혔다.
김웅기 세아상역 회장은 의외라는 평이 우세한 가운데 회장 추대의 최대 돌발변수로 꼽히고 있다. 글로벌 의류수출 벤더로 확고한 위상을 차지하고 있으나 상대적으로 국내 섬유산업 정세에 어둡고 단체장 경험이 없다는 점이 단점으로 꼽힌다. 또 3년전 한국의류산업협회 회장을 제의받았으나 거절한 후에 바로 섬산련 회장 되겠다는 것은 다소 무리라는 의견도 많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현 노희찬 회장의 지지를 얻고 있는 것 아니냐”는 루머가 돌아 이것이 사실일 경우 회장 추대 전선에 메가톤급 파괴력을 던질 것으로 보인다. 20일 현재 김웅기 회장 의견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연결이 되지 않았고 세아상역 관계자는 “회사에서는 알지 못하는 사안이다”고 밝혔다.
차기 섬산련 회장 선정은 어떻게?
17일 구성된 차기 회장 추천위원회는 공식적으로는 내년 2월24일 섬산련 정기총회 전까지 회장을 추대해야 한다. 차기 회장 추대는 추천위원 5인의 의견이 절대적으로 반영된다. 위원장 없이 5명이 동일한 발언권을 가지므로 자칫 의견이 엇갈릴 경우 이를 중재할 기능이 없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업계는 추천위원회가 의견을 단일화해 경선이 아닌 만장일치로 차기 회장을 추대해 잡음을 없애고 스트림간 화합을 이끌어 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현재 각 회장 후보자들은 원칙적으로 후보단일화 추대를 강조하고 있지만 단일화가 되지 않으면 대부분 경선까지 가겠다는 의사를 밝혀 사상 초유의 투표 방식이 도입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이 경우 선거위원회를 구성하고 각 후보들간 정견발표, 선거원 모집 등 절차가 복잡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섬산련 김남영 상무는 “추천위원회가 후보 단일화를 이루게 될 것”이라면서 “만약 경선으로 가면 80명의 대의원 투표나 다른 여러가지 방법으로 회장을 선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추천위원회에는 현직 노희찬 회장이 참여하면서 일부에서 잡음이 일고 있다. 차기 회장 선출을 위해 공정하고 독립적인 입장에 있어야 할 현직 회장이 추천위원회에 참여, 차기 회장 선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현직 회장이 추천위원으로 참여하는 관례는 없었다”며 “구성 인원을 보면 특정인을 밀어주기 위한 의도가 풍긴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섬산련은 “지난 2008년 이와 관련된 규정이 생겨, 추천위원회 구성은 처음이며 추천위원에는 자격 제한이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