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에는 ‘패왕별희’로 유명한 항우와 우희를 기리는 박물관(項王故里)이 있는데 이곳 사람들에 의하면 하루에 다 둘러보지 못 할 정도로 웅장한 규모라고 한다. 여기에는 항우가 천하통일의 꿈을 목표로 타관으로 출정하며 심었다는 2000년 수령의 나무가 보호수로 지정돼 있다.
한국보다 약 100배 넓은 국토에 인구도 15배나 많은 나라의 위인전 첫 페이지를 장식하는 인물이 태어난 곳이라 ‘영웅’을 우러르고 따르는 문화적 자부심이 강한 것도 특징이다. 비옥한 토지와 깨끗한 환경이 잘 보존돼 장쑤의 ‘산소카페’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560만 인구, ‘패왕별희’의 도시인 수첸은 1998년 경제기술개발구를 출범시키고 작년 1월에는 국가급경제개발구로 승격, 급속한 경제 발전이 이뤄지고 있다. 특히 118㎢ 크기의 경제개발구에서는 20층 이상의 빌딩 밀집 단지 수십곳이 동시에 올라가고 있어 도시 하늘에는 건축용 타워크레인이 숲을 이루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첸시에 따르면 경제개발구에는 500개 이상의 기업이 투자를 했으며 이 중 185개 기업은 연 1억 위안(한화 약 17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중칭그룹 총 1700억원 투자…한국형 쇼핑 단지 조성
지난 6월28일 수첸시 경제개발구역내 ‘중칭서울쇼핑몰 및 제1회 중한문화제 개막식’에는 이른 아침부터 5000여명에 이르는 시민들이 운집했다. 미리 준비한 1000석이 넘는 좌석은 행사 시작전부터 몰려든 시민들이 모두 차지했고 자리에 앉지 못한 사람들은 행사장 뒤편과 인근 건물에 올라 행사를 지켜봤다.
가구와 부동산을 주력으로 하는 중칭그룹(中靑國際投資有限公司)이 총 10억 위안(한화 약 1700억원) 이상을 투자해 건설하는 한국형 쇼핑몰 착공식과 겸해 수첸시 정부와 합작한 ‘제1회 중한문화제’도 함께 열린 것이다.
중칭그룹은 약 18만㎡(약 6만평) 부지에 메인 컨셉의 ‘중칭서울쇼핑몰’을 비롯해 호텔, 오피스텔, 전문 식당, 3D 맥스 시네마 등 복합 쇼핑 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이날 1차로 부지 착공에 들어간 쇼핑몰은 2015년 5월 우선 오픈할 예정. A, B동으로 구성된 가구 단지는 작년 1월 문을 열고 성업중이다.
중칭그룹 관계자는 “2년 내에 단지에서 1.5km 떨어진 곳에 고속철 역이 들어서며 맞은편에는 법원 및 정부기관이 들어설 예정”이라며 “배후에는 25만㎡ 부지에 아파트 단지가 건설돼 소비 중추를 감당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쇼핑몰의 브랜딩을 맡고 있는 한국기업 리커뮤니케이션(REcommunication)의 하계헌 대표는 “지금 착공에 들어가 내년 5월 오픈이 쉽지 않은 일이지만 지금의 중국은 우리가 알고 있는 과거의 중국과 완전히 다르다”며 “내년쯤 오면 도시의 스카이 라인 자체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만만디’로 대변되는 중국 문화가 급속한 서구화와 경제발전의 흐름을 타고 ‘콰이콰이디(빨리빨리)’로 변하는 대변혁의 현장인 셈이다.
패션의 전위부대로 한국 문화를 끌어 들인다
중칭그룹은 복합 단지의 핵심인 한국형 쇼핑몰의 성공을 위해 한국의류산업협회 상해대표처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한국의 여러 기업들을 불러들였다. 리커뮤니케이션이 전체적인 브랜딩 작업을 맡고 아이콘디자인(iCONE Design)은 인테리어를 설계할 예정이다.
수첸시 개발구공산당위원회 고옥화 부서기는 귀빈으로 초청한 (사)국제미용건강총연합회 정진구 이사장에게 “한국 미용 및 건강용품 기업들이 각별한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정 이사장은 “중국인들이 뷰티와 건강에 관심이 많아 우리 업계 진출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개막식에는 ‘제1회 중한문화제’를 기념해 한국의 공연기획사인 정진의 ‘꽃의 전설’ 팀을 초청, 전통무용과 창작무용을 함께 선보였다. 중국에서 인기 있는 한국 가수 안리나씨가 무대에 오르자 현장에 모인 팬클럽과 시민들은 환호성을 올리며 반겼다.
의산협 상해대표처 허용구 원장은 “문화가 먼저 들어가고 다음에 상품이 간다는 전략으로 지방도시를 공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칭그룹이 3선 도시중 첫번째로 선택한 도시가 바로 수첸”이라며 “한국의 상품 및 디자인과 중국의 유통을 융합시켜 성공 모델을 마련한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레드오션으로 변한 1선…韓기업 3선에서 돌파구
그 많은 곳을 제쳐두고 상해에서 고속철과 버스를 타고도 4시간 가까이 들어가는 지방 도시가 왜 중요할까?
북경과 상해, 심천 등 국제적 면모를 갖춘 중국 1선 도시는 이미 글로벌 경쟁으로 돌입해 한국 의류패션기업들 진출이 쉽지 않다. 총 33개 성의 성도가 있는 2선급 도시 역시 세계적 브랜드들이 시장을 선점, 막대한 자본과 인력이 필요한 레드오션으로 변해가고 있다.
반면 중국 전역의 3선 도시들은 아직 해외 투자기업 또는 브랜드들의 진출 여력이 많아 우리 업체들의 관심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이들 3선급 도시들은 각 지방 경제의 중추로 발돋움하며 앞으로 5년 이내에 급속한 발전을 이룰 것으로 보여 향후 무시할 수 없는 막대한 소비 시장을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에서 성공한 대표적 패션기업인 밀앤아이 명유석 대표는 “1선 도시는 이미 경쟁이 치열해 한국 기업이 치고 들어갈 여지가 별로 없다”며 “우리 기업들이 더 이상 3선도시 진출을 미뤄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 지재원 운영위원장과 함께 이사 자격으로 수첸시를 방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