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는 패션상권, 보증금·임대료 ‘폭탄’
뜨는 패션상권, 보증금·임대료 ‘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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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수길, 5년 만에 임대료 6배 뛰어

이태원·약수·동대문 일대로 철새이동
대기업·국내외 SPA 무분별 진출 탓

최근 핫플레이스로 주목받는 패션상권의 보증금 및 임대료가 큰 폭으로 상승됨에 따라 터전 마련에 안간힘쓰는 신진디자이너의 고충이 커지고 있다. 2년 전 이태원로에 터전을 잡은 신진디자이너 K씨는 최근 건물주로부터 조만간 임대료를 올릴것이란 통보에 고민이 많다. 보증금과 임대료가 비싼 상권을 피해 이태원 주택가에 쇼룸과 작업실을 냈지만 형편이 녹록치 못한 신진들이 가정집을 개조해 속속 사무실을 내면서 주인들이 슬슬 임대료를 올리기 시작했다.

최근 새로 이사오는 K디자이너의 지인들은 2년 전에 비해 앞으로 두 배의 임대료를 내야 한다. 이태원 대로변 샵을 운영하고 있는 중견디자이너 P씨는 조만간 다른 상권으로 옮겨갈 생각이다. 임대료를 비롯한 제반 운영경비가 날로 상승하는 것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압구정로데오에서 가로수길로, 또 다시 세로수길로, 이태원으로 옮겨온 디자이너들은 이제 약수동과 성수동, 동대문 일대를 예의주시하며 철새처럼 옮겨 다녀야 하는 신세를 한탄하고 있다. 지난 10일 가로수길에서의 철거 중이던 건물 붕괴는 최근 이 상권의 현황을 대변해 준다.

젊은 예술가와 디자이너들이 압구정로데오, 청담동을 피해 그들만의 문화거리로 완성한 가로수길에 국내외 대형SPA와 대기업들이 진출하면서 이제 보증금과 임대료가 매출로는 감당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 이렇게 되자 공실인 매장이 생겨나고 개보수와 확대공사가 계속되고 있다.

부동산정보업체 FR인베스트먼트에 따르면 지난해 이 상권의 중심가 보증금이 약 3억~11억 원이며, 월 임대료는 1400만~4700만 원으로 발표됐다. 실제 거래되는 임대료는 건물 규모에 따라 월 1억 원이 넘는 곳도 있다고 한다. 지난 2009년 보증금이 8000만~2억5000만 원, 임대료가 310만~590만 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5년 간 무려 6배 넘게 뛴 것으로 보인다.

가로수길 패션브랜드 매출도 30%상당 줄어드는 현상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관계자들은 “만약 대기업이 수익악화로 이 상권을 떠나면 압구정 상권처럼 힘을 잃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인디 디자이너들의 노력으로 활성화된 문화패션거리에 대기업과 SPA, 외국브랜드들의 마구잡이식 진출은 신진들의 터전을 무너뜨리고 부동산 버블만 일으켜 자칫 상권 공동화까지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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