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 원단 조각 재활용은 사실 이번 환경부 지침 개정 없이도 사업 시행에는 문제가 없었다는 것이 대부분 관련자와 전문가들의 판단이었다. 지침 개정이 있기 전까지 서울시와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등은 몇 차례 현장 실태 조사에 나서 현행 법규상으로도 사업 시행에는 문제가 없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사진 : 환경부의 재활용 지침 개정으로 사업에 반대해 온 일부 자치구들은 그동안의 명분을 잃게 됐다. 이번 지침 개정의 본격적인 불을 당긴 계기가 된 작년 3월 종로구청의 재활용 사업 현장 단속 모습.>
특히 산업부는 작년 5월 원단조각 재활용 사업을 ‘손톱밑 가시뽑기’ 사항으로 지적하고 환경부와 서울시를 비롯한 광역시·도에 사업 시행을 적극 추진하도록 권고하기도 했다. 안전행정부 역시 올 2월 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종로구청의 단속은 있을 수 없는 일로 보인다”며 “규제완화 차원에서 관계기관에 협조를 요청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종로구 등 일부 자치구들은 재활용 가능 품목에 ‘기타 의류’만 명시돼 있으므로 의류가 아닌 것은 모두 쓰레기라며 민간 재활용 사업자의 원단조각 수거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단속에 들어가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당시 업계 관계자는 “법을 떠나 자원이 빈약한 나라에서 재활용 할 수 있는 제품을 굳이 쓰레기라고 주장하며 단속권을 실시하는 자치구들 행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고 비난했다.
서울시는 작년 1월 원단조각 재활용 시범사업을 시작하며 봉제공장이 밀집한 7개구에 협조를 요청했다. 이중 강북구 성동구 성북구 등 3개구는 시범사업에 참여했으나 동대문구 종로구 중구 중랑구는 관망 또는 반대로 돌아서 난항을 겪었다. 특히 종로구는 창신동 숭인동 등 서울시 최대 봉제공장 밀집지역임에도 불구하고 관내 업체 편의는 무시한 채 규정만 앞세우며 민간 사업자와 봉제공장에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무리한 현장 단속으로 일관했다.
작년 3월 단속 현장에서 만난 종로구청 직원은 “(쓰레기 수거) 대행업체는 (종량제) 봉투 이익금으로 운영되는데 이를 일반 (재활용) 마대에 담아 수거하면 수거업체가 적자운영을 하게 되므로 구청은 이를 막아야 할 의무가 있다”고 말해 물의를 일으켰다. 당시 창신동 봉제 업체 관계자는 “종로구에만 최소 수 천개의 봉제공장이 있는데 단 3개만 있는 관내 쓰레기 수거 용역업체를 위해 우리를 단속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발했다.
이 같은 갈등이 지속되자 서울시는 환경부에 지침 개정을 요청했고 환경부가 올 초 개정에 나섰다. 그리고 지난 7월 개정을 완료하고 공표한 것이다. 본지는 올 1월 국내 섬유산업 발전과 환경 보호를 위해 섬유자원 재활용이 시급하다는 판단 아래 경기섬유산업연합회, 서울봉제산업협회와 ‘원단조각 순환재활용 캠페인’을 시작했다. 그 결과, 이전 약 250곳에 불과했던 참여 업체가 500개 이상으로 급증했고 이랜드, 영원무역, 성신섬유, 삼원섬유 등 대형 섬유업체들이 참여토록하는 성과를 이끌어 냈다.
앞으로 우리 경제는 천연자원과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순환형 경제 사회로 가기 위한 단계를 밟고 있어 재활용 사업에 대한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2016년 시행이 예고된 ‘자원순환사회전환촉진법’은 쓰레기 처리 비용을 크게 높여 모든 사업 주체들이 자원 재활용에 적극 나서게 하고 있어 이에 대한 업계 차원의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2016년 순환형 경제사회 전환, 대책 마련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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