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wer Interview] ■ 신진스틸 이면희 본부장 - 150년간의 관행 파괴 “혁신의 숨결을 불어 넣는다”
[Power Interview] ■ 신진스틸 이면희 본부장 - 150년간의 관행 파괴 “혁신의 숨결을 불어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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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개념 가마 ‘피글링’ 최종 개발 완료…태광실업, 호전실업 공급

그는 매주 주간보고서를 쓴다.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니다. 자기 분야에 자부심을 갖고 있는 기술자들간 소통의 벽을 없애고 마음을 열기 위해서다. 자기가 가진 지식을 먼저 공개하고 공유함으로써 더 나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스스로 시작한 일이다.

그게 벌써 107호까지 나왔다. 2012년 6월17일 시작해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한 주도 빼먹지 않았고 지금은 무려 1000여장에 이르는 방대한 기술 자료가 됐다. 2012년 10월3일 작성된 12회차 주간보고서를 보니 ‘경질크롬 도금의 장단점’이 기술돼 있다. 차별화된 신제품에 가장 적합한 금형 재질을 찾는 과정을 기록했다.

‘피글링(Piglimg)’으로 이름 붙여진 신개념 가마(Hook Set 가마)가 최종 개발을 완료하고 본격적으로 시장에 선보여진다. 신진스틸이 2012년 11월 세상에 첫 선을 보인 ‘피글링’은 지난 150년간 초기 원형(原型)에 가까운 형태를 유지했던 기존 가마의 개념을 완전히 뒤집은 제품이다. ▶관련기사 2012년 11월 12일자 pdf참조

■‘지식 동냥’으로 소통의 벽 허물어
제품 개발을 주도한 신진스틸 이면희 본부장은 “제품 발표 이후 지속적으로 문의가 쇄도했으나 미진한 부분을 보완하고 완성된 제품을 선보이기 위해 조용히 지냈다”고 했다. 그러다 보니 ‘망한거 아니냐’는 얘기도 들었다는 그는 “양치기 소년이 되기 싫어 제품 개발에만 매달렸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연세대 정외과를 졸업한 후 미시건대학교, 텍사스 주립대학교, 펜실베이니아 와튼스쿨에서 유학했고 지금은 이베이에 넘어간 옥션의 공동창업자이기도 하다. 경영인이자 재무금융 및 경영 컨설턴트로 활동했던 그는 “피글링을 개발하는 과정은 ‘지식동냥’ 그 자체였다”고 했다.

“초기에 선반기술자, 프레스 금형 기술자 2명과 같이 시작했다. 3명이 아이디어를 내고 개발해 왔는데 기술자들은 자기가 가진 지식을 남과 잘 나누려 하지 않는다. 더 나은 제품 개발을 위해 업체들을 쫓아 다니며 ‘지식동냥’으로 얻은 모든 정보를 이들과 나눴다. 매주 주간보고서를 쓰게 된 계기다. 금형 소재로 어떤게 더 나을지, 개선점은 무엇인지, 어느 업체와 어떤 협의를 했는지 하는 내용이 다 담겨있다. 이렇게 내가 가진 것을 공유하니 기술자들이 마음을 열더라.”

IT산업에서 익힌 혁신 마인드를 접목, 150년간 유지되던 기본 원리를 파괴하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나가는 과정은 최근 한국 섬유패션산업이 화두로 삼고 있는 IT융·복합의 또다른 형태다. 남들이 기존의 길을 답습하던 지름 5㎝에 불과한 작은 부품에 천착해 1조원 매출의 꿈을 꿀 수 있었던 원천이 된 것이다.

■혁신 마인드로 기본 원리를 파괴하다

‘피글링’은 가마의 수명을 획기적으로 늘리고 잦은 밑실 교체로 인한 불량률을 크게 낮춘 제품이다.

“본봉 기준으로 가마의 수명은 통상 6개월 정도로 본다. 피글링은 최소 1년은 간다. 이전 가마는 재봉틀 바늘과 훅 포인트가 맞닿도록 돼 있어 훅 포인트 마모가 생겨 교체해야 한다. 그러나 피글링은 훅 포인트와 바늘 사이에 0.2~0.5mm의 간격이 있어 마모가 없기 때문에 오래 쓸 수 있다. 단지 피글링은 내부의 베어링 같은 부품이 노후화될 경우 교체하기 때문에 실제 수명은 더 길다. 앞으로 최소 3년은 쓸 수 있도록 개량할 생각이다.”

피글링은 2012년 제품 발표 후 지속적인 테스트 과정을 거쳐 왔다. 부산의 대표적 신발 제조기업인 태광실업과 대형 의류 벤더인 호전실업에서 수차례 실전 테스트를 거쳤고 이들 기업에는 9월부터 제품이 공급될 예정이다.

이 본부장은 “양사 모두 우리 제품 도입에 상당히 적극적이다. 호전실업은 올 5월 최종 테스트를 했는데 재봉틀이 고속으로 돌아갈 때 훅 포인트가 약간 들린다는 지적이 있어 마지막으로 이 부분을 개선한 제품이 나왔다. 9월까지 이들 회사에 피글링을 납품하고 10월부터는 대형업체들 위주로 영업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장 개척 방식도 특이하다. 개당 2만(중국산)~7만원(일본산)에 불과한 제품을 판매가 아닌 렌트 방식으로 전개 하겠단다. 이유가 궁금했다.

“사람들이 기존의 제품에 익숙해져 새로나온 제품의 성능에 대해 의심하는 시각이 있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돈주고 사지 말고, 빌려간 다음 사용료를 내라는 것이다. 만약 ‘제품에 문제가 있으면 반품하라, 우리 제품에 자신이 있다’ 이런 뜻이다.”

가마 100개와 밑실감는 기계 2대, 성형기(밑실을 원형으로 감은 뒤 반달 모양으로 접는 기계) 1대를 최소 수량으로 정했다. 영업은 총판 형태로 진행될 계획이다. 선정된 총판이 초기 일정량을 신진스틸 본사로부터 구매해 영업하고, 제품이 판매되면 렌트료를 총판과 본사가 나누는 방식이다. 수요가 많은 대형 벤더들은 특수 총판으로 지정해 제품 도입에 대한 부담을 줄여줄 생각이다.

■1조원 매출의 꿈은 아직도 유효
관건은 보빈에 들어가는 반달형 밑실 생산의 자동화 시스템 구축이다. 지금 봉제공장에서 쓰이는 밑실은 원형으로 돼 있는데 기성 제품이 많이 나와 있다. 그러나 피글링은 이 원형을 보빈 케이스에 맞게 반달 모양으로 성형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말이 성형이지 손으로 해도 될만큼 단순한 일이지만 대량 생산하는 공장에서 일일이 이 작업을 할수 없으니 밑실을 감고 성형까지 해주는 자동화 설비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미 자동화 기계는 개발이 완료됐다. 그러나 대량생산을 위해서는 노하우와 자금이 필요하다. 규모가 영세한 전문 업체는 노하우를 대고 큰 회사는 자금을 댈 수 있도록 협업을 모색하고 있다.” 그는 이 과정에서 “새로운 일자리와 산업이 창출되는 계기가 만들어질 것”으로 확신했다.

제품을 개발하면서 부수적인 효과도 거뒀다. 보통 고급 의류 제품은 봉제를 할 때 밑실이 떨어지면 불량이 난다. 그래서 봉제 기술자들은 밑실이 떨어지는 때를 감으로 알고 보빈을 교체하는데 이를 미리 알려, 불량을 방지하는 ‘밑실 감지 장치’가 그것이다. 특허도 출원됐다.

“가마에 감지 센서 레이저가 통과할 수 있는 미세한 구멍을 뚫어 레이저가 반대편 센서에 닿으면 밑실이 떨어져 간다는 신호를 보내주는 장치다. 밑실 잔여량을 알려주는 시점을 조절할 수 있어 현장에서 유용하다. 오히려 이 제품에 관심을 갖는 기업들도 많았다.”

그는 제품 발표회 당시 꿈꿨던 1조원 매출이 아직도 유효하다고 말했다. “우리 제품이 이래서 좋다는 식으로는 영업하지 않겠다. 제품의 우월성이 현장에서 확인되면 자연히 입소문이 날 것이다. 밑실 생산을 위한 협업 체제만 갖춰지면 크게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본다.”

마지막으로 중언 하나. 그는 지금까지 7권의 책을 썼다. 이중 청년정신에서 출판한 ‘명품경영학’은 무려 3만권이 넘게 팔린 베스트 셀러다. 출판 당시 교보문고 주간 베스트 셀러에 수주간 머물렀고 출판사 사장들이 뽑은 2007년 ‘올해의 책’으로 선정됐다. 인터넷을 뒤지면 지금도 후기가 올라오고 있다. 그가 작성한 1000여장의 주간보고서를 보며 생각했다. 이 사람의 8번째 저서는 여기서 나오지 않을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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