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퇴냐, 연임이냐…간판 섬유·패션 단체장 대부분 자리 지킨다?
용퇴냐, 연임이냐…간판 섬유·패션 단체장 대부분 자리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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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협 화섬협 섬수조 니트연 패션칼라연 패션협 단체장 임기만료
정총 시즌…3연임 10년 이상 장수 3개 단체장
섬수조·패션칼라연 ‘용퇴’…패션협 ‘한번더’
니트연, 연임의사 이 회장 ‘후보 단일화’ 큰 관심

“지금껏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은 추호도 갖지 않았다. 이제는 새로운 인물이 이끌어가야 할 때다.”(박상태 한국섬유수출입조합 이사장) “그 동안 펼쳐놓은 일 책임지고 마무리하고 싶다. 한번만 더 기회를 달라.”(원대연 한국패션협회 회장)

섬유패션단체들의 정기총회가 열리는 2월을 맞았다. 올해 정기총회 일정은 2월11일 한국패션협회를 시작으로 3월4일 한국섬유수출입조합 총회로 막을 내린다. 각 단체마다 정기총회의 관심사는 단연 단체장들의 거취와 맞물려 나간다.

특히 임기 만료를 앞둔 단체장의 경우는 초미의 관심사다. 각 단체마다 현 단체장의 유임이냐, 새로운 인물의 등장이냐에 이목을 집중시킨다. 단체장은 그 업종을 대표하는 상징적 인물이라는 점에서 관심은 언제나 상상 밖이다.

한국섬유패션산업을 이끄는 지도자, 그들은 어떤 인물들인가? 또 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덕목은 무엇인가? 답은 다름 아니다. 각 섬유패션 단체장들이 지도자라 할 수 있다. 또 지도자에게는 당연히 헌신적인 봉사와 자기희생이 뒤따른다. 그러면서도 늘 외롭고 고달프다.

21C 한국의 섬유패션산업 청사진은 세계 4강 재도약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분홍빛 청사진은 미래에 대한 희망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당장 산업의 현실은 아비규환 상황을 방불케 한다.

섬유패션 각 스트림마다 가동률이 50% 언저리에서 맴돈다. 반 토막 가동률에도 재고가 줄기는커녕 갈수록 수위를 높여간다. 수출도 내수도 어느 하나 온전치가 못하다. 섬유패션산업 전반에 걸쳐 또 구조조정이라는 칼바람에 휘둘려야 할 판이다.

섬유패션산업의 환경은 최악 상황으로 치닫고 있지만 산업이 나아갈 큰 방향마저 흔들려서는 안 된다. 분명하지만 한계기업은 있으나 한계산업은 없다. 섬유패션산업은 어느 산업 못지않게 미래지향 가치창출 산업으로 주목받는다. 한 순간 산업 자체가 패닉상태로 내몰리기도 하지만 결코 공멸의 늪으로 빠지지는 않는다. 바로 지도자를 필요로 하는 이유가 된다.

섬유산업이 폭풍성장을 질주하던 70·80·90년대 각 섬유단체장들의 위상은 어느 자리에 못지않았다. 이 때문에 자천이든 타천이든 단체장을 맡겠다는 인사가 많았다. 새로운 단체장을 선출하는 단체의 경우 정기총회가 열리는 날엔 회원사들로 넘쳐났다. 산업의 성장이 부른 효과였다.

그러나 2000년대 들면서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저성장 늪에 빠지면서 단체장 자리 기피를 불렀다. ‘단체장에 오르면 자기 기업은 망한다’는 흉흉한 말까지 나돌았다. 이젠 흔쾌히 맡겠다며 나서는 지도자를 찾기가 힘들 정도다.

올해 정총시즌은 유독 굵직굵직한 섬유패션단체들의 단체장에 대한 인선이 줄을 잇는다. 면방 화섬 니트 염색 패션 등 각 섬유스트림을 대표하는 단체가 그 대상이다. 또 염색 패션 섬유수출입조합 등 10년 이상 장수 단체장들의 거취는 뜨거운 관심사다.

이 달 섬유패션단체들의 정기총회 최고 관전 포인트는 단연 장수 단체장에 대한 물갈이에 모아진다. 특히 염색 패션 섬유수출입조합 등 3개 단체의 현 단체장에 대한 거취는 빅 이슈다. 3개 단체장은 모두 3연임 이상 하면서 10년 이상 단체와 업계를 이끌었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용퇴냐, 연임이냐. 여기에 새로운 지도자는 누구인가? 2월 섬유패션단체 정기총회 시즌을 맞아 임기만료를 앞둔 단체장의 거취가 대부분 윤곽을 드러냈다. 관심을 불렀던 장수 단체장들의 거취 역시 가닥을 잡았다.

섬수조 새 이사장
민은기 동성교역·성광 사장

박상태 한국섬유수출입조합 이사장(성안그룹 회장)은 일찌감치 용퇴 결단을 내렸다. 용퇴는 4연임을 수락하는 조건이었다. 새 바통은 수석 부이사장 민은기 동성교역·성광 사장이 넘겨 받는다. 새 이사장에 오르는 민 사장은 섬유산지와 섬유수출을 대표하는 섬유경영인으로 명성을 떨쳐왔다.

오랫동안 섬수조 이사와 부이사장을 맡아 내부사정에 정통하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또 특유의 친화력에 해박한 학식까지 두루 갖췄다. 그는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2013년 섬유의 날에 은탑산업훈장을 수훈했다.

패션칼라연 새 회장
백성기 한신모방 사장

김해수 한국패션칼라산업협동조합연합회 회장(대한염직 대표이사)도 오는 26일 3연임 11년 회장직을 내려놓는다. 대구경북패션칼라산업협동조합 이사장직 10여년을 포함하면 무려 21년간 업계를 위해 봉사해 왔다.

김 회장 후임에는 백성기 부산패션칼라산업협동조합 이사장(한신모방 대표이사)이 바통을 물려받는다. 신임 백 회장은 대구경북 부산경남 서울경기지역으로 나눠 순차적으로 맡는다는 연합회의 의사가 반영됐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패션협, 원 회장 4연임 Go~
반면 원대연 한국패션협회 회장은 재연임에 힘이 쏠린다. 원 회장은 지난 11년간 협회 회장을 맡아 왔다. 그는 지난달 20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그동안 진행해온 이천물류단지와 하남패션특구개발 등과 관련 마무리작업을 책임지기 위해 3년간 더 일하겠다”는 연임의사를 밝혔다.

현재 패션협회 차기회장 선출과 관련 회장을 맡겠다며 공식 의사를 밝힌 인사는 없다. 이 상황에서 원 회장의 연임은 거의 굳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패션협회는 오는 11일 양재동 엘타워에서 정기총회를 갖는다.

방협, 김준 회장 체제 확고
장수 단체장 인선 못지않게 섬유 간판단체 면방 화섬 니트 단체장 선출도 관심사다. 현재로서는 3개 단체 모두 현 단체장의 연임론에 추가 기운다. 대한방직협회는 회장임기를 1년으로 정해 매년 회장 선임절차를 밟는다. 2013년 회장 바통을 넘겨받은 김준 회장(경방 대표이사)은 2년 째 보수 전통의 방협을 탈 없이 이끌었다는 평가다. 연임은 이변이 없는 한 확고부동하다.

화섬협, 박경탁 회장 유임에 추가
박경탁 한국화섬협회 회장도 현재로서는 연임에 추가 기운다. 박 회장은 산업부 출신이 아닌 외무부 출신 외교관으로 관심을 모았다. 박 회장의 연임 여부에 따라 앞으로 화섬협회 회장 자리는 산업부가 아닌 외교부 몫으로 옮겨간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예단은 금물이다. 정기총회 3일전 까지 후임 인사 통보가 없다가 정기총회 날짜 임박해서야 새 인물을 추천한 전례가 있다. 박 회장의 연임에 힘이 쏠리지만 막판 뚜껑은 아직 열리지 않았다.

니트연, 자천타천 인사 물망
이재식 대한니트공업협동조합연합회 회장(협동물산 대표)은 일찌감치 연임에 강한 의욕을 내비췄으나 연임가도에 변수가 터졌다. 현재 차기 회장 후보에 자천타천으로 2~3명의 인사가 거론되는 상황을 맞았다. 이 회장은 니트연 이사회가 열리는 오는 12일 전까지 업계의 단합을 깨는 경선보다 당사자 간 담판으로 유임여부 수순을 밟을 것으로 알려졌다.

섬유패션 단체 대부분이 차기 단체장 선임과 관련 교통정리가 거의 끝난 상황에 비춰봤을 때 니트연 회장 후보 단일화는 이제 시작이라는 점에서 각별한 관심을 모은다. 당장 현 이 회장의 지도력과 봉사정신이 시험대 위에 오른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오는 26일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리는 니트연 정기총회가 올해 섬유패션단체 정총의 최고 빅 매치의 장으로 떠오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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