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글같은 패션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오늘도 꿈을 만드는 신진 디자이너들, 음지에서 묵묵히 자신의 길을 쫓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화려한 무대 위에서 많은 이들의 박수를 받는 기성 디자이너들도 모두 인고의 시간을 거쳐서 지금의 자리에 올랐다. 본지는 이번 연재를 통해 ‘나만의 옷을 만드는 일’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다는 신예을 재조명하고자 한다. 힘들지만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본업에 매진하는 이들이 있기에 한국 섬유패션산업 미래는 밝다.
디자이너계의 ‘작은 거인’이 있다.
아담한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신혜영 디자이너와 그의 의상 ‘분더캄머(WNDERKAMMER)’에서 느껴진다. 런칭 5년차인 ‘분더캄머’는 2015 서울패션위크 제너레이션 넥스트(GN)를 통해 대중에게 한발짝 더 다가갔다. 미니멀한 실루엣과 자연스러운 소재로 ‘어떤 피사체에도 지지 않을 강렬함’을 담았다.
이번 컬렉션은 ‘변동림’을 뮤즈로 컨템포러리 모던 걸을 보여주려 했다. 변동림은 1930~50년대 당대 최고의 작가 이상과 추상 미술가 김환기의 아내였으며 작은 체구와 세련된 애티튜드로 ‘멋쟁이’라고 불렸다. 어쩌면 신혜영 디자이너와 변동림은 비슷하지 않은가? 실제로 그도 닮고 싶어 한다.
신혜영 디자이너는 “카메라가 나타나기 전 간직하고 싶은 물건들을 수집해 놓은 자신만의 비밀의 방을 일컫는 말이 ‘분더캄머’이다”며 “나중에 그 방자체가 주인의 취향을 고스란히 담은 하나의 컬렉션으로 완성되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번 쇼가 신 디자이너의 취향이 가득 담긴 하나의 컬렉션이지 않을까 싶다. 평상시 그의 스타일도 ‘분더캄머’ 그 자체다.
신 디자이너는 어렸을 때부터 막연히 디자이너가 되고 싶었고 대학교, 대학원 모두 의상학과를 전공했다. 틈틈이 그렸던 손그림 덕분에 ‘톰보이’ 일러스트 아티스트와 광고 디렉터로 현업에서 일했지만 과감히 뛰쳐나왔다.
그는 “지금 생각해보면 처음 브랜드를 시작했을 때가 가장 힘들었지만 가장 재밌었다”며 “생산, 유통 등 아무것도 몰랐던 그때는 정말 맨땅에 헤딩하듯 하나부터 열까지 스스로 찾아야했다. 생산 공장을 무작정 찾아가 문전박대 당하는 경우도 많았고 판매할 곳을 찾기 위해 보따리상처럼 짐가방을 양쪽 어깨에 들쳐 메고 직접 매장을 다녔다”고 말했다. 작은 거인의 열정과 에너지가 가장 빛났던 시기가 않을까 싶다.
‘분더캄머’는 이번 첫 컬렉션으로 주목을 받는 이 시점이 기회이자 기로라고 본다. 신 디자이너는 “버티는게 이기는 것이다. 아이덴티티는 유지하면서 계속 젊은 브랜드로 나아가고 싶다”며 “다양한 홍보 활동을 통해 저와 브랜드를 알리려고 한다”며 계획을 밝혔다. 얼마 전 신 디자이너는 모 전자회사와 온라인 CF를 촬영했다. 4월 말부터 인터넷 광고, 영화관 등에 상영될 예정이다.
2012년부터는 귀엽고 젊은 층이 타겟인 세컨 이지브랜드 ‘준’을 통해 다양한 시장을 노렸다. ‘준’은 매시즌 디자이너가 직접 그린 손그림이 프린트된 제품이 출시되며 고객들의 반응도 뜨겁다.
‘분더캄머’와 ‘준’은 두타에 위치한 직영매장, 어라운드코너 가로수길점과 코엑스점 등에 입점돼 있으며 온라인 편집샵인 29CM와 W컨셉 등 다양한 유통 채널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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