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랑·나의 패션 80년[국제패션진흥원 최경자 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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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섬유신문 / 유수연기자 [email protected]
  • 승인 2006.10.1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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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규모 의상실의 등장

60년대 후반 대형 양장점 퇴조
젊은 디자이너들 주도 신풍조 확산

60년대가 후반으로 기울면서 우리 복식업계에서 또하나의 새로운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그때 까지 명동을 중심으로 한국의 의상 패션을 리드하던 큰 양장점들이 차차 퇴조하고 의상실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경영형태가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양장점 하면 마네킹이 멋진 옷을 입고 서있는 쇼윈도우가 먼저 연상될만큼 당시의 양장점은 큰 길가 건물의 1층에 당당히 자리를 잡고 전면을 크고 화려한 쇼윈도우로 장식해서 지나는 고객들의 발길을 멈추게 하곤 했다.
그러나 이처럼 번화한 거리의 대로변 건물 1층을 세얻자면 비용이 만만치 않게 많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므로 60년대 들어서 배출되기 시작한 젊은 디자이너들이 기존 스타일의 양장점을 차

린다는 것은 경제 여건상 여간 힘든일이 아니였다.
그래서 생겨난 것이 ‘의상실’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양장점 형태다.
이들이 등장하면서 우선 달라진것이 입지조건.
기존 양장점의 입지 조건이였던 번화가 대로변 건물 1층이란 정석을 깨고 세가 싼 뒷골목 건물의 2층이건 3층이건 가리지 않고 의상실을 시작한 것이다.
점포 면적도 이전처럼 넓지 않고 오히려 옹색하다 싶을 만큼 작은 골방들이 대부분이였지만 오히려 소박하고 개성적인 샵도 드물지 않았다.


쇼윈도우는 물론 없었고 실내 장식도 대부분 디자이너 자신의 아이디어와 솜씨로 참신하게 꾸며서 고객들에게 친구집을 방문한 듯한 친밀감을 느끼게 했다.
좀더 여유가 있고 고답적인 멋을 추구하는 이들 중엔 아예 옷감의 진열을 하지 않고, 유명 화가의 그림을 걸거나 클래식한 음반을 준비해서 화가의 아틀리에나 예술 사진작가의 스튜디어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이런 고답적인 실내 분위기는 한쪽은 옷을 사고 또 한쪽은 옷을 판다는 상거래 행위, 즉 장삿속에 대한 의식을 무디게 하는 예상밖의 효과를 가져와 그때까지 양장점에서 흔히 있어오던 옷값 흥정이나 에누리가 저절로 사라지는 구실까지 했다.
뿐만 아니라 일부에 그치는 일이긴 했지만 몇몇 이름을 날리기 시작한 디자이너의 의상실에는 감히 의상값을 묻는다는 것이 디자이너의 작가적 품위를 훼손하는 무교양적이고 몰상식한 행위라는 식의 웃지 못할 분위기가 조성되기도 했다. 이른바 카리스마 디자이너의 등장이라고나 할까....


그때문인지 고객들은 돈내고 옷해입는 것이 마치 고명한 예술가들의 작품을 입게되어 영광인듯한 착각에 사로잡히게 되었다.
이 때문에 처음부터 옷값을 따져 묻지 못한 탓에 나중에 발부된 엄청난 청구서를 항의조차 못하고 지불하는 넌센스도 심심치 않게 연출되곤 했다.
이렇듯 처음엔 양장점을 차릴 경제력이 없는 젊은 디자이너들이 궁여지책으로 시작한 의상실이 투자 비용이 적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옷값을 기존 양장점보다 더 높게 받음으로써 그때까지 여성용 양장보다 남자 신사복이 더 비싸던 전통을 깨는 간접적 역할까지 했다.


물론 이런 현상이 일어나기까지엔 일부 헛된 명성과 출세욕을 앞세운 몇몇 디자이너들의 탓이 더 크다.
그러나 이처럼 역기능적인 면도 없지 않았던 반면 착실한 운영으로 젊은 층의 고객을 확보함으로써 백화점등에 기성복 코너를 여는 등, 부띠끄로까지 발전시킨 이들도 많다.
이 때문에 패션은 사치의 상징이라는 말이 나왔는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대규모 기성복 메이커가 출현하기 까지 과도기적 현상으로 등장한 의상실은 그때까지 자본을 가진 양장점 주인 밑에서 고용살이를 할 수 밖에 없었던 디자이너들의 현실적 지위를 탈바꿈 시키는데 크게 한몫을 했다고 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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