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렉션, 정확한 기획력·사명감 있어야
후배 디자이너, 가슴 벅찰만큼 잘하고 있어 ‘즐거워’
일시적으로 ‘튀는 것’과 ‘저력’은 전혀 다른 개념
옥석을 걸러내는 시스템 마련 ‘절실’
한국패션계의 대모(代母) 진태옥씨가 최근 국내외에서 명성을 높이고 있는 한국 디자이너들의 현황과 컬렉션의 방향. 그리고 자신의 디자인 철학에 대해 말했다.
국민소득 2만불대로 진입하는 시점에서 그는 한국패션이 아시아의 대표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이 ‘기획력’이며 문화전달자로서의 ‘사명감’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한 산업이 부흥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에게 일할 가치를 만들어주는 것과, 모든 정책기획에 있어 정확한 판단 자료를 기본으로 국가적 백년대계를 기획해야 하다는 것도 강조했다.
최근 후배 디자이너들의 활약에 대해서는 “때때로 가슴 벅차질 만큼 잘하고 있다. 그러나 ‘일시적으로 튀는 것과 저력은 전혀 다른 개념’이라며 옥석을 정확히 걸러낼 수 있는 완전한 시스템 마련이 절실하다는 말을 했다.
그는 디자이너들에게 종종 일고 있는 카피논쟁에 대해서도, “패션은 시대와 문화를 반영하는 거울이므로, 그 시대에 태어나 전혀 엉뚱한 것 한다면, 그것이 오히려 가짜”라며 일축했다.
그러나 디자이너가 불행한 이유는 ‘항상 비평의 대상이 되는 것’이라며, 진짜 디자이너는 끊임없이 노력하고 새로운 세계를 갈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래서 그는 항상 그 자신하고의 관계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의 상대는 나. 내가 내 작품 가지고 평을 한다는 생각으로 살아간다는 것이다.
그 작품을 사랑할 수 있고 내가 이 작품에 대해서 잘못하고 있지 않다는 신념을 가질 수 있기를 항상 갈망하는 것이 디자이너의 숙명이라는 것이다.
컬렉션에 대한 신념도 확고하다.
디자이너에 있어 컬렉션은 그저 컬렉션일뿐. 이데올로기는 높은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언급을 회피한다.
SFAA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기에 한국 컬렉션 발전 방향에 대해 준비도 많이 했고, 생각도 많이 했지만,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이 있기에 함부로 말하거나 주장하지는 않게 되었다고.
그러나 그는 컬렉션의 생명은 ‘지속성에 있다’는 생각만큼은 변함이 없다.
하나를 하더라도 알차고 야무지게, 남보다는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디자이너들도 하나 둘 눈에 띄고 있다.
보다 체계적이고 정확한 프로그램속에서 한국시장이라는 작은 고치를 깨고 세계로 훨훨 날아오르는 나비의 꿈을 말해주는 그의 눈빛이 여전히 빛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