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이시원 (주)부천 회장
■인터뷰 | 이시원 (주)부천 회장
  • 한국섬유신문 / 전상열 기자 [email protected]
  • 승인 2009.07.06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고 추구 42년 섬유의 길 “제품에 魂을 심어라”

늘 위기의식 갖고 준비에 만전
니트 큰 틀에서 진화 재진화
새성장 찾아 환편 직물 출사표

“기업인으로서 기업성장을 위해 지켜야 할 사명감 중 하나를 꼽는다면 ‘늘 위기를 염두에 두고 준비해 나가야한다’는 겁니다. 자기의 능력과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모험을 감행해 결국 모두에게 피해를 준 사례는 부지기수 아닙니까. 현재의 좋은 결과라도 결코 미래를 보장하지는 않아요. 지난 35년 동안 섬유기업을 경영해 왔지만 큰 탈 없이 오늘에 이른 것은 過猶不到, 이와 무관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얼굴에 늘 온화한 미소가 흐르는 이시원 (주)부천 회장. 얼굴뿐만이 아니다. 대화 도중 묻어나는 언변의 부드러움은 늘 주위를 화기애애하게 만드는 에너지가 된다. 이 회장에 대한 주위의 평가는 부드러움의 미학이 무엇인지 몸으로 보여주는 인물이라는 것이다. 2004년경으로 기억한다. 기자는 이 회장과 동종제품을 생산하는 모 회사 회장과 대화를 나누던 중이었다. 그런데 그가 갑자기 물어왔다.“부천의 이 회장은 같은 말이라도 나 같은 스타일로 하지는 않지요.” 그의 물음에 기자는 빙긋 미소만 지울 수밖에 없었다.(후담이지만 모 회장은 화끈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이는 이 회장의 부드러움을 아는 분이라면 모두 공감하는 동시에 부러워하는 한 예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사업에 대한 그의 열정만큼은 부드러움을 능가하는 강한 카리스마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바로 맺고 끊음에 대한 단호한 결단력이 그것이다. 그는 늘 진출과 중단이라는 기로에 놓이면 그만의 독특한 통찰력으로 정면 돌파해왔다. 잘 나가는 자수직물 포기와 함께 미래가 밝다는 인공피혁 철수는 남의 허를 찌른 결단으로 평가받는다. 또 트리코트 생산규모 축소는 양보다 질로 성장을 추구하는 그 만의 경영전략을 강하게 부각시킨다. 나방이 누에고치에서 벗어나는 데 전력을 다하듯 그의 통찰력과 결단력은 (주)부천 진화의 요체가 되는 원천에너지 그 자체다.
이시원 (주)부천 회장은 45년생 해방둥이 기업인이다. 대구 계성고와 영남대학교 상학과를 졸업했다. 67년 남선물산 입사는 그가 평생 섬유의 길을 걷는 이정표가 된다. 그는 늘 관리전문가가 되겠다는 자기암시적인 주문과 함께 생산제품의 고급화를 추구해 왔다. 2가지 金科玉條는 그의 42년 섬유인생을 이끌어 온 절대적인 가치가 된 것이다. 그는 늘 주위 사람들에게 “생산현장을 철저히 관리하고 기본원칙을 지켜야 기업이 성장하고 생존한다”고 말한다. 관리를 근간으로 해야 고급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는 의식의 발로였다.
그는 평소‘나의 제품에 인격을 담아내라’ 또 ‘많은 노력을 하라’고 강조에 강조를 거듭한다. 판매가격이나 원가개념에 신경을 쓰기보다는 내가 지켜야하는 신뢰를 제품에 담아내야 하고 시장상황이 변동되더라도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깊은 뜻이 담겨져 있다. 이익만 추구하는 것은 절대 금기사항으로 삼을 정도다. 서로가 덕을 얻고 도움을 주고받는 것을 철저히 실천하는 것이다. 또 제품에 고민한 흔적, 즉 땀이든 기술이든 관리이든 노력 자체가 묻어나야 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 한마디로 (주)부천의 제품은 사용하는 데 불편해 하지 않아야 한다는 뜻이다.
그의 이 같은 경영관은 95년 KBS TV 광복 50주년 특집 해방둥이 기업인으로 단독 선정돼 취재·보도되는 영광과 99년 내외경제신문 선정 기업부문 ‘새 천년 이끌 밀레니엄리더’라는 영예를 안겼다. 그리고 2005년 제19회 섬유의 날을 맞아 은탑산업훈장 수훈을, 2009년 영남대학교가 선정한 ‘자랑스러운 영대인상’ 29번째 수상자가 되는 겹경사를 맞았다.
“하반기부터 환편직물 생산에 나섭니다. 이미 셋팅이 끝난 설비는 시제품 생산에 들어갔어요. 후속설비 구축도 차질 없이 진행합니다. 아직은 시장타진 단계에 있는 만큼 설비규모보다 시장에서 먹힐 수 있는 부천만의 품질을 확립하는 데 포커스를 맞췄습니다. 양보다는 질을 우선해야지요.”
올 들어 이 회장은 또 하나의 승부수를 던졌다. 바로 환편 직물 사업 진출이다. 그는 (주)부천 창립 35년 동안 섬유산업이라는 큰 울타리 안에서 그만의 진화를 거듭해왔다. 어망에서 랏셀 의류용 레이스로, 자수망사로, 자수직물로, 그리고 트리코트로의 사업영역 변화가 그것이다. 주목되는 것은 그의 사업방향이다. 늘 앞뒤 사업은 연관성이 있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그리고 그 틀 역시 니트라는 큰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다. 환편직물 사업 진출도 예외가 아니었다. 얼핏 새로운 분야 진출 같지만 35년 동안 니트라는 큰 틀에서 진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늘 최대보다는 최고를 목표로 삼아 왔어요. 제조업자는 명품을 만들어야 합니다. 나의 제품에 내 인격을 담아야 한다는 뜻이죠. 이는 기업인과 상인을 구별하는 척도가 됩니다. 우리의 혼을 담은 제품이 모두에게 이익을 안겨줄 수 있을 때 최고라는 가치로 빛을 발하는 것 아닙니까.”
그는 규모의 경영보다 이익 경영을 추구하는 대표적인 경영인으로 꼽힌다. 이 회장은 35년 동안 아이템을 전환할 때마다 모두 후발주자였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후발주자가 시장에서 뿌리를 내릴 수 있는 힘은 다름이 아니었다. 나의 제품에 내 인격을 담아내자는 것과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2가지 신조가 큰 버팀목이 됐다. 이를 위해 원가절약보다 원가충실이라는 개념으로 직원들의 긍지를 높이는 데 앞장서 왔다. 또 문화적인 소양을 넓히는데도 각별한 힘을 보탰다. 그리고 공장에까지 이 같은 혼을 불어 넣는 독특한 경영관을 불살랐다. 직원들이 회사는 나의 것이라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는 뜻에서였다. 이 때문에 자수직물을 생산하는 남동공단 부천공장은 한때 김건모·허수경 등 인기가수들이 앞 다퉈 콘서트를 열 정도로 문화공연의 장으로 이름을 날렸다. 그는 환편직물 사업도 이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말했다. 우선 밑그림을 그린 후 전체적인 구도를 잡아 (주)부천만의 특성이 살아나는 제품 생산으로 연계시킨다는 것이다.
“앞으로 디자인과 기능성을 양축으로 한 제품생산을 보다 강화합니다. 자수직물 생산에 따른 축적한 디자인 개발 노하우가 앞으로 (주)부천의 모든 제품에 경쟁력을 제고시키는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를 높여요. 또 트리코트는 기능성에 포커스를 맞춰 부가가치 창출에 주력합니다.”
이 회장은 디자인은 섬유산업에 있어서 생명이나 다름이 없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세계에 수많은 섬유업체가 있지만 독자적인 개발 노하우를 갖춘 업체는 손꼽을 정도라며 부천은 이 범주에 있는 국내 유일의 업체라고 강조했다. 그는 자수직물 디자인 개발과 관련 이 부문 인력이 전체의 15%에 이를 정도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한마디로 부천의 제품은 생산성 개념과는 거리가 멀다. 이는 외부 경기 영향은 적게 받지만 속도전에서는 약하다는 평을 듣는 이유가 된다.
“세계 섬유산업은 성장세를 타지만 한국 섬유산업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실망만 할 게 아니라 이를 긍정적으로 보는 발상의 전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봐요. 한마디로 산업재편의 좋은 기회로 삼는 것이죠. 쇠퇴기에는 늘 새로운 성장아이템이 나타나 돌파구를 열어젖히듯 말입니다.”
그는 과거의 성공에 집착만 하면 실패의 원인이 된다고 말했다. 섬유에 대한 투자는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주문도 덧붙였다. 자신이 먼저 개발에 나서고 진화에 속도를 더한다면 반드시 살아남는다고도 했다. 섬유의 용도가 우주 항공 자동차 등으로 확산되는 것은 큰 호재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회장은 100년 이상 존속한 일본의 장수기업들을 예로 들었다. 하나같이 미래예측력을 지녔고 인내력을 발휘해 왔으며 상황판단력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바로 중소기업이 대부분인 한국 섬유업체는 항상 위기의식을 갖고 긴장의 끈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는 당부였다.
“가업의 승계는 자연스럽게 이뤄져야 합니다. 억지로 자식에게 떠맡기듯 하면 자신은 물론 기업 직원들 모두가 불행해져요. 저는 자식이 진정으로 가업을 잇겠다는 뜻을 보일 때 경영수업을 시킬 겁니다. 자기가 좋아서 하겠다는 데 말릴 수는 없지 않습니까.”
/전상열 기자 [email protected]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법인명 : ㈜한국섬유신문
  • 창간 : 1981-7-22 (주간)
  • 제호 : 한국섬유신문 /한국섬유신문i
  • 등록번호 : 서울 아03997
  • 등록일 : 2016-11-20
  • 발행일 : 2016-11-20
  • 주소 : 서울특별시 중구 다산로 234 (밀스튜디오빌딩 4층)
  • 대표전화 : 02-326-3600
  • 팩스 : 02-326-2270
  •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종석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 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김선희 02-0326-3600 [email protected]
  • 한국섬유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한국섬유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