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권에서 제 목소리 내겠다”
융·복합 섬유 비전 제시하고 목표 달성
실속과 성과 위주 정책 추진
임기중 ‘자체브랜드’ 개발도 욕심나
대구경북 섬유산업에 남다른 애착을 갖고 있는 사람. 항상 후방에서 섬유산업발전을 위해 몸을 사리지 않았던 사람. 만시지탄이란 말이 어울리는 사람. 유일통상 박호생 대표(성안 부회장).
그의 평소 소신대로라면 평생 단체장 한번 못해 볼 것 같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21일 11시 한국섬유개발연구원 임시 이사회에서 임기 만료된 박노욱 이사장후임으로 단일후보로 나서 이사진 만장일치로 이사장 자리에 앉았다. 세 차례 고사 끝에 앉은 자리다.
-드디어 수락하셨네요.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하하, 나는 이사장하면 안 됩니까. 대구섬유 분위기 좋지 않습니까. 단체와 업계 그리고 정부, 지자체 모두 한마음으로 섬유산업을 재도약 시키려고 노력이 한창인데 작은 힘이라도 보태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동안 제도권 밖에서 잔소리를 많이 했지만 이젠 공인으로서 할 일을 한번 해볼까 합니다.
-어이쿠, 남은 몰라도 신임이신 박 이사장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니까 기대가 됩니다.
“아닙니다. 너무 기대하시면 곤란합니다. 지금도 부담이 큰데…그러나 연구소가 설립취지와 목적에 부합하는 역할을 해내기 위해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를 이끌어 내야 한다는 데는 대 찬성입니다.
-이춘식 원장 이하 연구원들도 같은 바람이겠지만, 현실적인 제약요인들이 만만하지 않을 텐데요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업계가 원하고 연구소가 갈 길이라면 어떤 방법으로든 접근해야 한다고 봅니다. 연구원 자체능력을 배양하고, 기술력을 갖춰 업계가 겪고 있는 애로를 타개해야 연구소의 위상을 세울게 아닙니까.
이 문제를 이사진을 비롯해 원장과 고민해서 중장기적인 해법을 마련해 보려고 합니다.
-업계 밀착형 연구소로 가기 위한 로드맵은 그려보셨습니까?
“무엇보다 성과 위주의 사업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싶습니다. R&D과제 수행에서부터 업계가 안고 있는 애로기술 타개에 이르기까지 실속과 성과를 우선시하는 추진방안이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연구소가 중, 대형 R&D과제를 매년 수행하고 있지만 업계밀착형 측면에서 볼 때 그 결과를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할 겁니다.
이를 위해 단기적으로 연구 인력의 가동효율 제고와 연구원 기술력강화, 산학연 협력체제 강화 등 3대 과제를 정해 추진해볼 생각입니다.
이러한 과제들은 순발력만 따라준다면 바로 성과로 나타날 수도 있다고 봅니다.
-현실적인 애로를 고려한 타개책으로 생각하시는 말씀으로 받아들여도 되겠습니까.
“물론이지요. 연구기관들이 여러 가지 현실적인 애로를 겪고 있습니다. 그동안 오랫동안 감사를 해왔기 때문에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렵다고 손대지 못하면 발전은 요원한 거 아닙니까. 가능한 재원을 모아 신규고급인력을 확충할 수도 있고 기존 연구 인력 능력을 배양하기 위해 여러 가지 프로그램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필요하다면 해외연수도 보내야겠지요.
-기대가 되는데요.
“하하, 너무 기대하시면 곤란합니다. 연구소가 업계 기술력보다는 좋아야 연구소 역할을 해낼 수 있다고 봅니다. 늦출 사안이 아니지요. 그리고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업계 기술력이 날로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연구기관들이 긴장의 고삐를 놓을 처지가 못 됩니다. 그럼 갈 길이 뻔하지 않습니까.
-중, 장기적인 연구소의 모습을 생각해 보셨는지요.
“글쎄요. 그동안 당면과제만 생각해 본 터라…그러나 섬유인이라면 한번쯤 생각해볼 그런 모습이 아니겠습니까. 섬유산업의 발전은 의류용에서 비 의류용으로, 다시 첨단 하이테크 섬유로…그럼 뭡니까. 전통섬유에서 벗어나 각 산업을 연계한 융·복합 섬유로 가야 하겠지요. 그런 비전과 목표를 갖고 현실적인 문제부터 풀어나가다 보면 연구소는 매년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궁극적인 목표는 업계가 찾아오는 연구소, 연구소는 업계로부터 기술료를 받을 수 있는 수준. 이게 아닐까요. 임기 중 연구소 자체브랜드 개발도 한번 욕심내볼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