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비결의 70%는 운, 30%는 PEPSE(열정·긍정)”
‘트위터·1:1 점심’ 자투리 시간 활용
서부석 대표가 직접 작성한 트위터 프로필은 간단명료하다. “저는 쌤소나이트코리아의 대표를 맡고 있는 서부석입니다. 샤넬, 발리, 프라다에 이어 직장생활 11년만인 2005년에 사장에 취임했습니다. 비결은 70%는 운, 30%는 PEPSE입니다.”
‘PEPSE’란 열정과 즐김, 긍정적 사고와 자신감, 실행력을 뜻하며 기업의 인재상이기도 하다. 서 대표는 벌써 1만 여개의 트윗(트위터에 작성한 글)을 올렸고, 현재 1500여 명의 팔로워가 그의 트윗을 읽고 있다.
SNS에 자신의 이름과 직위를 밝힌 유명 인사들이 흔히 일방적으로 자기 의사를 송신하는데 그치는데 반해, 서 대표는 기업 CEO는 물론 영화감독, 치과의사, 작가까지 다양한 직종과 나이의 1400여 명과 ‘맞팔(서로 팔로우 함)’하며 대화한다. 서 대표가 주도하는 소통은 전 직원들과의 1:1 점심식사, 연말 FUN 시상식, 온라인 다면평가를 통한 개별직원면담 등 쌤소나이트코리아의 여러 정책에도 반영되고 있다.
1천억 원 달성 고신장 비결은 ‘소통’
견고한 여행 캐리어로 유명한 ‘쌤소나이트’는 1910년 미국에서 런칭된 여행 가방 전문 브랜드다. 해외 여행객이 증가하면서 외형이 급속하게 성장하기 시작했던 쌤소나이트코리아는 작년 일본 지진과 방사능 공포, 글로벌 경기침체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43% 신장한 1천억 원 매출을 달성했다.
새로운 프랙티컬 캐주얼 라인 ‘쌤소나이트 레드’가 경량 및 첨단 소재를 사용해 젊은 고객들의 니즈를 충족시켰고, 중소백화점과 홈쇼핑 유통의 ‘아메리칸 투어리스트’도 순조롭게 전개되며 새 성장 동력이 됐다. 신규 라인 런칭과 함께 방송을 통한 공격적인 TV광고를 진행하면서 블로그와 온라인카페, 페이스북과 같은 SNS도 충분히 활용했다.
쌤소나이트코리아의 직원 수는 50명도 되지 않는다. 1천억 원 외형의 기업으로 놀랄 만큼  적은 인원이지만, 서 대표가 업무 틈틈이 1:1로 점심식사를 하는데 약 3개월이 걸렸다고 한다. 최정예로 구성된 직원들과 호흡을 맞추기 위해 점심을 함께했고, 처음에는 머뭇거렸던 직원들도 식사가 몇 번 거듭되면서 개인적 고민까지 말하게 됐다. 보다 인간적인 대화를 나누고 이해도가 높아지면서 업무 진행도 한층 원활해졌다는 평가다.
2009년 겨울부터 진행한 쌤소나이트코리아 ‘펀(Fun) 어워드’는 직원들에게 이색적인 상을 수여하며 소소한 재미를 안겨줬다. 가장 많은 매장을 방문한 영업직원에게 ‘이봉주상’을 주기도 하고, 야근이 많은 직원에게 속옷은 제대로 갈아입는지 심려하며 ‘야근상’으로 내의를 증정하기도 했다. 같은 상을 여러 번 시상하다보면 의례적인 행사가 될 수 있어 서 대표가 직접 직원들 각각의 개성을 반영한 새로운 부문을 구상하고 있다.
서부석 대표는 비즈니스 성공의 키워드로 ‘창의성’을 꼽았고, ‘소통’을 통해 그것을 획득할 수 있으리라 믿고있다. 정기 사내 회의는 40여 명이 전부 모여 진행한다. 주요 임원은 물론 팀장까지 전 직원이 참여한 회의에서 아이디어 미팅을 정기적으로 갖고 있다. 단 몇 사람을 거치면서 서로가 자신의 언어로 말하는 도중 처음과 전혀 다른 방향성과 맥락으로 이야기가 되기 때문이라고. 모든 미팅에 참여할 수는 없지만 가능한 기안 작성자 본인과 직접 소통하려고 한다.
트위터 통해 비즈니스부터 기부까지
지난달 쌤소나이트코리아는 사진작가 배병우와 ‘소나무’를 컨셉으로 한 콜라보레이션 여행가방을 출시했다. ‘쌤소나이트’의 여행가방 픽셀큐브 전면에 사진작가 배병우의 소나무 사진 작품을 프린트한 것으로 1,200개 한정 제작됐다. “공항에서 수하물을 찾을 때 빙빙 돌아가는 컨베이어 벨트를 보면서 내 가방을 찾느라 피곤함을 느꼈는데, 유니크한 소나무 프린트라면 눈에 잘 띄기도 하고 예술품을 감상하는 즐거움도 느낄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기존의 아이돌과 대중음악에 국한된 한류에서 탈피, 한국의 또 다른 예술적 감성을 자연스럽게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하고 있다. 이후에도 콜라보레이션을 위해 작품과 작가를 물색 중이며 이르면 내년 여름 새로운 콜라보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이번 소나무 여행가방은 2011년 UN이 지정한 세계 산림의 해를 맞아 기획됐지만 트위터가 진행에 큰 몫을 했다. 서 대표는 디자인 페어에 방문해 가방에 일러스트를 입힌 작가에 관심을 갖게 됐고, 그와 트윗을 주고받으면서 다른 여러 작가들을 알게 됐다. 해외 유명 아티스트와의 협업을 추진하던 중에 “한국에도 뛰어난 작품들이 많은데 우리 작가와의 콜라보를 진행하는 것은 어떻겠느냐”는 의견을 수렴했다.
수천억 원의 마케팅 비용으로도 개선하기 어려운 기업 브랜드 이미지가 트위터를 통해 쇄신될 수도 있다. 많은 기업 대표들이 이를 활용하고 있는데, 특히 서 대표가 팔로우 하고 있는 두산 박용만 회장은 비즈니스는 물론 사생활을 소재로 소소한 웃음을 준다고. “칼퇴하고 집에 오니 뷘마마 없다” “급하면 지하철 타지용”처럼 허물없는 트윗을 접하다보니 어느 새 두산의 기업 이미지 자체가 달라 보이게 됐다고 한다.
서 대표 역시 트위터로  지인들과 신년인사를 나누거나 안부를 전하며 거리감 없는 대화를 나누는 편. 그러나 트위터로 대화의 수위를 조절 못할 경우 기업 대표로서는 카리스마를 잃을 수 있어 적당한 거리감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가족과 대화하거나 독서하는 시간이 부족하지 않도록 주의하고 있다.
서 대표는 여러 ‘트친(트위터 친구)’들과 아침인사를 나누는 ‘떼멘(멘션에 있는 사용자 여럿에게 글 보내기)’으로 하루를 시작해, ‘쌤소나이트’ 매장을 방문하거나 새로운 상품이 출시될 때면 가끔은 홍보성 ‘생계형 트윗’도 올린다. 얼마 전에는 비즈니스와 전혀 관계가 없는 소설가도 알게 됐다. 영화 ‘도가니’ 공지영 작가와 제작사, 배우 공유가 참석한 행사에서 농아 청소년 학생들과 인솔교사들에게 백팩을 전달했다.
서 대표는 “그 이후 공지영 씨가 감사의 뜻으로 직접 싸인을 해서 책을 여러 권 보내주셨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오랫동안 업계에 몸담고 있다 보면 비즈니스나 업계에 한정되며 시야가 좁아질 수 있는데,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다채로운 시각을 접하면서 이를 극복할 수 있었다고 한다. “지금까지 접하지 못했던 새로운 이들의 시각을 비즈니스로 접목, 창의적인 발상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됐다”며 SNS를 통한 자유로운 대화의 힘을 실감했다고. 취재 이후 기자의 ‘맞팔’ 요청에도 선뜻 응했다.
글=김송이 기자 [email protected]
사진=최한솔 [email protected]
저작권자 © 한국섬유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