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터치] 안동진 영텍스 전무 - ‘명품을 만들어야 산다’
[이슈 터치] 안동진 영텍스 전무 - ‘명품을 만들어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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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때때로 혁명적인 제품의 등장으로 모든 양상을 뒤바꿔 버린다.” 스티브 잡스가 한 말입니다. 제조업자로서 소비자들이 사고 싶어 갈망하는 물건을 만들지 못하면 제조업을 할 이유가 없습니다. 스티브는 매우 특별한 물건을 만들어서 성공했지만 특별함이 아닌 단순함으로도 그런 성공을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비싼 벨트 중의 하나로 꼽히는 에르메스의 “H” 버클은 명품족의 패션을 완성하는 가장 중요한 마무리 도구중의 하나입니다. 이 매혹적인 벨트는 그저 에르메스의 “H”자를 금속으로 주물을 부어 완성한 매우 단순한 물건이지만 소비자의 마음을 흔드는 범상치 않은 포스가 느껴집니다.

그것이 소비자로 하여금 이 물건을 손에 넣고 싶어하는 욕망을 불러 일으키는 것입니다.
도쿄에 오자사라는 전통 과자 제조판매 회사가 있습니다. 그들이 만들어 파는 과자는 오로지 두 가지뿐입니다. ‘양갱 그리고 모나까’.

하지만 이 환상의 양갱을 사기 위해 고객들은 새벽 4시부터 줄을 서야만 합니다. 놀라운 것은 이것이 1969년부터 시작된 풍경이라는 점입니다. 그들은 많이 만들지도 않습니다. 하루에 단 150개만 만들어 팔고는 끝입니다. 아무리 많이 사고 싶어도 한 사람 당 5개 이상은 살 수도 없습니다.

유명한 영화감독 야마모토 가지로가 임종 전에 오자사의 양갱을 먹고 싶다고 하여 오자사는 더욱 유명해 졌습니다. 삶을 마감하는 순간에 마지막으로 한번 먹어보고 싶은 음식이 된 것입니다.

사이타마현에 있는 쓰지타니 공업은 종업원 30명 규모의 작은 공장이지만 세계 최고의 투포환을 만들 수 있는 유일한 회사입니다.

평범한 쇠뭉치로 보이는 포환은 극도로 단순해 보이지만 각각을 20g 이내의 오차로 정밀하게 깎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작업이라고 합니다. 그들이 만든 정밀한 포환은 올림픽에서 금, 은, 동메달을 모조리 휩쓸어서 유명해졌습니다.

이처럼 명품은 단순하고 범용성 있는 소재에서 나오기도 합니다. 그것이 특별한 이유는 애플의 그것처럼 아무도 생각해 낼 수 없는 특이한 물건이어서가 아닙니다. 단순하지만 그 안에 그것을 만든 사람의 혼이 깃들어있는 장인 정신의 소산이라는 것입니다.

원단은 그런 것이 없을까요? 우리가 그런 원단을 만들려면 먼저 단순한 발상에서 출발해야 할 것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원단은 단연코 Bottom원단이며 가장 많이 팔리는 Bottom원단은 150년 역사를 자랑하는 데님입니다.

세상에서 두 번째로 많이 팔리는 Bottom원단이 치노(Chino)입니다. 치노는 최근 중국에서 인도로 주도권이 넘어간 코어(core) 중의 코어 아이템입니다. 이렇게 범용성 있는 원단에서 명품이 나와야 합니다.

누구나 만들고 있지만 내가 만드는 물건은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특별함이 필요합니다. 그런 물건을 만들려면 셀 수 없이 많은 시행착오와 장인정신에 불타는 장인혼이 있어야 합니다. 투포환은 누구나 만들 수 있지만 오차가 20g 이내인 투포환은 누구도 만들 수 없었습니다.

면 치노는 쾌적하고 적당히 후도감 있는 아주 활용도가 높은 원단이지만 단 한번만 입어도 세탁이 필요한 불편한 소재입니다. 이런 단점을 개선하기 위하여 많은 가공 공장에서 링클 프리와 DWR을 개발했지만 아직 놀랄만한 혁신을 이룬 곳은 없습니다.

다운프루프(Down proof) 원단은 F/W에 가장 많이 쓰이는 원단 중 하나지만 down bag을 쓰거나 코팅 또는 라미네이팅을 해야 완벽한 다운프루프가 가능합니다. 하지만 경량화가 대세인 최근의 트렌드는 코팅이나 라미네이팅 없는 다운프루프 원단을 절실하게 요구합니다. 이런 기술을 일본은 이미 가지고 있지만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쌉니다.

우리가 도전해야 하는 분야가 바로 이런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번 도전해 보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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