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토프’ 젊은 매니아 인기 한 몸에
천 가방 브랜드 ‘에토프(etoffe)’는 홍대 상권과 이태원 경리단길에서는 여느 유명 브랜드 못잖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디자인과 제작을 손수 하고 있는 이나영 씨는 자체 기획 가방과 동시에 한복 스튜디오 이노주단을 비롯해 일본 뮤지션 토쿠마루 슈고, 초콜렛 카페 비터스윗나인 등 여러 아티스트나 상점과 협업도 진행하고 있다.
지난 4월 ‘마르쉐@서초 with 베이직하우스’에서 오가닉 티셔츠 제작 과정을 선보였고, 이달 홍대에서 열린 ‘제 3회 과자전’을 위한 가방도 높은 인기를 얻으며 절판됐다. 실크스크린 수작업으로 소량한정 제작돼 제품의 대중화는 어렵지만, 다양한 이들과의 소통으로 완성된 감성적인 그림과 가방이 눈길을 끈다.
-‘에토프’는 어떻게 시작됐나.
2년 전 수영장 친구들과 함께 들고 싶어서 가방을 만들었는데, 홍대 거리에서 자주 눈에 띄어 판매 제의를 받았다. 이후 지금까지 약 스무 개 가량의 가방의 그림을 그리고 실크스크린 작업을 했다. 오브젝트를 시작으로 비터스윗나인, 이노주단, 수카라, 가가린 등에서 판매되고 있다.
-작업 과정을 말해 달라.
동대문에서 천 가방을 주문한 다음, 판을 직접 짜 실크스크린을 한다. 한 디자인으로 찍을 수 있는 양은 보통 70~80장이고, 최대 150장까지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작업한 것을 널어놓을 공간이 부족해 거의 30~40장씩 몇 회에 걸쳐 작업을 한다. 가격은 1만 원 안팎인데 내 그림으로 만드는 가방만으로는 지속할 수가 없고, 협업을 하는 동시에 간간히 외주도 받는다. 평소 드로잉을 해 두고 자금이 마련되면 가방을 진행하는 편이다.
-일을 위한 에너지, 협업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얻나?
홍익대학교 동양화과 05학번인데 졸업하고 취업활동을 하지 않고 홍대 카페 비하인드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커피 뽑고 빵 구우며 지냈다. 큰 야망없이 ‘에토프’를 시작했고, 그런 즉흥적인 성격과 얼기설기함, 여유가 그림과 가방에 배어 나오는 것 같다. 협업은 주변의 재미있는 친구들에게 내가 먼저 제안을 한다.
최근에는 테일러커피, 이노주단, 또 연남동의 그람모 키친이라는 레스토랑과도 일을 시작했다. 다른 사람들과 작업할 때는 중간에 여러 번 만나 상의를 한다. 완벽한 결과물을 한 번에 내는 것이 아니라서 어설퍼 보일지도 모르지만, 의견을 나누면서 결과물이 훨씬 더 좋아지는 경우가 많다.
-혼자서 꾸려나가며 어려움은 없나.
대부분 위탁 판매여서 자금 회수가 어렵다. 먼저 제의가 온 경우 사입으로 진행해 보려고 하는데 거의 성사가 안 된다. 그렇다고 판매처를 여기저기 늘리면 기존 매장에 소홀해질 수도 있고, 각 매장 보유 재고가 충분하지 않게 될까 고민이다. ‘에토프’와 컨셉이 딱 맞는 매장도 별로 없다고 생각한다. 너무 세련되고 규모가 큰 매장과는 안 어울리는 것 같다.
또, 일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대기업 첫 외주가 카메라 브랜드의 가방이었는데, 시안이 전부 퇴짜를 맞아 결국은 카메라 정밀 묘사를 해 줬다. 그런 작업은 재미도 보람도 없고, 결과도 만족스럽지 못하다.
-앞으로의 계획은?
고유 패브릭 디자인을 바탕으로 다양한 품목을 제안하는 마리메꼬, 미나 페르포넨을 좋아하는데, 이처럼 직접 디자인한 원단을 활용해 쿠션, 앞치마 같은 라이프스타일 제품을 만들고 싶다. 곧 이태원 경리단길 근처에 작업실을 열면 그간의 작업도 잘 정리해 두려고 한다.
저작권자 © 한국섬유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