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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사엔 未來에 대한 준비와 계획이 따르는 법이다.
그래서 빈틈없는 사전조사가 필요하고 결과에 대한 신
빙성도 제시돼야 한다.
집안일이든 나라일이든 규모면에서 차이는 있을 수 있
지만 일의 순서나 내용에선 차이가 있을 수 없다.
나라일을 맡아 백년대계를 책임지는 사람들이야 그 중
요성과 책임의 정도를 무엇으로 설명하랴.
독일이나 이태리인이 미래를 미리 보는 준비성과 계획
성에 있어 철두철미하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다.
2백년이란 역사를 가진 미국도 계획성과 준비성은 높이
살만하다.
그들의 건축공사 현장을 가보면 한눈에 이를 알 수 있
다.
벽돌을 쌓을 때 하루에 쌓는 량이 정해져 있어 3단 정
도를 넘지 않는다.
더 쌓을 수 있는 자재와 인력과 시간이 있어도 이를 어
기지 않는다.
시멘트가 굳는 시간을 기다리기 위해서다.
시멘트가 굳을 시간적 여유도 없이 단 하루만에 벽을
다 쌓아버리는 우리의 그것과는 큰 대조를 보이고 있
다.
레미콘과 벽돌의 강도에서도 큰 차이를 실감할 수 있
다.
국산 벽돌은 웬만하면 손으로도 깰 수 있는 강도에 불
과하지만 그들의 벽돌은 망치로 두들겨도 좀체 깨지지
않는다.
마치 돌덩이 같은 게 그들의 벽돌이다.
그래서 부실공사가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우리는 벽돌하나만 봐도 부실의 위험성을 예견
할 수 있다.
준비성과 계획성이 몸에 배어버린 그들과 그렇치 못한
우리의 차이다.
대구의 「아시아 밀라노 프로젝트」도 그 준비성과 계
획성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볼 때가 됐다.
6천8백억원을 투자, 대구 섬유산지를 직물과 패션·유
통의 도시로 육성시킨다는 게 「아시아 밀라노 프로젝
트」의 골자.
5년만에 이를 가시화 시킨다는 정부의 계획이다.
정부의 이러한 의지에 대해 대구는 물론이고 국내 전
섬유업계가 사기를 얻어 환영일색이다.
그러나 밀라노 프로젝트가 마냥 다홍빛으로 다가오는
것은 아니다.
세상사는 우리가 얻는 것만큼 버릴 것은 버리고 해야할
것은 해야하는 엔트로피(ENTROPY)법칙이 적용됨을
알아야 한다.
이른바 열역학 제2법칙이 엔트로피법칙이라면 우리는
얻을 것 이상의 땀방울을 흘려야 하거나 아픔의 고통을
감내해야만 한다.
구조조정이든, 내 것을 버리는 것이든, 타부문에서 얻을
수 잇는 기회이익을 놓치는 것이든, 얻을 수 있는 효용
가치이상의 반대급부를 치러야 한다는 얘기다.
다홍빛 청사진이 현실로 다가오는 만큼 그 이상의 버려
져야 할 것도 버려져야만 21세기의 뉴 패러다임은 이
땅에 안착하게 된다.
우리는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얻는 것 이상의 버려야
할 것과 할 일들을 먼저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런데도 중요한 정책을 입안하는 정부관계자들은 느슨
하기 짝이 없다.
대구섬유를 책임지고 있는 인사들이나 단체, 섬유인들
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구체적인 성과를 계산조차 못한 채 정책만 불쑥
발표부터 하고 본다.
계획상의 성과가 명시되어 있는 만큼 『무슨 뚱딴지같
은 소리냐』고 반문할 지 모른다.
그러나 계획상의 기대성과와 실천에서 얻는 성과는 엄
청나게 다를 수 있다.
밀라노 프로젝트가 바로 이같은 케이스다.
대구섬유산지를 아시아의 밀라노같은 섬유·패션의 도
시로 육성발전시키기 위해서 시급히 필요한 것은 직물
의 고급화다.
패션과 유통도 중요하지만 직물고급화보다 우선일수 없
다.
이를 위해 밀라노 프로젝트는 신제품개발센터와 염색디
자인실용화센터, 니트시제품공장 등을 설치, 직물의 고
급화를 꾀하겠다는 포석을 중심축으로 잡아놓고 있다.
계획상으로 보면 다홍빛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정부나 밀라노 프로젝트를 추진하는데 있어 직
간접으로 참견하는 몇몇 곳에서 참견하는 내용을 들여
다보면 「아시아 밀라노 프로젝트」는 어둡기만 할 뿐
다홍빛을 기대할 수가 없다.
「신제품…」 「염색디자인…」 「니트시제품…」등은
오직 신제품개발과 이를 위한 파이럿공장화에만 주력해
야 한다는 것과 센터운영비는 전적으로 자체에서 조달
해야 한다는 상반될 수밖에 없는 내용이 참견의 골자
다.
이같은 주장대로라면 제아무리 개발을 잘해본들 메인생
산으로 이어나갈 방법이 묘연하다.
개발시설과 파이럿공장설비로만 센터의 운영비를 조달
하라는 것도 무리다.
이에 따른 결과는 뻔할 수밖에 없다.
개발은 개발에서 끝날 뿐 대구산지가 개발을 통한 직물
의 고급화를 추구하는데는 시스템적으로 불가능할 수밖
에 없다.
「…센터」는 개발과 파이럿공장, 나아가 소량다품종에
한해 실용화할수 있는 어느 정도의 량까진 생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개발에 따른 실제적 성과를 거둘 수 있고 기
대할 수 있는 「…센터」가 될 수 있다.
6천8백억원을 투자(없어지는 돈)하는 이상의 성과와 효
과가 없다면 이는 분명 실패다.
계획은 계획으로 끝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