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 자금사정이 어려워지면서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보유 부동산 매각에 나서고 있다.
저금리 시대에 차입한 돈으로 땅 투자를 해 뒀던 기업들이 경기가 어려워지자 물량을 팔고 있는 것이다.
땅을 판 기업들은 그동안 장부가로만 평가했던 부동산을 현금시세로 평가받으면서 자산이 상대적으로 늘어나는 효과가 기대된다. 또 부동산 차익도 순이익에 반영돼 주가상승의 계기가 될 수 있을 전망이다.
하지만 기업 부동산 매물이 연쇄적으로 쏟아지면서 부동산 불황 골이 더욱 깊어지는 것 아니냐는 염려 목소리가 높다.
발포제 제조회사인 코스피 상장사 금양은 최근 39억원에 부산 감전동 소재 토지 및 건물을 팔기로 했다.
장부상 이 부동산 가치는 2억5411만원에 불과하다. 따라서 부동산 처분이익 36억원이 올 12월 결산 때 특별이익으로 잡힌다.
3분기까지 이 회사 순이익은 7억8200만원. 36억원가량의 부동산 처분이익은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의 5배가량이나 되는 것이다. 일시적인 이익일 뿐이지만 회사로서는 유동성에 다소 숨통이 트였다.
무선통신장비 제조업체인 코스닥 상장기업 쏠리테크 역시 최근 서울 가락동에 있는 사옥을 97억여 원에 매각했다.
장부상 잡혀 있던 가격이 67억여 원이었기 때문에 약 30억원의 이익을 본 셈이다. 3분기까지 이 회사 이익이 4억여 원이었기 때문에 이의 7배 이상 이익을 부동산 투자에서 얻은 셈이다.
기업들이 이처럼 부동산을 매각하는 것은 좋은 신호만은 아니다. 개별 기업 처지에서는 자산이 늘어나고 일회성 이익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긴 하지만 전체 경제 면에서는 부동산 매물이 늘어나면서 가격이 하락하는 효과가 있다.
가격 하락뿐만이 아니다. 재무구조 관점에서도 장기적인 악영향이 있을 수 있다. 부동산을 매각하게 되면 당장은 자산이 늘어나서 주당순자산(BPS)이 높아지는 효과가 발생하지만 부동산 매각 이익이 반영되고 난 뒤에 기업이 적자를 보면서 현금을 사용하게 되면 기업의 전체 자산은 빠르게 감소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