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통죄는 경제난국 깨는 열정으로 삼아야
‘16강으로 하자’ 그대로 내 달라.
‘그럼 8강’ 원고 달라.
‘알았다. 알았어…’ ….
2002년 월드컵 때맞춰 무료 일간지 포커스가 창간됐고 한국 축구의 전망에 대해 ‘결승전 간다’로 써 냈다. 말도 안 된다는 당연한 반발에 부딪쳤다.
당시 16강통과조차 불투명 했고 8강 간다는 것도 희망사항일 정도로 비관적이었었던 게 사실이다. 신문사에서 논란 끝에 백번 양보해 4강으로 내 보냈다.
결과는 정확히 들어맞았지만 시합이 진행되는 동안 ‘웃기는 얘기다, 신문사 창간하자마자 망신살 뻗치게 생겼다’는 지배적 의견에 몇몇 친구들이 많이 시달렸었다고 했다.
8강 때부터 내기가 붙었고 4강 때는 규모가 커졌다고 했다.
4강을 통과하자 ‘이러다가 진짜 결승전 가는 것 아니냐’며 몇 등 하느냐는 문의가 빗발쳤다. 게중에는 철학관 간판을 내건 친구들도 있었다. 그들은 붉은 악마 또는 축구협회 종사자 등의 명분으로 ‘우승이냐, 준우승이냐’를 물어왔다.
‘이것봐, 너, 간판 걸었지?’
놀라서 수화기 떨어트리는 소리가 들렸다.
많은 사람들은 내친 김에 ‘우승’이라는 기적을 원하기 시작했다. 어쩌면 그들은 결승전 치루는 것을 당연히 여길 만큼쯤 된 것 같았다. 16강 통과면 만족했을 사람들이…
<한국에서 준우승 한다>고 대답해줬을 때 그들은 상당한 실망감을 내비쳤었다. 그리고 <준우승>에 매달렸고 준우승은 확신하는 것 같았다. 한국에서 준우승은 4위라는 얘기였음에도…
결승전은 일본 요꼬하마에서 3,4위전은 한국 상암구장에서 하게 돼 있었으므로, 한국에서 준우승이면 4위가 분명한데 <준우승>에만 집착했던 것 같다. 엄청나게 걸려온 전화통에 <한국에서 준우승>을 앵무새처럼 되풀이했다.
독일과 결승진출을 다투는 전날 저녁부터 한국 준우승이라는 유인물이 지하철에 등장했다.
‘정말 웃기는 놈들도 다 있군’
<한국 준우승>을 외쳐대며 유인물을 1천 원씩에 파는 모습을 보고 쓴 웃음을 지었다.
그 뒤 많은 사람들로부터 ‘신끼?’냐는 질문을 받았다.
‘2002년 5월, 중앙일보에 <한국 상공에 목·화·토·금·수의 태양계 5행성 일렬로 서다>란 기사가 실렸었다. 태양계의 기운이 한국을 축복하려 한 달간 머무르게 된 것이다. 이 때 월드컵이 열렸으므로 그렇게 될 것을 예측했다.
5행성의 기운은 월드컵 열리기 1주일 전, 영국·프랑스 대표팀과 연습경기를 할 때부터 시작돼 4강전이 열리기 바로 전 끝났다. 1주일간의 시차만 없었으면 결승전까지 갔고 우승을 했을지도 모른다. 그 뒤 한국축구는 약체팀에게 고전했고 아시안 게임에서도 비실비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