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브랜드 가치 드높이는 곳으로
불모지였던 여의도가 금싸라기 땅으로 변한지도 제법 됐다. 이조시대에 한량들이 한강을 유람하면서 이름이 지어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여의도.
갖고 싶은 마음은 간절했지만 속내를 감추고 서로 ‘자네가 갖게’ ‘자네 뜻대로 하게’로 겸양지덕을 보인 끝에 1950년대까지도 주인 없이 흘러 왔던 섬.
여자의 음핵을 닮았다고 해서 드러내놓고 내가 갖겠다고 주장할 수 없었던 그 섬이 이제는 대한민국을 이끄는 진앙지 역할을 하고 있다.
처음 개발될 당시만 해도 교통도 불편하고 별 쓸모가 없어 분양조차 제대로 안됐었고 그래서 땅값은 헐값이었었다.
정책 당국자는 고육지책으로 유흥가와 카지노 중심의 (범죄가 잦아 골칫거리였던 산업의) 집산지로 활용할 것도 구상했었다.
그랬던 곳에 국회의사당이 들어섰고 금융·증권 등 금융 산업의 중심지가 되면서 어쩌면 한국을 움직이는 기관쯤으로 변모해 가고 있다.
지금은 아파트도 있고 낮은 건물에 이런저런 음식점, 사무실 등이 뒤섞여 삶을 형성해가고 있지만 언젠가는 (50년 후쯤부터) 초고층 빌딩과 특수산업 고부가가치 아이템을 취급하는 회사들 중심의 전문 단지화가 될 가능성이 높다.
자궁의 뜻을 가진, 그래서 중요한 기운을 생산하는 곳으로 자리 잡았던 여의도라면 교육, 생명공학, 의약·산부인과 중심의 병원과 같은 것들이 들어서야 했을 터였다.
그러니까 대전제가 되는 것은 깨끗하고 바르고 지혜롭고이고 그러한 정신적 가치가 중심이 돼야 할 것이다.
국회가 지역·정당이기주의로 치닫고 정치권력은 법치를 가장한 힘의 논리로 기업을 억지 M&A 바람 속에 몰아넣고 힘없는 자를 쥐어짜서 내 뱃속이나 챙기고… 한다면 여의도 기운은 이지러지고 말 것이다.
자궁속이 썩으면 대를 물려 발전해야 할 기운은 꿈도 꾸지 못할 것이다.
재벌기업의 총수가 심혈을 기울여 키우던 기업, 아이템을 빼앗기고 밤새 술 먹고 통곡했을 때 세무사찰과 금융이라는 칼날을 들이대 피를 토하게 했던 정치가들은 ‘권력의 맛이 어떠냐’며 쾌재를 불렀던, 아픔과 잔인한 희열이 심심찮게 범벅이 돼 뒤엉켰던 여의도.
코리아란 브랜드 가치를 드높여야 할 여의도의 중심기운, 정치와 금융이 바로서야 하고 그 중심에 선 일꾼들이 신뢰와 존경을 받을 만해야 할 것이다.
물론 발전 뒤에 남은 찌꺼기는 삶을 고통 속으로 몰고 가기도 하지만…
그런데 인간의 자질은 도무지 어찌해볼 도리가 없는 대목이 있게 마련인 모양이다.
아마도 오래 의정생활을 한 주인을 모시고 있는 친구들은 ‘의원’맛에 헛물이 제대로 베인 듯싶어 안타까울 때가 많다. 의원보다 더 힘주고, 웃을 줄도 모른다. 상냥했으면 얼마나 좋을까?
서당 개 삼년이면 풍월 읊는다 했거늘 아마도 수십 년의 국회생활이 그들을 풍월 읊는 개쯤으로 그렇게 만들어버린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