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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 김홍도(檀園 金弘道)하면 이조시대의 우리나라
풍속화가로 모르는 이가 없다.
그의 그림 중 「금강사군첩(金剛四群帖=해금강·총석
정·만물상·청강정·낙산사」등의 초본(草本·먹으로
그린 밑그림=데상)이 지난달 10월26일 <국립박물관>에
의해 처음으로 공개됐었다 (11월3일부턴 중앙박믈관 2
층 로비에서 “이달의 문화재”로 일반에게 전시된다).
김홍도의 이 작품은 1788년 「정조」임금의 명을 받고
그린 「해동명산도첩(海東名山圖帖)」 60점중 남아 있
는 32점이란다.
그는 영조(英祖36년=1745년 김해(金海)에서 태어났는데
화원(畵員)을 거쳐 현감(顯監)을 지냈다.
그러나 그가 언제 어디서 돌아간지 기록에 남아 있지
않은 것은 용모나 풍채가 너무도 출중하여 「신선중인
(神仙中人)」이라고까지 칭송받았던 사실과 어떤 연관
성이나 있지않은가 싶다는 참새들의 얘기다.
▼그의 <이조풍속화>들은 시대적 배경과 사실적으로
잘 묘사되어 오늘의 민속자료로서 매우 값진 몫을 차지
하고 있다.
그의 작품들 중 낚시그림이 있는데 기묘한 구도(構圖)
와 화제(畵題)가 재미있어 소개한다.
「거류조어도(距柳釣魚圖)」가 그것으로 거字는 <걸터
앉을 거>이니까 버드나무가지에 걸터앉아 낚시를 드리
우고 있다는 얘기다.
아닌게 아니라 <그림>도 화제에 걸맞게 조옹(釣翁=낚
시하는 이)이 물가 깊숙히 뻗어나간 버드나무 고목을
좌대삼아 편안(?)하고 한가로운 자세로 낚시-아니 자연
을 낚으며 즐기고 있는듯 싶어 아주 드물고 재미나는
낚시그림으로 손꼽을 수 있다.
또 한가지 이 그림에서 짐작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낚시군들이란 되도록이면 물 한가운데 깊숙한 곳에다
낚시를 던지고 싶어 한다는 공통점을 암시해주고 있어
재미있다.
이 그림의 주인공은 <상투>를 틀어올린 어른(?)인데
물가로 길게 뻗어나간 버드나무 가운데에 걸터 앉아 낚
시를 드리우고 있는 모습이 마치 요즘의 <좌대>나 <
보트>에 몸을 싣고 있는 분위기라서 저절로 미소를 자
아낸다.
▼단원의 풍속화중 빛나는 걸작으로는 「춘화도(春花
圖)」를 뺄 수 없다. 그 춘화도들이란 결코 추악한 묘
사나 장면들이 아니라 깔금(?)하고 수긍이 가고(?) 아
주 유모러스하다는 점등이 낚시그림과 상통되는 발상같
아 흥미있다.
그의 화법은 사실에 입각한 선묘사 들인데 이조시대의
인물·의상·풍숩 등을 잘나타내고 있어 <혼>이 숨쉬
고 있음을 느낀다.
또하나 「단원」의 낚시그림 「조환어부도(釣還漁夫
圖)」는 주제가 호소(湖沼)나 계류낚시가 아닌 <바다낚
시>에서 돌아오는 장면이어서 이채롭다.
<어부>라면 바다낚시가 예사롭겠으나 소일거리 취미로
<바다낚시>가 묘사돼있어 흥미를 끈다.
-어쨌거나 「단원 김홍도」의 그림은 세밀하고 깊은
관찰력이 작품마다 유감없이 표출돼 있다.
따라서 그의 작품에는 <이야기>가 숨어있고 <유머>까
지 곁들여져 있어 감동을 자아낸다.
▼지면이 남아 또 한사람의 이조시대 명인 「겸재(謙
齊) 정선(鄭敾)」을 소개한다. 그는 1676년에 태어나 84
세에 돌아갔다.
겸재는 일찌기 주역(周易)을 공부하여 도경해설(圖經解
說)을 저술한바 있지만 그림을 -그것도 진경산수(眞景
山水)를 잘 그려 「동방진경산수(東方眞景山水)의 종화
(宗畵)가 된 것은 다아는 사실.
이러한 기록이나 유작들로 보아 그의 화도(畵道)는 뛰
어난 천부의 자질로 대성하였음을 짐작케 한다.
그의 진경산수화는 물론 낚시그림인 「어한도(漁閑
圖)」는 또한 걸작중의 하나다. 높푸른 산골짜기를 굽
이굽이 흘러내려 모여든 넓은 호수에 배띠우고 한적하
니 앉아있는 낚시군의 모습은 겸재-바로 본인의 자화
상인지도 모른다.
호숫가에 듬성듬성 자리잡은 촌락(村落)은 오늘의 그
모습을 방불케 하여 시적이며 평화로움의 풍경화 그것
이다.
「작품은 그 작가의 체험의 산물」이라지만 자고로 작
가의 체험이 작품에 주는 영향은 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