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최대의 궁궐 경복궁이 한국 대표 디자이너들의 창조적 패션을 입었다. 개천절을 하루 앞둔 10월2일, 경복궁 내 흥례문 특설무대에서 문화재청 50주년을 기념한 ‘코리아 헤리티지 패션쇼’가 열렸다.
문화재청이 주최하고 한국패션협회가 주관한 이번 행사는 우리 고유 전통패션의 아름다움과 전통문화의 가치를 현대적 감각으로 상징화한 모던한 감각을 보여줬다. 행사장에는 각 분야 주요 인사는 물론 4천여 명의 시민들이 몰려 고궁에 마련된 런웨이에 환호를 보냈다.
1부 ‘헤리티지, 국보와 보물 살아 숨쉬다’는 박윤수, 박춘무, 장광효, 이서윤, 김혜순 디자이너가 국보와 보물을 다른 형태로 재창조한 작품을 선보였다.
박윤수 디자이너는 숙종의 명릉 찬궁 네 벽에 그려진 용과 호랑이에서 영감을 얻었다. 고유 문화유산의 감성을 바탕으로 스트리트 패션을 접목, 단청의 색과 블랙, 화이트 등 고유색을 자수와 패치워크, 프린트한 트렌치코트와 베이스볼점퍼 등을 선보였다.
박춘무 디자이너의 테마는 ‘번지다. 물들다.’ 강렬한 오리엔탈 컬러들이 퍼져서 자연스럽게 섞이는 상태를 표현했다. 빛깔이 물에 섞여 퍼져나가는 추상적인 느낌을 의상으로 표현했으며, 자유로운 실루엣과 구조적인 실루엣을 혼합해 신비로운 느낌으로 완성했다.
장광효 디자이너는 오랜 세월 경복궁을 지켜온 자귀나무의 아름다움에서 받은 감동을 바탕으로 당당한 기품과 섬세한 감성을 표현한 작품을 선보였다.
한복 디자이너 김혜순과 이서윤의 화려한 작품도 눈길을 끌었다. 김혜순 디자이너는 생동감 넘치는 민화의 캐릭터를 반영한 의상을 보여줬다. 모란도와 문자도에서 착안한 실루엣과 형태를 바탕으로 화조영모도, 어해도, 작호도, 십장생도, 산수도, 풍속도 등 다양한 민화 프린트가 눈길을 끌었다.
이서윤 디자이너는 부귀영화를 상징하는 목단 꽃과 상서로운 상상의 새 봉황을 원삼에 자수와 금박으로 표현했다. 국보 백자 달 항아리의 순백의 미와 균형은 누비로 재해석했고, 칠보와 단청의 풍부한 색채가 화려함을 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