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추계 서울패션위크 패션 ‘테이크오프’
2011년 추계 서울패션위크 패션 ‘테이크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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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신진’ 브릿지 형성·패션계 新계보 구축

서울패션위크 기간 중 19일부터 22일까지 사흘간, 패션계가 주목해온 차세대 디자이너의 성장을 가늠할 수 있는 ‘패션 테이크오프(Fashion Take-Off)’가 열렸다. 패션 테이크오프는 기성 디자이너들의 ‘서울컬렉션’과 신진들의 ‘제너레이션 넥스트’를 잇는 유망 디자이너 인큐베이팅 프로그램. 기성과 신진을 잇는 중간 세대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서울 패션 디자이너의 계보를 새롭게 구축하고 한국 패션의 정체성을 뚜렷히 하고자 마련됐으며, 2008년부터 시행된 ‘제너레이션 넥스트’ 이후 단계적 육성을 위해 2011년 춘계 서울패션위크부터 운영됐다.

지난 시즌 삼성동 크링에서 진행됐던 이 행사는 SETEC 2관으로 자리를 옮겨 진행됐으며, 참가 디자이너들은 서울컬렉션과 동시에 한층 성숙된 기량과 안정된 구성을 보여줬다는 중론이다. 장소 및 모델 등 전반적인 진행을 지원받는 제너레이션 넥스트와 달리 패션 테이크오프는 패션쇼 장소 외 모든 비용 및 진행을 브랜드 측에서 하게 된다. 패션 유통에서 대중적 인지도와 입지를 구축하며 성과를 낸 브랜드가 다수 참가해, 당초 바이어와 프레스를 대상으로 한 소형 쇼임에도 불구하고 일반 관람객들의 관심도 기성 디자이너들을 향한 것 못지 않게 높았다. 여성복 박승건, 정혁서·배승연, 이승희, 홍혜진, 최지형 5개 브랜드가 이 프로그램에 지속 참가했으며 김재현의 ‘자뎅드슈에뜨’는 올 시즌 서울컬렉션 타임테이블에 이름을 올렸다. 남성복은 지난 시즌 참가했던 이현찬, 김선호와 함께 지일근, 김재환, 양희민 디자이너가 가세해 총 5개 브랜드가 2012 S/S 컬렉션을 선보였다.

10명의 패션 테이크오프 디자이너들은 신진 육성 프로그램과 개별적으로 진행한 비즈니스를 통해 다져진 글로벌 수준의 감도와 기량을 보여줬다. ‘그라운드웨이브’ 김선호 씨는 “풀 컬렉션 준비나 관람객 초청 및 관리가 힘든 신진 디자이너들이 역량을 집중할 수 있는 무대로 효과적”이라며 “콜레트 등 해외 대형 유통과 비즈니스가 곧바로 성사되진 않더라도 교류를 통해 인지도를 쌓을 수 있으며 레이블의 지속가능성을 높이 평가 받았다”고 말했다. ‘반달리스트’ 양희민 씨는 “패션은 전자산업이나 제조업이 아닌 고부가가치의 감성 산업”이라며 “차세대 디자이너들이 실적 위주의 정량적 평가에 얽매이지 않고 개성을 참신하게 펼쳐보일 수 있는 무대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승건 ‘PUSH BUTTON’
성공과 사랑을 주제로 삼은 박승건은 재기발랄한 아이디어와 유머를 더한 컬렉션으로 서울패션위크의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독립적인 여성의 스타일과 그것을 완성하기 위한 아이템을 구성하는데 중점을 뒀으며, 뉴트럴 컬러에서 네온 컬러까지 폭 넓은 컬러가 눈길을 끌었다. 뷔스티에 톱과 쉬폰 드레스로 시작해 하이웨이스트 팬츠, 밧줄을 모티브로 한 스트라이프 티셔츠, 박시하지만 충분히 드레시한 맥시 드레스가 등장했다. 쇼 중간에는 보이 프렌드 핏을 즐기는 여성들을 위해 트위스트된 6벌의 맨즈웨어를 선보이기도 했다.

홍혜진 ‘STUDIO K’
‘스튜디오 케이’와 함께 비스포크 남성 수트 라인도 전개하고 있는 홍혜진은 이번 컬렉션에서 닮은 듯 다른 남성복과 여성복을 동시에 선보였는데, 미니멀한 의상을 구현한 테일러링이 컬렉션의 완성도를 높였다. 라이트 그레이, 화이트, 블랙, 베이지 등 차분한 톤을 유지했고 전반적인 실루엣은 몸에 달라붙기 보다는 여유롭고 낙낙하게 흘렀다. 직선적인 자켓에 와이드 팬츠를 매치하거나 스커트 옆 라인에 플리츠를 넣어 율동감을 주는 등 섬세한 디테일이 돋보였다.

스티브J & 요니P ‘STEVE J & YONI P’
‘FLY ME AWAY’를 주제로 젯세터를 위한 실용적이면서 아름다운 옷을 제안했다. 듀오 디자이너가 직접 작업한 플라워 프린트와 파도치는 물결의 블루 프린트, 스트라이프가 강렬하면서도 사랑스러웠다. 미니 스커트와 박시한 오버 사이즈 자켓의 캐주얼한 착장은 물론 우아함을 더한 풀 스커트와 맥시 드레스, 썬 캡, 레인 코트와 아노락 점퍼의 스포티즘까지 다양했다. ‘제이에스티나’와 콜라보레이션으로 선보인 백, 디자이너 슈즈 ‘레이크 넨’의 플랫폼 샌들도 트래블 룩 연출의 완성도를 높였다.

이승희 ‘LEYII’
‘숨쉬는 그림자’를 주제로 사람 몸에 드리워지는 자연스러운 그림자를 패치워크, 드레이프, 칼라 콘트라스트로 표현했다. 하나의 룩에 세 가지 컬러가 그라데이션 되도록 레이어링한 것이나 움직임에 따라 그림자의 형태가 변하듯 입체적이면서 생명이 있는 듯 연출된 칼라를 통해 컬렉션의 테마를 직·간접적으로 표현했다. 사선 컷팅된 스커트는 걸을 때 다리에 감겨 우아한 섹시함이 느껴졌다. 얇은 저지로 몸에 완벽하게 밀착된 드레스에서는 섬세한 소재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디자이너의 재능을 엿 볼 수 있었다.

최지형 ‘JI CHOI’
서울텐소울(SEOUL’S 10 SOUL)의 스타 디자이너로 선발돼 파리패션위크에 선보였던 디자이너 최지형은 ‘쟈니 해잇 재즈(JOHNNY HATES JAZZ)’를 ‘지 초이(JI CHOI)’로 개명하고 컬렉션을 선보였다. 1920년대 아르데코 건축과 화가 앙리 마티스의 작품이 큰 영감이 되었다. 더욱 강렬하고 다채로워진 프린트, 더욱 화려한 색채가 과감했다. 컨템포러리한 감각에 회화적인 요소들을 담은 이번 컬렉션은 데이&나이트는 물론 시티와 리조트를 아우를 수 있는 룩이었다. 펀칭 레더, 시퀸, 크레이프 울, 실크 등 다채로운 소재 사용도 주목됐다.

지일근 ‘INSTANTOLOGY’
패치워크 데님팬츠와 화이트 자켓, 아웃도어 특유의 버클장식 벨트가 한 착장에 선보였던 것처럼, 클래식 테일러링을 바탕으로 기능적 요소들을 가미했다. 경쾌한 팬츠에 매치된 니트는 올이 나가거나 보풀이 일어난 것처럼 자연스러운 질감을 보였고, 맨투맨 티셔츠와 드레스 셔츠들은 손 때 묻은 것처럼 자연스러웠다. 어깨에 둘러맨 커다란 백과 손에 쥔 미니 카메라는 당장 어디로든 떠날 것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기도 했다. 청년들의 도전정신을 고취시키는 듯한 음악도 룩과 완벽한 하모니를 이뤘다.

김선호 ‘GROUND WAVE’
한지, 대나무, 코튼, 울 등의 소재에 극도로 모던하고 일면 미래적인 느낌마저 느껴지는 실루엣을 접목시켰다. 블랙, 그레이, 화이트로 압축된 컬러 팔레트는 여백을 보는 듯 서정미가 물씬 느껴졌고, 한국 전통 나막신을 변형한 아크릴 슈즈가 이색적이었다. 쉽게 찢어지는 한지에 폴리에스터를 믹스해 견뢰도를 높인 패브릭 등 신소재를 사용했다. 긴 자켓에 덧입은 후드 베스트는 독특하면서도 실용적이었다.

김재환 ‘ALANI’
‘Less is More’라는 디자인 철학으로 클래식하면서도 동시대적인 남성복을 선보이는 디자이너 김재환은 네덜란드 가구디자이너이자 건축가인 게릿 리트벨의 지그재그 체어의 직선적인 실루엣에서 영감을 받은 의상을 선보였다. 화이트와 블랙, 딥 블루의 데님으로 완성한 트렌치코트와 하프코트에는 블랙 리본 테이프로 직선의 느낌을 강조했다. 직선과 사선 등 리본 테이프가 다양하게 활용됐는데, 전반적으로 반듯하지만 남성성과 동시에 여성성이 느껴졌다.

양희민 ‘VANDALIST BY VANDAL’
양희민은 독일 소설가 카프카의 단편 와 밴드 못(Mot)의 음악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컬렉션의 배경 음악으로 사용된 못의 음악은 무채색으로 일관됐던 컬렉션의 진중한 분위기를 배가했다. 블랙과 화이트로만 채색된 의상은 핀 조명 아래 더욱 빛을 발했다. 드레이핑, 플리츠, 플레어 디테일이 페미닌한 무드를 더해 강함과 연약함이 공존하는 복합적 이미지를 담았다. 종반 트렌치코트는 반팔이거나, 케이프를 두르거나 플리츠를 강조하는 등 각기 다른 형태이면서도 통일감이 느껴졌다.

이현찬 ‘CHAN+GE BY LEE HYUN CHAN’
이현찬은 견고한 테일러드에 ‘요리사’라는 유니크한 컨셉을 적용해 유쾌하고 산뜻한 컬렉션을 선보였다. 그는 우연히 들른 레스토랑에서 만난 쉐프의 미소와 그가 만든 음식을 보고 이번 컬렉션의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이현찬의 특기인 테일러드 자켓과 팬츠 위에 요리사의 에이프런과 스카프를 레이어드 했다. 린넨과 코튼 소재로 S/S에 맞게 가볍고 발랄했으며, 오버사이즈 팬츠에 매치한 타이트한 셔츠, 쉐프의 가운을 연상시키는 더블 버튼 셔츠가 실용적이었다.

/ 김송이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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