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 오트쿠튀르 컬렉션을 했지만 우리의 문화유산을 가지고 작품을 할 수 있다는 것과 그 과정에서 ‘우리 것’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배울 수 있어 감사했습니다.” 컬렉션을 끝내고 지난 주말 뉴욕으로 돌아간 후 메일로 전해 온 이진윤 디자이너의 소감이다. 현재 한국 디자이너 중 유일하게 파리 오트쿠튀르 컬렉션을 하고 있는 이진윤 디자이너는 지난달 25일 파리 리츠 파리스(RITZ PARIS) 호텔에서 다섯 번째 무대를 열었다.
“파리 최고의 호텔에서 쇼를 했는데 아시아 디자이너가 쇼를 한 적은 처음이라고 합니다. 동영상과 사진, 프레스자료를 제출하고 한 달 정도 심사를 거쳐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모든 관문을 통과하기가 힘이 들지만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힘든만큼 성과는 있었다. 이번 컬렉션이 그동안의 과정에 있어 ‘최고’였다는 찬사와 함께 반응도 좋았다. 꼴레지오니, 엘르, 스타일닷컴에서 포토와 편집장이 패션쇼를 참관했고 취재와 더불어 큰 관심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진윤 디자이너의 이번 컬렉션에서는 추사 김정희 의 ‘추사체’에서 영감을 받아 붓의 움직임을 담은 실루엣을 가진 20여 작품이 선보여졌다. 흠잡을 데 없는 우아한 기품속에 예리한 이진윤만의 관점과 터치가 엿보이는 작품들로 특유의 매력을 발산했다. 디자이너 이진윤은 “김정희의 필체에서 느껴지는 힘, 자간과 행간에서 느낄 수 있는 그의 인생에서 민족의 숨결이 묻어 나옵니다.
그것은 이진윤이 한국 디자이너로서 한국적 디자인을 하는데 훌륭한 영감이 됐습니다”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진윤 디자이너는 진입하기도 힘든 파리 오트쿠튀르 캘린더에 한국인으로 유일하게 이름을 올리고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꾸준한 도전으로 많은 응원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