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춘하 밀라노 컬렉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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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넘쳐나는 색채의 향연

      -컬러가 주역, 무늬와 소재의 믹스를 어떻게 표현하나!-
      2013년 춘하 밀라노 컬렉션이 9월19일부터 25일까지 밀라노 시내에서 71개 쇼와 53개의 전시회로 열렸다. 뉴욕, 런던에 이어 밀라노에서도 다양한 컬러가 넘쳐났다. 코럴핑크나 블루그린, 옅은 옐로우나 민트 등의 부드러운 색감의 사용이 눈에 띄었다. 천의 드레이프성이나 컷워크, 레이스 절개 등 디테일들이 한층 부드러운 컬러들을 돋보이게 해줬다.

      첫 브랜드로 ‘구찌(Gucci)’. 코럴핑크에 시트러스옐로우, 일렉트릭 블루에 타코이즈 등, ‘구찌’는 화려한 색감을 깨끗한 라인과 결합시켰다. 색채(핑크에 더해진 오션블루나 코발트블루, 타코이즈나 옐로우 등)는 같아도 런던과 다른 점은 스타일에 있었다. SF적이었던 런던과는 달리 ‘구찌’는 아름다운 60년대 풍이었다. 소박한 더블 자켓이나 조금 루즈한 시프트 드레스, 플레어가 달린 팬츠, 그리고 흐르는 듯한 롱드레스가 많았다.

      실크인데 각이 진 박시한 자켓, 색은 블랙으로, 하얀 꽃이 2개 피어있는 의상. 여기에 맞춘 것은 역시 딱딱한 느낌의 플리츠 스커트, 상자모양의 자켓은 랩드레스로 변신, 어깨에서 날카로운 각도로 비스듬히 떨어지는 느낌으로 생지를 레이어드한 지금 시즌의 ‘프라다(Prada)’. 일본 기모노의 영향인지 유도복을 연상케 하는 자켓도 있었다. ‘게이샤걸’을 미우치아류로 재해석해 일련의 꽃에 새롭게 생명을 넣은 듯한 스타일이었다. 대부분 옷에 달려있었던 꽃 모티브. 처음의 시리즈는 강하고 샤프한 이미지로 긴 퍼의 데이코트나 롱코트, 그리고 거기에 맞춘 작은 백들이 등장했다. 색은 레드 또는 화이트였다. 색은 퓨어하지만 불필요한 디테일들은 다 제외했다. 민트그린, 파스텔핑크, 그리고 화이트, 레드, 블랙이 전부였다. 뉴욕이나 런던의 색채는 ‘프라다’와는 정반대였다. ‘프라다’ 쇼 이후로 이 흐름이 바뀔지 궁금하다.

      오프닝은 드레스로 시작했던 ‘돌체&가바나(Dolce & Gabbana)’. 소매는 조금 강조돼있었지만 대신 바디는 더욱더 슬림하게 보였다. 바디에는 레드나 블루, 오렌지나 옐로우로 시칠리아의 마을 광경이 프린트돼있었다. 다음으로 등장한 것은 스트라이프. 처음에는 블랙과 화이트, 이어서 그린과 화이트가, 다음에는 레드와 화이트로 변해갔다. 기분은 마치 한여름의 바닷가에 와있는 듯 했다. 그 뒤로는 특유의 ‘50년대 스타일’의 블레이저 탑. 팜판(Pompon)이나 리본, 코사주 등 마치 여왕의 장식과 같은 디테일들이 드레스를 한가득 메우고 있었다. 작은 버켓과 같은 원통형의 가방도 인상적이었다.

      한쪽이 과격하면 다른 한쪽은 심플. 특유의 프린트는 비비드하고 불필요한 것은 일체 버린 디자인이 인상적이었던 ‘에트로(Etro)’의 이번 시즌. 여유로운 긴 기장의 기모노 풍의 랩, 탑스나 원숄더의 드레스, 첫 번째 룩으로 등장한 순백의 팬츠 수트의 양 사이드와 허리에는 아름다운 모티브가 장식돼 있었다.

      1973년에 설립한 자신의 브랜드에 질 샌더(Jil Sander) 본인이 컴백하는 것은 이것으로 3번째이다. 다시금 질에게로 돌아간 브랜드 ‘질 샌더(Jil Sander)’. 이번 시즌의 쇼는 그 방향성을 알려주었다. ‘수직적인 로켓 스타일, 제로(0)로의 리셋, 둥근 텍스타일, 어디까지나 그린으로’라고 적혀있었던 쇼의 노트. 입체적인 디버드 디자인의 크롭 자켓이나 가벼움과 딱딱함이 공존하는 롱블레이저는 네이비와 마린, 화이트의 심플한 색조 쓰임이었다. 스커트는 A라인, 어깨나 팔에 어두운 색을 얹은 풀오버에는 두꺼운 벨트를 조합해 심플한 라인을 한층 돋보이게 했다.

      화려하고 밝은 이국적인 오렌지나 바다의 블루 색감이 중심 컬러였던 ‘베르사체(Versace)’. 여기에 ‘베르사체’만의 골드나 블랙이 사용됐다. 대부분 비치는 레이스만으로 ‘lBO(블랙 미니드레스)’를 만든 유일한 디자이너답게 웬만큼 자신이 없으면 입을 수 없는 의상들이다. 블랙 팬츠에 들어간 대담한 슬릿사이로 보이는 피부를 섬세한 레이스가 감싸고 있었다. 풍성한 소매의 블라우스에는 메탈릭으로 빛나는 체인의 벨트를 스타일링했다. 웨이스트라인에서 힙라인까지를 강조하기도 하고, 목에 두르면 드레스의 표정을 바꾸기도 한 실버로 빛나는 벨트는 마지막으로 구두에도 사용되고 있었다.

      뉴욕을 시작으로 런던이나 밀라노에서도 여기저기 나타나 유행을 예감했던 스트라이프였지만 ‘마르니(Marni)’가 보여준 것은 바우하우풍의 체크나 격자무늬의 조합이었다. 벨트가 달린 밑단이 퍼지는 코트나 A라인의 풍성한 게더 스커트, 부풀리게 한 스타일보다 눈에 더 띄었던 것은 후레이드나 잘린 물방울 무늬였다. 다양한 레이어의 페플럼을 코트나 룩스한 블랙 드레스의 허리주변에 넣은 것이 희한했다. 사치스러운 심플함. 완성도 높은 의상은 신중하게 계산된 블로치 등의 디테일과 마린, 옐로우, 레드 ,핑크, 블랙, 포레스트 그린, 페일 그레이의 컬러 팔레트들로 다시 재탄생됐다.

      조금 보헤미안적인 매끄럽지 않은, 그것이 대표적인 ‘저스트 카발리(Just Cavalli)’의 스타일이지만 이번 시즌은 보다 청결하고, 플래시 그리고 모던했다. 물론 락앤롤한 스터즈나, 카발리다운 화려하게 박음질된 자켓도 있었다. 전체적으로는 인어를 연상케하는 쇼였다. 비늘로 가득 채운 스웨터 셔츠나 블루종 자켓, 셔츠가 가슴을 감싸며 마치 지느러미와 같이 우아하게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캣워크의 배경에 거품이 나오며 마치 수족관을 연상케 한 ‘알베르타 페레티(Alberta Ferretti)’. 등장한 모델들은 너무나 아름다운 물고기들 같았다. 비치는 드레스의 가슴 밑으로 빛을 받은 산호초와 같이 가득 메운 비즈, 시폰의 페플럼이 바다 속의 생물과 같이 우아하게 움직였다. 특유의 레이스와 시폰의 조합은 마치 바다와 같이 색이 다른 그린과 블루그린의 조합. 페레티다운 섬세함이 눈에 띄었다.

      ‘엠포리오 아르마니(Emporio Armani)’는 머슈룸 색 외로는 오이스터의 밀키 화이트나 그레이, 블랙, 화이트, 핑크, 누드, 그리고 카멜을 사용했다. 그 어느 컬러도 매우 부드러웠다. 노슬리브 자켓이나 티셔츠 블라우스에 짧은 쇼츠 또는 스커트를 스타일링했다. 격자무늬의 쇼트 코트, 컬러 블락을 효과적으로 사용한 베스트, 인도의 사리와 같은 드레이프감이 있는 드레스, 그 모든 의상들이 청결하고 깨끗했다.

      사파리 자켓, 트렌치에 점프수트, 턱시도, 튜브 스커트에 셔츠드레스로 구성된 ‘막스 마라(Max Mara)’의 쇼는 샌드 베이지와 카키가 기본 컬러로 쓰였고 에그쉘 블루도 아름다웠다. 사파리풍의 표범 무늬 패턴, 경량의 실크 소재로 입기 편안한 디자인, 바디의 뒤 중심부를 부풀리게 해 그 볼륨감과 타이트한 튜브 스커트와의 믹스 매치가 훌륭했다. 등과 특히 어깨를 강조하는 스타일은 ‘구찌’와 비슷했으나 ‘막스 마라’는 그것을 보다 스포티한 블루종으로 표현했다.





      PHOTO/TEXT
      YOO DUK JAE<논설위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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