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SK네트웍스로부터 크리에이티브한 감성으로 스타 디자이너가 된 정혁서 배승연 디자이너의 레이블 ‘스티브J&요니P’와 ‘SJYP’의 인수를 결정했다는 속보를 접했다. 개인적으로도 좋아하는 이 브랜드의 인수 소식에 ‘기대 반 우려 반’의 심정이 앞서는 건 기자의 괜한 기우일까.
과거 SK네트웍스는 여성복업체 오브제의 글로벌 브랜드 육성이란 목표 아래 우호적 인수합병으로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불과 1년 반 만에 갈등설이 불거지면서 브랜드의 창시자이자 디자이너였던 강진영, 윤한희 부부는 SK네트웍스와 결별하고 자식같이 키운 브랜드를 떠나야만 했다. SK네트웍스는 이번 인수와 관련 오브제 인수 이후 불과 5년 만에 매출 400억 원의 중소 규모 디자이너 브랜드를 2000억 원의 글로벌 브랜드로 육성시켰다는 성공 스토리를 내세우는 등 풍부한 경험에 의한 히스토리와 자신감을 선전하고 나섰다. 하지만 주인 없는 ‘오브제’와 ‘오즈세컨’은 개인적인 소견으론 과거 특유의 아이덴티티나 고유의 신선도는 떨어진 그저 커머셜한 브랜드로 비춰진다. 강진영 없는 ‘오브제’와 윤한희 없는 ‘오즈세컨’은 왠지 ‘앙꼬없는 찐빵’(?) 같다. 물론 국내 패션 생태계 특성상 기업은 수익을 내야하고 생존을 위한 매출과 외형은 중요한 잣대다. 특히 여기에 유독 임대업 수익에만 열을 올리고 매출위주로 평가하며 제대로 된 플랫폼 역할에 충실하지 못한 유통의 구조적인 현실도 글로벌 브랜드 육성을 가로막고 있다. 국내에는 유니크한 감성과 재기발랄함을 갖춘 역량 높은 신진 디자이너들이 많다. 하지만 신진들의 인큐베이팅과 시장 판로개척, 자립 육성에 이르기까지 해외는 커녕 국내에서조차 뿌리를 내리기가 쉽지 않다. 당연히 신진 디자이너에겐 대기업의 자금 수혈은 달콤한 유혹이다. 물론 ‘쿠론’ ‘럭키슈에뜨’ 등 성공적인 사례도 없진 않다. 다만 경영자적 마인드로 단기간의 숫자로 평가하고 접근하기보다 예술, 디자인, 대중 문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와 경계를 넘나드는 종합예술 문화에 속하는 ‘패션’을 제대로 이해해 주었으면 한다. 그들의 크리에이티브한 감성을 존중해 과거의 전철을 밟지 않고 모든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투자나 약속했던 계획들이 초심대로 이행되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