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된 인턴노동의 사회적 가이드라인 합의를 위한 정책공청회에서 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 홍은주 부회장은 이와 같이 담담하게 말문을 열었다.청년들의 대표로 나온 패션노조, 아르바이트노조, 청년유니온 대표들의 격앙된 입장표명 후라 다소 조마조마한 감도 없지 않았으나 홍 부회장은 망설임없이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디자이너연합회에는 350여명의 회원들이 있고 이중 직원 8명 이하의 연간 12억원의 매출도 못 올리는 젊은 디자이너 사업가들이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이들 역시 열악한 환경에서 성장보다는 현상유지도 못하는 입장임을 강조했다. “대한민국 패션산업 미래발전을 위해서는 신진들의 육성차원에서 정부에서 고용에 대한 법제도적 지원이 있었으면 한다”는 대안도 제시했다. 화려한 이면의 열악한 산업구조에 비해 매년 쏟아져 나오는 신규인력들, 이로인해 파생된 문제해결로 던져진 단기, 행정인턴 등 정부의 ‘전시성’ 청년고용정책이 문제를 더욱 확산시켜 오늘에 이르게 된 것이다.대한민국의 패션산업규모에 비해 101개의 패션디자인학과가 존재한다는 것은 가히 기네스북에 등재될 수준이다. 어림잡아 디자인학과 졸업생이 5200여명에 전문학원과 각종 교육기관, 유학가는 이들을 포함 최고 1만여 명의 인력이 배출되고 있다. 업계자체의 영세성도 있다보니 타 산업계에 비해 수용할 수 있는 인력은 턱 없이 부족하고 작업강도에 비해 보수도 적다. 취업의 문이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 만큼 어려워지다보니 ‘취업재수’를 위한 일명 ‘스펙쌓기’ 식 인턴취업이 당연시되고 있다. 모 디자이너의 경우 “지방에서 교수가 추천했다며 마구잡이로 숙소를 정해두고 출근하는 경우가 많다” 며 “불필요한 인력이다 보니 가르쳐 가며 소정의 급여를 줘야 하는데 이런 사항들이 사실 열정페이논란의 시발점이 될 수 밖에 없다”고 하소연을 했다.
국내 패션디자인학과 101개 기네스북 등재 수준
학원 등 각종 교육기관 배출생만 연 1만여명
취업의 문 낙타 바늘구멍 통과하는 격
?글로벌 브랜드사도 무급인턴제 다반사
열정페이 논란, 한국만의 문제인가
대학가에서는 이번 열정페이논란으로 디자이너들이 인턴을 받아들이기 꺼려해 졸업생들의 스펙쌓기조차 그나마 힘들게 됐다는 입장을 토로하고 있다. 사실상 최근 전세계적으로 유명브랜드사들의 ‘무급인턴제’가 문제가 되고 있으며 ‘시급히 개선돼야 할 사항’으로 지적되고 있다. 감성산업이란 허울좋은 명분아래 도제식 사고에서 진전이 없는 한 현장의 열악성을 탈피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우수한 인재를 양성하는데도 걸림돌이 될 것이란 위기감은 비단 국내의 문제만은 아닌듯 하다.열정페이 논란이 비단 디자이너들의 조직인 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이상봉 현 회장이 대한민국 대표 디자이너로서의 명성이 가져올 파급효과를 겨냥한 것일 수도 있다. 이 문제에 대해 이상봉 디자이너의 개인적인 대응이나 해명보다 연합회가 나서 성명서를 내면서 모든 핵심사안의 해결의무가 부여된 셈이다. 시작이 어찌됐든 대표 디자이너로서 문제의 단초를 제공한 점,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의 시스템 개선에 대해선 명백한 책임이 필요하다. 공청회내내 청년을 대표해 나온 ‘베트맨 D’는 선글라스를 벗지 않았다. 그의 이름도 알수 없었다. 일신의 불이익을 고려한 것일 수도 있으나 적어도 특정인을 겨냥해 문제해결을 요구할 때는 그 만큼의 책임도 감내해야 하는 것이 대표자의 자세일 것이다.패션계는 이번기회에 오래된 ‘도제식 교육’에 대한 인식개선과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아야 한다. 또한 이 시대 청년의 아픔을 대변하려는 이들은 분노와 감정의 표출이 우선해서는 안된다. 냉정과 명분을 앞세워야 하고 책임의식도 갖춰야 한다.전순옥 의원은 이날 “이번 공청회는 입법을 위한 자리이며 긍정적 시선으로 좋은 사례를 만들어보자”며 “젊은 청년들을 산업현장으로 유입하고 성장을 위한 비전을 수립하는 것이 바로 창조경제 실현이 아니겠는가!”라는 발언을 했다. “협의를 통해 노사 양자가 합의하고 실행할 수 있는 패션디자인업계 근로기준 가이드라인 등 매뉴얼을 만들자”는 총론은 정해졌으니 상호 열린 마음으로 ‘각론’을 만들어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