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에 진심담은 손편지가 나를 일으켜 세웠다”
“고객에 진심담은 손편지가 나를 일으켜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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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신 ‘앤더슨벨’ 성공 이끈 ‘스튜어트’ 최정희 상무
북유럽 감성 브랜드로 온라인 유명 편집샵 매출 1위를 달리고 있는 ‘앤더슨벨(Andersson Bell)’. 그 빛나는 성공을 이룩한 주인공은 바로 스튜어트 주식회사 최정희(38) 상무다. 그는 인생의 희로애락, 흥망성쇠를 조금은 이른 나이에 모두 겪어봤다.

■첫 번째 성공, 발상의 전환
최 상무는 12년 전 동대문에서 옷을 팔았다. 하지만 뭔가 달랐다. 동대문 ‘apm’에 있었던 그의 매장엔 유독 손님이 길게 줄을 섰다.

“동대문에선 모두 똑같은 옷을 팔아요. 그래서 손님이 매장에 와도 자신 있게 옷을 팔기가 힘들었죠. 어느날 EBS에서 조향사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우연히 보게 됐어요. 바로 이거다!란 생각이 들어서 조향사 전문 과정을 밟았죠.” 그는 매장 리뉴얼을 시작했다. 반은 향수 테스터, 반은 옷으로 채웠다. 그 당시에는 모두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파격적인 선택이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고객의 반응은 뜨거웠다. 향수라는 특별한 아이템을 통해 그에 맞는 옷을 코디 해주기 시작하면서 고객이 ‘옷’을 사야 할 이유를 찾아준 것이다. “두 달만에 매출 정점을 찍을 정도로 인기가 엄청났죠. 하지만 온라인으로 마켓을 전향한 후부터는 향수 마케팅이 먹혀 들어가지가 않더군요. 옷에 향수냄새 난다며 헌 옷을 보냈다고 생각한 고객도 있었어요. 그렇게 한번 쭉 미끄러졌죠.”

■손 편지로 진심을 전하다
최 상무는 순식간에 빈털터리가 됐다. 과로사로 죽어보자는 생각에 온라인쇼핑몰 업무에 밤낮을 매달렸다. 그러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손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뜻밖의 이벤트에 감동을 받은 고객은 그의 진심을 알았다. 하루 5건 이내의 주문이 순식간에 100건까지 치고 올라갔다. 또 한번 돈을 벌기 시작했다. 어떻게 하면 터지는지, 어떤 디자인의 제품이 인기를 얻을지 안목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동대문 브랜딩에서 ‘앤더슨벨’ 만들기까지 5년 전 동대문 도매시장은 장사는 잘 됐지만 옷에 대한 자부심이 없었다. 똑같은 패턴에 컬러까지 고객에게 자신 있게 팔 수 있는 제품이 없었던 것. 최 상무는 동대문 5개 브랜드를 모아 ‘레드피그’라는 브랜드를 만들었다. 하지만 이마저 오래가지 못했다. 그는 “브랜딩 할 자신은 있었지만 제품을 디자인 할 자신은 없었다”고 말했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만든 브랜드가 바로 ‘앤더슨벨’이다. 브랜드명은 스웨덴 시인 앤더숑이 남송하는 시 속 단어를 대하듯, 천천히 패션을 들여다보자는 의미로 만들었다. 후회없이 가치있는 히트 아이템을 만들자던 그는 첫 아이템을 옷이 아닌 우산으로 결정했다. 시가 40만원하는 영국산 고가 우산 브랜드 ‘런던언더커버’를 공장에 무작정 들고 찾아갔다. 대번에 “이렇게만 만들어주세요” 라고 말했다. 얼마 후 내구성이 튼튼하고 완벽한 퀄리티의 우산을 2만8000원이라는 가격에 선보인다. 결과는 보나마나 대성공. 작년 최악의 가뭄이 왔음에도 불구하고 8월 무렵 4000개가 팔렸다.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드는 그의 능력이 완벽하게 들어맞은 순간이었다. 그는 곧 ‘앤더슨벨’ 히트아이템 맨투맨 티를 제작하고 정상의 자리에 오른다. 5만9000원의 이 제품은 1달 만에 만 장이 판매된다. 기본이되 기본이 아닌 편안한 감성과 퀄리티 좋은 디자인이 소비자의 눈에 ‘가격, 디자인 모두 예쁘다’는 인식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오프라인과 온라인에서 제품을 보는 눈이 달라야 해요. 옷 하나가 완벽하게 나와야지만 인정받을 수 있어요. 저희 제품은 반품율이 현저히 적어요. 그만큼 꼼꼼하게 직원 모두가 검수 작업을 거치기 때문입니다.” ‘앤더슨벨’은 현재 한국 유명 브랜드를 해외에 소개하는 디스트리뷰터에게 먼저 해외 진출 제의를 받았다. 프랑스 전통의 향수업체에서 개발한 ‘앤더슨벨’만의 향수도 곧 만나볼 수 있다.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다
최 상무는 최근 또 다른 꿈을 꾸기 시작했다.

내년부터 뜨고 싶어하는 하우스 브랜드를 키워주는 기획사 역할을 하겠다는 것. 연예계로 치면 ‘YG’같이 “유명해지고 싶다면 ‘스튜어트’를 뚫어라”는 공식을 만들려고 한다. ‘앤더슨벨’과 함께 가능성 있는 브랜드를 브랜딩해 제 2의 ‘오프닝세레모니’로 국내 패션계를 잠식하고 있는 해외 SPA에 맞대응 한다는 각오다. 그는 “소비자가 원하는 패션은 좋은 브랜드를 샀다는 자존감과 좋은 옷을 입었다는 만족감이 동시에 충족되어야 한다”며 “대중에게 이 옷을 입으라고 요구하지 않고 왜 입어야 하는지를 이해시키는 것이 관건이다”고 말했다. 국내에 수많은 패션 기업이 있지만 그 중 고객을 감동 시키려는 오너는 몇 명이나 될까? 얼굴도 모르는 고객에게 진심을 담은 손 편지를 보내고, 조금이라도 만족스럽지 않은 제품이 나온다면 전량 클레임을 걸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이는 아마도 최정희, 단 한 명뿐일 것이다. 어느 영화 보다 재미있었던 그의 또 다른 성공신화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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