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서울컬렉션을 통해 자신의 역량을 발휘해 온 한상혁은 어느덧 ‘중진’ 디자이너의 대열에 올라있다. 그의 실력은 이미 입증 됐지만 2015 F/W 서울컬렉션은 지난해 런칭한 ‘HEICH ES HEICH’의 정체성을 각인시키는 자리여서 패션피플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한상혁 디자이너는 ‘HEICH ES HEICH’의 컨셉을 ‘BETWEEN’으로 설정했다. 그의 과제는 세상에 존재하는 두 가지 서로 다른 부분 사이에 존재하는 중간의 영역에 대한 연구이다. 남자와 여자, 너와 나, 어른과 아이, 검정색과 흰색, 클래식과 모던, 따뜻함과 차가움 등 서로 다른 부분 사이에 대한 가치를 연구해 테일러링을 기본으로 한 하이엔드 젠더리스 웨어를 표현한다는 것이다. 한상혁 디자이너는 ‘본’ ‘엠비오’ 등 브랜드사를 대표하는 디자이너로서 컬렉션을 발표할 때도 늘 클래식하고 세련미 넘치는 완성도 높은 의상들을 무대에 올렸지만 위트있는 반전 포인트를 남겨놓곤 했는데 이번의 컬렉션은 그러한 테크닉의 심화과정으로 보여졌다.
그의 2015 F/W 컬렉션은 영화 ‘가타카’ (GATTACA, 1997)에서 영감을 받았다. 완벽한 세상을 구현할 완벽한 유전자만이 살아남는 세상에서 그 기준에 부합하기 위해 목숨을 거는 주인공의 모순을 ‘부적격 재단’이라는 테마로 표현하고 자 했다. 한상혁 특유의 테일러링을 기본으로 남자 옷을 입은 여성, 여자의 액세서리를 하고 온 남성 등 고급스러운 젠더리스 웨어를 표현했다. 레트로 감성이 느껴지는 코쿤 실루엣의 코트와 자켓, 가느다란 스프라이프 패턴의 와이드 팬츠 수트 등이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며 갈채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