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패션·의류시장이 침체기를 걸으면서 자연히 봉제공장의 일감도 줄어들었다. “하루 중 반나절 밖에 일을 못 한다, IMF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등 힘든 상황을 대변하는 이런 말들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진지 오래다. 중국과 동남아에서 생산된 저가 의류와 해외 SPA 브랜드는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점점 국내 의류시장을 잠식하고 있다.위에 언급한 나라들의 봉제기술이 많이 발전했다고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아직까지 우리나라 봉제기술은 세계 최고수준이라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지금은 봉제공장에서 젊은사람 찾기가 하늘에 별 따기지만 그래도 아직은 어느 봉제공장을 가더라도 40~60대 봉제기술자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들은 우리나라 섬유산업의 전성기를 거쳐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지금까지 긴 시간을 걸어왔다. 경력 10년은 명함도 내밀 수 없을 만큼 봉제에 대해선 ‘달인’들이 많다는 반증이다.취재를 위해 방문했던 한 봉제공장은 뛰어난 봉제기술과 오랜기간 쌓아온 신뢰로 10년 넘게 원청업체 한 곳의 옷만 전문적으로 만들고 있었다. 1년 내내 오더가 끊이지 않으니 공장도 안정적으로 돌아간다. 또 다른 한 업체는 고품질 다품종 소량생산 제품을 판매하는 업체였다. 디자이너로 활동 하다가 자기만의 옷을 만들고 싶어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는 이 업체 사장은 “해외에서 만들만한 물량도 안되지만 봉제기술은 우리나라가 가장 뛰어나기 때문에 국내 생산을 원칙으로 한다. 하지만 공정이 까다로워 우리 옷을 만들겠다는 봉제공장을 찾기가 힘들었다”며 “지금은 우리와 마음이 맞는 봉제공장을 만나서 그 공장에만 오더를 주고 있다”고 했다. 물론 봉제공장마다 잘 만드는 옷 종류가 다르고 모두 뛰어난 기술을 가지고 있다고할 순 없다. 하지만 안타까운 점은 서로가 필요한 업체를 만나기 쉽지 않다는 데 있다. 형식적인 매칭이 아닌 각자에게 맞는 실질적인 매칭이 이뤄진다면 일감이 없어 그만 두거나 다른 공장을 찾아 전전하는 ‘달인’들의 고민도 자연히 해결 될 것이다. 봉제공장 활성화를 위한 많은 시도가 이뤄지고 있지만 지금 가장 필요한 건 둘 사이를 이어줄 수 있는 매개체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