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섬칼럼] 신소재 개발 바람 더 강해져라
[한섬칼럼] 신소재 개발 바람 더 강해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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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떡도 싸고 맛있어야 산다. 현실감을 중요시해야 한다는 뜻이다. 요즘 한국 섬유산업 모양새가 딱 이 경우다. 일반적으로 비즈니스 현장은 정에 치우치지 않는다. 그래도 사람간의 관계이기 때문에 한두번쯤 정에 넘어가 준다. 그렇지만 더 이상 기대하는 것은 파는 사람의 어리석은 욕심에 불과하다.

우리 섬유류가 팔리지가 않는다. 엔화 유로화의 가치하락은 불붙은데 기름을 들이붓듯 경쟁력을 앗아낸다. 공장마다 재고가 쌓여가면서 가동률은 바닥을 향한다. 이제 설비가 돌아가는 굉음조차 잊혀져간다. 섬유산지 대구경북이나 경기도나 실상은 크게 다를 바 없다. 섬유수출 최대 성수기를 맞아 한국섬유산업에 드리워진 불황의 짙은 그림자다.

월별 섬유수출 역성장세가 꺾이지가 않는다. 역성장세는 지난해 11월부터 무려 7개월째 이어갔다. 6월 수출 역시 역신장의 늪을 벗어나기 힘들다는 전망이 나온다. 섬유업체마다 수출 최대 성수기에 벌어지는 역성장 사태에 한숨을 토하는 소리가 공장 벽을 넘는다. 섬유산업에 또다시 공멸의 위기가 엄습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지금 2000년대 들어 뼈와 살을 깎아 냈던 7년간에 걸친 구조조정이 공염불을 알린다. 이유는 다름 아니다. 팔리는 상품이 없다. 차별화의 약발은 고작 5년을 넘기지 못했다. 25개월 연속성장이라는 신화도 썼지만 겉치레에 머문 차별화 신드롬은 이제 연명의 끈마저 보장 않는다. 자칫하다간 그나마 있는 설비마저 사라질 판이다. 한국에 섬유산업은 없다는 말이 더 이상 허투루 들리지가 않는다.

7년 간 뼈와 살 깎아 낸 구조조정 불구

사촌이 땅 사면 배 아프다 사고만 만연

겉치레 소량다품종 약발 고작 5년 그쳐

‘이대론 안 된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

각자도생 앞세운 산지의 변신 큰 기대


위기는 늘 예고 없이 들이닥친다. 미국발 리먼브라더스 사태나, 유럽발 금융위기 사태가 그렇다. 그렇지만 잘 나갈 때 위기에 대비하라 했다. 노키아나 소니나 코닥의 몰락은 이를 웅변한다. 지금 한국의 섬유산업 처지는 이와 다를 바 없다. 구조조정이 끝난 뒤 5년간 소위 잘 나갔다. 소량다품종으로 체질을 바꾼 결과였다. 여기에 분홍빛 FTA 효과까지 맞물려 나갔다. 그러나 이는 허장성세였다. 마케팅 전반에 뿌리내린 ‘사촌이 땅을 사면 배 아프다’는 사고를 벗어나지 못했다.

당연히 물량싸움에 제살깎기식 경쟁을 불렀다. 2000년 대 이전 고성장 시대와 다를 바 없는 진흙탕 싸움의 재판이었다. 껍데기만 소량다품종 업체가 지배하는데다 잘 팔려나가니 위기대응은 뒷전으로 밀렸다. 여기에 새로운 개발보다 우려내기 판매가 기승을 더했다. 섬유산지의 무기력증은 골빠진 무한경쟁의 결과라 해도 부족함이 없다. 당장 대만의 직물경쟁력은 하늘을 찌를 듯하고, 한 수 아래로 봤던 중국의 추격은 목까지 차올랐다.

최근 섬유산지 대구경북에 신소재 개발 바람이 분다고 한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위기감 고조에 따른 공감대 확산과 맞물려 나간다. 뒤늦은 감이 없지는 않지만 여기서 주저앉을 수 없기에 기대 또한 크다. 신소재 개발에는 대구경북섬유산업연합회를 중심으로 관련 지역 섬유기관과 60여 간판 직물업체가 참여한다는 소식이다. 또 본지 대구지사가 전면에 나서 신소재 개발 바람에 힘을 보탠다.

우선 개발의 요체에 눈길이 모아진다. 한국의 국격에 맞는 신소재 개발에 초점을 맞췄다. 화섬복합 하이브리드 화섬직물군 등 3개 카테고리가 그 대상이다. 각 카테고리마다 20여 업체가 신제품 개발에 나선다. 여기에 대경섬산연은 ‘대구경북 섬유산업 생태계 대응 테스크포스 그룹’을 발족시켰다.

대구시와 경북도 등 지자체까지 개발에 힘을 싣는다. 앞으로 선진국이 누비는 블루오션에 배를 띄우는 기대를 드높인다. 1조 원 이상 투자된 밀라노 프로젝트 기반 위에 각자도생의 기치로 활로 개척에 나선 섬유산지가 위기를 기회로 바꿀지 또 시험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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