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섬칼럼]‘메르스’보다 두려운 ‘위기감’
[한섬칼럼]‘메르스’보다 두려운 ‘위기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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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계가 공황상태다.
‘메르스’ 라는 예기치 못한 복병이 전 패션산업계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한 마디로 종사자들은 ‘패닉상태’에 빠져있다. 전국에 300여개의 대리점을 운영 중인 패션브랜드 회사는 최근 진행하기로 한 전국대리점주 초청 F/W 상품설명 및 사업전략 세미나를 7월 중순으로 연기했다. 이것은 비단 행사자체뿐만 아니라 추동영업에 대한 모든 일정이 밀리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에 진출해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한 기업은 대표가 직접 당분간 임원은 물론 전직원들에게 대외 행사의 참석을 자제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한국본사에서 메르스 환자가 발생할 경우 중국출장도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사업상 큰 지장을 받을 것이란 우려때문이라고 했다. 백화점 입점 브랜드들의 매출은 평소 30% 수준이고 푸드코트는 텅텅 비어있다. 주말에 가족단위 음식값 할인을 제안하는 이벤트에도 꿈쩍을 않는다.백화점 플로어든, 명동, 청담동, 가로수길이 마치 민족대이동을 한 후 명절연휴처럼 한산하다. 백화점 정상 매장 입점 기회를 얻기 위해 팝업 행사에 참여한 브랜드사들의 영업담당들은 이래저래 참담하다.패션계는 지난해 세월호대참사 이후 얼어붙었던 경기보다 지금이 더 “냉랭하다”는 표현을 한다. 지난해에는 애도의 분위기로 쇼핑을 자제했다면 지금은 아예 외출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사람구경’이 어렵다고 한다. 성인복은 물론이고 유아동복, 용품매장 등은 직격탄을 맞았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실적부진’을 누구의 탓으로 돌릴 수도 없는 상황이다. 브랜드사의 대표들은 대표들대로, 유통사 본부장들은 그들 나름으로 불안한 마음에 경쟁사에 전화를 해 안부를 묻는 의외(?)의 훈훈한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매년 날씨탓 경기탓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번 ‘메르스’ 사태는 말 그대로 예기치 못한 복병이고 감당하기가 어렵다. 패션계 입장에선 ‘참담’ 하다는 표현을 서슴치 않는다.

세월호 여진 가시기도 전에
메르스 공포까지 패닉상태
유동인구 없는 6월 유령의 달
무대응이 대응, 어쩔수없다기 보다
회복세 탈 준비하는 담대함 필요


한 여성복 기업의 대표는 본기자의 전화 설문에 “우리회사라고 별 다른 묘수가 있겠는가? 다만 부화뇌동하지 않고 잠잠히 기다릴 수 밖에”라고 답했다. 경제상황을 최악으로 몰아간 정부의 무능함은 말할 나위없지만 전 세계가 주목하도록 한 민감반응과 여론의 태도역시 바람직하진 않았고 일파 만파로 ‘쓰나미’가 몰아닥친 상황이다.6월 한달간의 패션브랜드 영업은 얼어붙은 정지 상태이다. 지난주 메르스 확산이 소강상태로 접어들것이라고 했지만 좀체 사그라들지 않고 방심했던 지방도 뚫려 불안감은 증폭되고 있다. 유령의 달 6월이 지나 7월에 회복세로 돌아선다고 해도 그 영향은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란 불안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이런 상황에서 서울패션위크의 서울컬렉션 참가비가 2배이상 오르고 참가기준도 더욱 까다로워질 것이란 통보에 디자이너는 물론 유관산업의 종사자들의 마음이 더욱 무거워지고 있다. 최악의 경기속에서 바이어의 발길도 끊어지고 외국으로 보따리싸서 해외전시회로 발길을 재촉하고 있는 신진들과 소규모 자영업자나 마찬가지인 디자이너들은 큰 부담감을 갖게 됐다.

굳이 이처럼 어려운 시기에 이런 통보를 해야만 하는가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쇄신이나 업그레이드란 명분이 있더라도 이 같은 시기에 패션인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이 우선은 아닌가 한다. SPA브랜드들 조차 성장세가 꺾인다는 요즘, 패션계는 ‘무대응이 대응’일 수 밖에 없다.

어찌됐든 조바심속에 위기감을 고조시키는 분위기조성은 금물이다. 회복세로 돌아설때를 대비 만반의 전투태세를 강화하며 시장을 예의 주시할 때다. ‘메르스’보다 무서운 것은 “어쩔 수 없다”는 한탄과 “이러다가는 공멸한다”는 식의 위기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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