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첫 설립한 사회적 기업 오르그닷(대표 김방호)은 모범생 중에서도 우등생이다. 11명 남짓한 직원으로 세가지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첫번째 사업은 설립 당시부터 시작해온 단체복 사업이다. 기업 내 가장 많은 수익이 창출되는 영역이기도 하다.
야구단 ‘SK와이번즈’는 2010년부터 작년까지 ‘그린데이’ 행사 때마다 선수 전원이 오르그닷에서 만든 친환경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뛰었다. 페트병을 재활용해서 만든 원사로 짠 친환경 유니폼은 야구단 내에서 승리를 이끄는 행운의 여신으로 꼽힌다. 페트병을 칩으로 만들어 일반 폴리에스테르로 제직하는 아주 특별한 방식으로 만든 오르그닷의 유니폼은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완소(완전 소중한)제품이다. 오르그닷 황정진 디렉터는 “패션이라는 카테고리에서 발생하는 환경 문제를 진지하게 다뤄나가는, 자연과 함께 공생하는 기업이 되고 싶었다”며 “친환경 단체복으로서 수많은 기업들과 연계해 나가며 자생력을 키워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두번째 사업은 친환경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 ‘A.F.M’이다. ‘Apparel For Movement’라는 뜻을 가진 이 브랜드는 한 시즌에 친환경 소재를 사용한 옷을 40%정도 만들어낸다. 벌써 8번째 시즌을 전개 중이니 나이도 적진 않다. 옷으로 세상을 변화시켜보자는 각오를 담아 다양한 콜라보레이션 활동을 해나가고 있다.
이번 시즌엔 독특한 뮤지션이 소속된 ‘붕가붕가 레코드’의 김기조 그래픽 디자이너와 콜라보레이션 티셔츠를 제작했다. 세계적인 인권단체 ‘국제 엠네스티’와는 엠네스티를 대표하는 색깔인 노란색을 활용해 의미있는 티셔츠를 만들기도 했다. 가치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하는 패션 브랜드가 되자는 의지가 확고하다. 황 디렉터는 “패션산업과 다양한 문화, 사회현상의 지속성은 교집합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우리만의 메시지를 더 다양하고 많은 계층에게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자고로 ‘옷’만큼은 좋은 퀄리티의 제품과 디자인으로 먼저 인정받아야 가야할 길이 보이는 법이다. ‘A.F.M’ 제품은 질리지 않고 오래 입을 수 있는 디자인이 특징이다. 재생 폴리에스테르를 100% 사용한 조거팬츠와 맨투맨 티는 지난 시즌 인기가 많았다. 한번에 대량 구매하는 손님도 있었다. 남들과는 다른 소재를 사용하기 때문에 가격은 기존 제품보다 비싼편이지만 그만큼 희소가치도 올라갔다. 5년정도는 입을 수 있는 옷을 만들자는 게 ‘A.F.M’의 철학이다. 앞으로 이들의 목표는 고객이 ‘신기하다’고 구입하기 보다 ‘예쁘다’라는 생각이 먼저 들 만큼 다양한 디자인의 제품과 전략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나가겠다는 것이다. 오르그닷 정우석 COO(최고 운영 책임자)는 “환경적인 메시지도 담고 있지만 디자인력에서도 빠지지 않는다”며 “ F/W에는 재생 소재말고도 다양한 원단과 개성있는 디자인으로 고객의 눈길을 사로잡겠다”고 말했다. ‘A.F.M’은 현재 자체 온라인 스토어와 무신사, 힙합퍼, 에이랜드 등 유명 온오프라인 편집샵에서 전개 중이다. 8월 31일까지는 시즌 오프 세일을 진행해 전 품목을 30% 할인 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세번째 사업은 협력이 모티브가 됐다. ‘디자이너스 앤 메이커스’로 명명한 이 사업은 우리나라 봉제공장과 신진 디자이너를 연결해주는 인터넷 서비스다. 하반기에 정식 오픈이 예정돼 있다.
‘오르그닷’은 이 사업을 위해 공장 여러곳을 직접 발로 뛰며 그들의 고충이 무엇인지 조사했다. 단순히 서로를 연결해주는 차원에서 끝나지 않고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개발 및 메신저 서비스도 준비하고 있다. 정 COO는 “봉제공장의 일감도 늘리고 디자이너가 쉽게 공장 실무자를 연결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개발코자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