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무대 열망의 꿈, 욕심 아니라 도전이죠”
정글같은 패션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오늘도 꿈을 만드는 신진 디자이너들, 음지에서 묵묵히 자신의 길을 쫓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화려한 무대 위에서 많은 이들의 박수를 받는 기성 디자이너들도 모두 인고의 시간을 거쳐서 지금의 자리에 올랐다. 본지는 이번 연재를 통해 ‘나만의 옷을 만드는 일’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다는 신예을 재조명하고자 한다. 힘들지만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본업에 매진하는 이들이 있기에 한국 섬유패션산업 미래는 밝다.
“옷만 만드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지 않은 지는 얼마 되지 않았어요. 방향을 튼 이유는 지금까지 잡초처럼 꿋꿋하게 살아온 저에게 하고 싶은 일을 해보자고 주는 선물이었어요. 디자이너를 넘어 문화전반을 다루는 아티스트가 되는 날까지 다시 한번 부단히 노력해야죠.” 학창시절 문정욱 디자이너의 꿈은 작곡가였다. 손이 닳도록 치던 피아노는 평생 그와 함께 할 동반자였다. 그런 그가 갑작스럽게 방향을 틀어 디자이너의 길을 걷게된 건 드라마 ‘모델’ 이었다. “너무나도 사소한 이유로 꿈이 바뀌었죠. 패션매거진 보그에 실렸던 장광효 선생님의 ‘카루소’ 착장 화보에선 전율까지 느꼈어요. 독특하면서도 웅장한 매력에 압도됐던 것 같아요. 곧 음대를 자퇴하고 의상 디자인학과에 편입 했어요.”순간의 떨림을 잊지 못해 패션계에 입문한 그의 성격처럼 ‘나인틴에잇티’의 옷은 즉흥적이면서도 사실적이다. 미니멀하면서도 시크한 브랜드 컨셉에 따르되 남들이 따라하기 힘든 그만의 독특한 아트웍 작업을 겸한다. 덕분에 그의 옷을 보고 있자면 ‘이 옷 쉽게 만든 옷은 절대 아니겠다’는 생각이 들만큼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얼마전 그는 서울패션위크 제네레이션 넥스트(GN)참가신청 접수를 마쳤다. 홍콩에 있는 글로벌 편집샵 ‘트위스트’와 영국 유명 셀렉샵 ‘TCL’에 자신의 컬렉션은 물론 콜라보 컬렉션까지 판매하는 글로벌한 그가 굳이 다시한번 GN에 도전하는 점이 의아했다. 이미 15 S/S GN으로 성공적인 데뷔를 마친 셈인데 말이다. “올해로 GN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잖아요. 신진디자이너로서 평가받는 자리는 이번이 마지막이 될 테니 만약 떨어져도 제 인생에서 의미있는 일로 남을 것 같아요. 속이 후련합니다.”
10년동안 해왔던 남성복에서 나인틴에이티로 여성복을 전개하기까지, 복종에 대한 한계를 타파해온 문정욱 디자이너. 어떤 일이든 제대로 해내는 그에게 새로운 꿈이란 욕심이 아닌 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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