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기술적 한계 많아…단추 등 부자재에 제한적 사용”
서울여대, 3D 프린팅 관련 연계 전공과목 설립 모색
이스라엘 디자인전공 대학생, 컬렉션 첫 선 ‘큰 화제’
올해 이스라엘의 셴카 칼리지(Shenkar College) 디자인과를 졸업한 다니트 페렉(Danit Peleg, 27)은 졸업 작품전을 기획하던 작년에 3D 프린팅을 처음 접했다. 누구나 접근 가능한 기술을 사용해 옷을 만드는 방법에 관심이 많았던 다니트는 3D 프린터를 사용하면 일반인들도 집에서 직접 옷을 만들어 있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2014년 9월 본격적인 의류 제작에 나섰다.이때부터 그는 19세기 프랑스 낭만주의 거장인 유진 들라크루아의 ‘자유를 이끄는 여신(Delacroix’s Liberty Leading the People)’을 모티브로 컬렉션용 의류 5벌과 모델이 신는 하이힐까지 모두 3D 프린터로 만들기로 결심했다. 과정은 쉽지 않았다.가장 먼저 부닥친 문제는 의류의 유연성 구현에 적합한 소재를 찾는 일과 3D 프린터 선택이었다. 보통 3D 프린팅 소재로 쓰는 PLA는 부서지기 쉬워 옷에는 맞지 않았다. 여러 곳을 수소문한 끝에 외부 자문으로 필라플렉스(FilaFlex)를 소개 받으면서 돌파구가 열렸다. 필라플렉스는 여타 3D 프린팅용 재료보다 유연성이 뛰어나 다니트가 생각한 목적에 가장 잘 들어맞는 소재였다.한달간 적합한 소재와 기계를 테스트하고 최종적으로 낙점한 프린터는 위트박스(Witbox) 였다. 다니트는 이 과정에서 이스라엘 텔아비브의 3D 프린팅 연구소인 테크팩토리 같은 지역 커뮤니티의 도움을 받았다. 소재와 프린터를 선택한 후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가 총 5벌의 컬렉션 의류를 만드는데는 무려 2000시간 이상이 소요됐다. A4용지 크기를 프린트하는데 20시간이 넘었고 옷 한벌에는 무려 400시간이 걸렸다. 9개월이 지난 올 6월 최종 작품을 완성하고 세계 최초로 컬렉션까지 연 다니트 페렉은 월스트리트저널과 가디언, 엘르 등 해외 유명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다니트가 심혈을 기울여 제작한 3D 프린팅 의상은 과연 어떤 것일까? 실생활에서 직접 입을 수는 있을까? 아쉽게도 다니트가 만든 의류를 실제 옷과 비교하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많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윤혜준 박사는 “의류는 기본적으로 사람의 피부를 보호하고 유연성을 가져야 하는데 이 부분에서는 실제 의류로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3D 프린팅을 활용해 옷을 만들었다는 창의성과 예술적 부분에서는 점수를 줄 수 있지만 현재 기술로 옷을 만들기에는 한계가 많다”는 의견이다. 설령 기술적으로 가능하더라도 가격이 만만치 않다. 3D 프린팅을 활용하면 아무리 단순히 만들어도 기백만원은 할 텐데 이만큼의 비용을 지불하고 옷을 사 입을 사람은 많지 않다는 얘기다. 서울여자대학교 컴퓨터학과 정태경 교수는 “나노기술을 포함한 소재 측면에서 다양한 물성을 분석해 연구했다는 점은 고무적이지만 착용감이나 신체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하면 기술적으로는 아직 초기 단계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섬유의류 분야에서 3D 프린팅은 단추 같은 단순한 원부자재에 적용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의류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아직 갈길이 멀다”고 밝혔다.기술과 의류의 물성을 제외하고 순수한 디자인만 고려하면 훌륭한 작품이라는 평도 나온다. 대학 교수 등 디자인 전문가들은 “최근의 S/S 컬렉션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고 평가했다. 컬러와 조형감이 기존 의류와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는 좋은 작품이라는 설명이다.현재 국내에서 3D 프린팅을 활용한 의류 제작은 논의단계에 머물러 있다. 윤혜준 박사는 “여러곳에서 연구차원의 논의가 있기는 하지만 본격적인 연구개발에 들어간 곳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이 분야에서 가장 의욕을 보이고 있는 곳은 서울여자대학교다. 서울여대는 올들어 컴퓨터학과와 의류학과 등 관련 학과들이 3D 프린팅을 포함한 스마트 하이테크를 가르치는 연계 전공 과정을 대학원에 설립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3D 프린팅을 활용한 의류제작도 시도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여대, 3D 프린팅 관련 연계 전공과목 설립 모색
이스라엘 디자인전공 대학생, 컬렉션 첫 선 ‘큰 화제’
이런 점에서 다니트 페렉의 말은 의미심장하다. “처음 시작했을 때는 이런 일이 가능할 것이라는 확신이 없었다. 그러나 재능있는 사람들의 도움으로 전체 패션 컬렉션을 (3D 프린팅으로) 만들겠다는 나의 꿈을 이룰 수 있었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기술의 발달로 우리는 곧 집에서 모든 옷을 프린팅해 입을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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