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이어’만의 강렬함으로 각인 되고파
정글같은 패션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오늘도 꿈을 만드는 신진 디자이너들, 음지에서 묵묵히 자신의 길을 쫓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화려한 무대 위에서 많은 이들의 박수를 받는 기성 디자이너들도 모두 인고의 시간을 거쳐서 지금의 자리에 올랐다. 본지는 이번 연재를 통해 ‘나만의 옷을 만드는 일’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다는 신예을 재조명하고자 한다. 힘들지만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본업에 매진하는 이들이 있기에 한국 섬유패션산업 미래는 밝다.
부산에서 우산 봉제공장을 하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은 이영곤 디자이너는 서울 사사다 패션스쿨을 졸업하고 맨즈웨어에 입문했다. 이영곤 디자이너는 거창한 유학파는 아니지만 그의 레이블은 날렵한 재단과 담백함으로 시선을 압도한다.
2013년 7월 런칭한 ‘노이어(Noirer)는 검은옷을 만드는 자, 다크웨어가 브랜드만의 아이덴티티로 무채색 위주의 서정적이고 요란하지 않은 옷들이 대부분이다. 간결하지만 엣지있는 디테일과 실루엣은 남다른 감도와 스타일링으로 블랙이 주는 쿨 한 감성을 배가한다. 이러한 이영곤 디자이너만의 감성은 두각을 나타내 지난해 한국, 대만, 홍콩, 일본 등 아시안 신인 디자이너들을 위해 마련된 아시아패션컬렉션에서 한국대표 디자이너로 참가하며 조금씩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신진이라고 하기엔 묵직하고 노련한 그의 컬렉션은 소리 없이 존재감을 나타낸다. 컬렉션의 완성도 또한 높아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 기승전결이 완벽하다. 그의 강점 덕분에 지난해 87명의 각국 신인 디자이너들과 대결해 한국 대표로 뽑히게 됐다. 매년 시즌을 대표하는 시그니처 아이템을 선보이는 ‘노이어’는 지난해 무스탕 제품이 호평을 받았으며 올 S/S에는 레터링 티셔츠가 호응을 얻으며 카피 제품까지 나왔다. 이탈리아산 울과 일본 수입 소재 사용 등 최상의 소재감과 퀄리티를 자랑한다. 남성복의 힘 있는 원단보다 소프트한 여성복 소재를 자유롭게 믹스하고, 루즈하면서도 슬림핏의 조화로움으로 독특한 스타일링을 완성한다. 정형화되지 않은 레이어링을 추구하는 것 또한 그만의 방식이자 아이덴티티다.
‘노이어(Noirer)’는 불어로 블랙을 뜻하는 느와르(Noir) 뜻 자체가 갖고 있는 어둡고 원초적인 분위기에 만드는 사람이라는 ‘er’을 붙여 탄생한 네이밍이다. 이영곤 디자이너는 “매스나 볼륨 브랜드로 가기보다 한 평생 단 한명이라도 특별한 고객이 찾는 브랜드가 되고 싶다”며 “눈에 튀지도 트렌디하지도 않지만 ‘노이어’만이 주는 강렬함과 간결한 핏, 쿨한 이미지로 고객들을 매료시키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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