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운 상상의 날개를 단 패션 잔치가 열렸다. 지난 7일 서울대학교 생활과학대학 광장에서 의류학과 3, 4학년 학생들의 패션쇼가 펼쳐졌다. 가을밤 에 열린 패션쇼에는 재학생, 패션계 인사, 서울대 패션산업 최고경영자과정 15기(회장 진영식 충남섬유 대표), 학부모 등 500여명의 관중이 모인 가운데 ‘Art! Whatever’ 이란 주제로 31명의 창작품이 선보였다.
이날 야외무대는 가을 밤 조명장치와 모델 의상, 관객이 어우러져 무엇이든 예술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통해 인간의 삶을 패션에 담아낸 데이드림(Daydream)으로 첫 무대가 막이 올랐다. 낮에 꿈꿨던 환상이 깨지는 과정을 흰색과 검은색을 통해 표현했다. 표현주의 회화에서 모티브를 얻어 인간의 욕망과 내면을 보여주는 ‘시덕션(Seduction)’ 스테이지는 여성의 유혹적인 느낌을 의상에 담았다. 세 번째 스테이지는 감상자 입장에서 패션을 재창조했다. 주관적 깨달음을 강조한 ‘프로세스(Processes )스테이지에서는 각각 모티브를 가지고 무늬를 개발, 현대 패션의 유행을 보여줬다.
회화와 음악성 등을 통한 아티카 컨셉의 무대에서는 아프리카의 역동성을 기하학적 무늬와 강렬한 원색으로 표현했다. 화려한 패턴을 통해 예술로서의 패션 영역을 확장했다. 백재홍(3학년)씨는 “아프리카의 역동성을 오히려 배제하고 덜 알려진 아프리카만의 아이텐티티를 찾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전에 해보지 않았던 원색을 패션에 풀어냈다. 아프리카의 토속적인 색과 기하학적 패턴을 따 개개인마다 하나의 예술 사조와 접목해 패션에 녹였다. 입체파와 아프리카, 야수파와 아프리카 등을 패션으로 표현하기 위해 덩어리진 질감이나 색감을 살리는 프리팅을 했다.”
이번 패션쇼에서 아프리카와 아트를 패션으로 풀어낸 ‘아티카(Artica(Art+ Africa))’ 스테이지에 참여한 서울대 강소정(3학년)씨의 말이다. 강소정씨는 “패션쇼를 할 기회가 주어져 기뻤다. 아직 학생이라 패션을 알아가는 과정이고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을 펼칠 수 있어 즐겁게 참여했다”고 말했다.
저항과 도전이라는 예술의 본성을 보여준 ‘Artisch(Art+Kitsch)’ 무대에서는 ‘POLICE LINE’ 글자를 옷에 감싸 테이프 처리하는 등 과감한 의상이 키치적 재미를 더했다. 조형적으로 아름다운 형태를 보여주는 ‘Artnatomy(Art+Anatomy)’ 스테이지가 대미를 장식했다. 천을 조각조각 잇거나 덧붙이고 구멍을 내 해부학적 패턴으로 패션을 선보였다.
쇼를 관람한 패션업계 인사들은 완성도 높은 작품과 창의성이 돋보였다고 평했다. 학생들은 무대가 끝나고 가족, 친구들과 사진을 찍으며 서로를 축하했다. 이번 졸업 작품쇼를 맡은 전재훈 의류학과 교수는 “학생들은 오직 열정만으로 시작해 방학을 반납하듯이 작품에 매달려 좋은 결과가 나왔다”며 “학생 때가 아니면 창의성을 마음껏 발휘할 수 없다. 학생이 표현하고 싶은 것을 최대한 꺼집어 낼 수 있게 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전재훈 교수는 “옷을 만드는 기술을 배우는 것보다는 소통의 중요성을 알아가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번 패션쇼에는 서울대 패션산업 최고경영자과정 15기 원우들이 상금과 상패 등을 후원하며 학생들을 격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