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부르는 ‘거위의 꿈'] ‘뮌(MUNN)’ 한현민 디자이너
[내가 부르는 ‘거위의 꿈'] ‘뮌(MUNN)’ 한현민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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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더라도 제대로 만들고 싶었다”

정글같은 패션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오늘도 꿈을 만드는 신진 디자이너들, 음지에서 묵묵히 자신의 길을 쫓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화려한 무대 위에서 많은 이들의 박수를 받는 기성 디자이너들도 모두 인고의 시간을 거쳐서 지금의 자리에 올랐다. 본지는 이번 연재를 통해 ‘나만의 옷을 만드는 일’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다는 신예을 재조명하고자 한다. 힘들지만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본업에 매진하는 이들이 있기에 한국 섬유패션산업 미래는 밝다.

한현민 디자이너(32)는 얼마 전 2016 S/S 서울컬렉션을 무사히 마쳤다. 3년차 브랜드 치고는 탄탄한 기본기와 디테일함이 돋보이는 균형감 있는 무대로 각종 패션 관계자들의 찬사를 받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진짜 실력파다. 대학교에서 그래픽 디자인과 사진을 전공하다 SADI에 편입한 뒤 졸업 후엔 6년 간 우영미와 레이(LEIGH)에서 실력을 갈고 닦았다. 그는 “대학교 다닐 때 매일 아침마다 고민했던 게 무슨 옷을 입는가 였다”라며 “옷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레 디자인에 흥미를 느끼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우영미와 레이에서 굵직한 국내외 컬렉션을 거친 한현민 디자이너는 2013년 ‘뮌(MUNN)’을 선보였다. 좋은 소재와 부자재, 봉제까지 삼박자를 갖춘 브랜드만이 성공할 수 있다고 믿은 그는 반짝하는 화제성보단, 오래걸리지만 옷을 쉽게 풀지 않는 정직한 브랜드가 되고자 했다. “남들이 따라할 수 없는 저만의 옷을 만들고 싶었어요. 시간은 걸리겠지만 오랫동안 인정받고 싶은 브랜드를 만들고자 패턴과 부자재 등 세세한 부분을 놓치지 않으려 했습니다. 그 덕에 주말이 없어요. 매년 이탈리아 남성복 전시회 피티워모에 방문하는 게 저의 유일한 휴가입니다.”보는 것과 입는 것, 옷에 대한 모든 걸 연구하는 한 디자이너는 자신의 옷을 ‘한 부분 다른 포인트’라고 말한다. 세세한 포인트와 봉제기법을 알아주는 고객이 많을 때가 가장 보람차고 뿌듯한 순간이라고 여긴다. 낯설지만 익숙한 듯, 다르지만 같은 듯한 불이법을 테마로 패턴을 믹싱해 선보였던 그의 첫 컬렉션부터 서양화가 한재열과 협업한 아트룩을 선보인 이번 컬렉션까지, 그는 단 한번도 한 곳에 머물러 있지 않았다.

그는 “2013 S/S 컬렉션과 이번 컬렉션은 애착이 많이 간다”며 “컬렉션마다 거창한 스토리텔링보다는 명확하게 떨어지는 컨셉을 보여주기 위해서 시각적인 이미지를 활용하는 편이다”고 말했다. 꾸준한 영감의 원천은 일주일에 한번씩 가는 미술관이다. 최근에 관람한 비비안 마이어 사진전처럼 자신만의 사진전을 열고 싶은 게 그의 또다른 꿈이다.“평소 필름카메라로 일상의 순간을 포착하는 걸 좋아해요. 앙리 까르티에 브레송의 사진을 보면 제가 추구하는 게 뭔지 보여요. 어리지만 다양한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는 알렉산더 왕도 멋지죠. 앞으로 디자인은 물론 제가 좋아하는 것들을 함께 선보여 나가고 싶어요.”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덕에 요즘은 여성 고객도 늘어나고 있다. 이번 컬렉션은 여성복 비중도 전보다 높였다. 컬렉션 작업부터 영국과 이탈리아 등 해외 진출때문에 눈코뜰새 없는 한현민 디자이너에게 10년 후를 물었다. “좀 더 좋은 환경에서 여유롭게 일할 수 있겠죠? 그저 즐겁고 행복하게 일할 수 있다는 것, 그게 가장 행복한 쉼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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