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섬칼럼] 서울패션위크, K패션 발신지 역할했나!
[한섬칼럼] 서울패션위크, K패션 발신지 역할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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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시내의 대형 쇼핑몰, 현지 언론이 추산하기로 1만명이 운집했다.
방콕인터내셔널패션페어와 가죽전시회(BIFF & BIL)가 열렸던 3월 둘째 주였다. 한국의 아이돌그룹 엑소(EXO)의 팬사인회가 열리기로 한 날, 아침부터 그 일대는 교통이 마비돼 경찰과 안전요원들이 총 출동할 정도 였다. 다음날 새벽까지 팬들을 떠나지 않고 비명을 질러 댈 정도의 인기와 열기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다음날 유력 일간지 1면을 장식한 것을 보고 또 한번 놀랐다.

이러한 열광에도 불구하고 K패션은 한류에 편승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태라면 미래도 큰 기대는 할 수 없을 것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디자이너의 패션쇼나 의상, 브랜드들의 현지밀착 마케팅이 거의 전무하다.한국패션에 대한 체계적 홍보와 마케팅이 비단 태국뿐만 아니라 아시아 각국에서 부재한 상황이어서 반짝 붐으로 끝날 수도 있다는 조급함이 생긴다. 대한민국 문화에 대한 부가가치와 인식이 높아지고 있는 지금 우린 무얼하고 있는가!.얼마전 막을 내린 2016F/W헤라서울패션위크는 올해 처음으로 DDP와 영등포에 위치한 대선제분공장으로 장소를 이원화해 실시했다. 이번 서울패션위크는 정구호 총감독의 의지와 추진력으로 큰 변화가 시도됐다.특히 그 중에서 트레이드 쇼 ‘제너레이션넥스트 서울’이 신설됐고 창의적인 신진디자이너들의 아이덴티티를 대변하고자 제분공장이라는 공간에서의 페어와 패션쇼를 개최한 것이다. 33명의 신진들에게 패션쇼에 참여할 기회가 주어졌다.

참가기준을 5년이상 비즈니스 경력에서 1년이상으로 낮춰 감각과 열정만 있으면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확대했다. 또한 1대 1 매칭시스템을 현실화, 신진들이 바이어와 해외 프레스와 만남을 가질 수 있도록 했다. 서울컬렉션이 열리는 DDP에서 영등포 대선제분공장까지 셔틀버스를 연결해 정감독이 직접 하루 수차례씩 바이어와 함께 찾는 열의를 보이기도 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행사후 들려지는 참관자들의 반응은 신통치가 않다. 쉽게 말하자만 잔치에 초대된 손님이 불편했고, 같은 방식의 다음 잔치에 대해 “별로 가고싶지 않다”는 반응이었다는 것.패션은 고부가 산업이다. 창의적 발상의 현실화 작업인 만큼 원가대비 돈으로 환산할 수 있는 이상의 것이다. 대선제분공장의 환경은 열악했고 페어장에 상주한 디자이너들은 추위와 싸워야 했다. 해외 바이어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특히 러시아워때 셔틀버스를 이용한 바이어들은 몹시 불편해 했다.

신진·바이어들 창고에서 추위에 고전
신선한 기획·시도 위해 불편함 감수
열악한 환경은 하이패션 이미지 실추
컬렉션·제네레이션 시너지 창출 부족
산발적 오프쇼…축제 효과보다 분주하기만


신진디자이너들은 “실제로 우리옷을 바이어들과 해외프레스에 하루 몇차례 보여줄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절반의 성공”이라는 반응을 보였지만 막상 찾아온 바이어들이 “같은 불편함을 참고 내년에도 찾기는 힘들 것 같다”는 반응이다. 분리된 전시장의 동선상 불편함은 그렇더라도 먼지가 풀풀 날리는 패션쇼장의 바닥과 입구에 버젓이 설치된 화장실 역시 미관상 좋지않았다.

전시 참가자들은 주최측이 급조 해 준 난로곁에 두터운 옷을 입고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서울컬렉션에 참가한 하이패션 의상들도 환경과는 전혀 부합되지 않았고 전시부스들은 시선을 집중시키기엔 너무 산만한 환경속에 놓여있었다.사실, 녹록치 않은 환경에서 창의력을 발휘해야 하는 신진디자이너들이야말로 더욱 그들의 의상이 고급스럽게 돋보일 수 있는 곳에서 전시와 패션쇼를 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선진패션국가들의 다양한 실험정신과 이색적인 행사의 벤치마킹은 좋지만 한국적 현실과 환경에 과연 부합하는 것인지도 고려해야 한다.마지막날인 토요일 오후 대선제분공장에서의 화재는 의도된 잘못은 아니었다. 화재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는 없었다고 하고 정감독이 참가자들을 도와 제품들을 나르고 사후 피해사례를 조사하는 등 솔선수범하는 모습에 후배들은 존경을 표하기도 했지만 어쩌면 위험에 노출될 수 밖에 없는 환경이었을 것이란 추론도 있었다.서울컬렉션이 열리는 DDP는 몇몇 스타디자이너들로 인한 열광의 분위기를 제외하면 차분하다기 보다 썰렁했다는 표현이 옳을 것이다. 중견디자이너의 참여가 줄었고 제너레이션의 분리, 여기저기서 산발적으로 열리는 오프쇼까지 분주하기만 했다는 느낌이다.새로운 변화의 시도에는 많은 위험 변수가 있고 우려의 목소리와 질시도 따를 수밖에 없다.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기에 자신의 이익이 관철되지 않았을 때 뒷담화와 비판을 위한 비판을 만들어내는 세력도 없진않다. 헤라서울패션위크 기간중 종전에 불만사례로 접수된 많은 요소들이 시정됐고 초청된 바이어나 프레스의 수준향상 등 눈에 보이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었다.

그러나 서울패션위크가 K패션의 고부가성을 대변하고 글로벌마켓으로 나아갈 수 있는 하이패션과 창의적 브랜드를 육성하는 실질 오더수주의 장으로서 더 높은 도약을 위해선 더 이상 그 누구에게도 ‘불편함’을 감수하게 해선 안될 것이다. 이미 한국은 아시아 문화의 중심지이고 K패션의 발신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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