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 기반 온라인 플랫폼사들의 경영악화가 날로 심화되고 있다. 온라인 시장 활황으로 외형은 늘었지만 매출이 늘면 적자폭도 함께 커지는 기형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뚜렷한 수익모델 없는 상태에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못했고 시장 혁신에도 실패했다는 지적이다. 본지는 투자를 통해 사세를 키운 동대문 B2B 온라인 플랫폼(신상마켓(딜리셔스), 링크샵스, 골라라)를 2편에 걸쳐 조명한다. 아울러 IT 기업으로서 혁신성과 수익 모델을 제대로 갖췄는지에 대해 짚어본다. <편집자주>
금융감독원에 보고된 2021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신상마켓을 운영하는 딜리셔스는 작년 영업수익(매출)이 전년보다 약 2.3배 늘어난 179.8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손실도 덩달아 커져 무려 140.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과 비교해 2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링크샵스 역시 2020년 매출이 전년대비 37.5% 상승한 30.4억원이었다. 영업손실은 다소 줄었지만 무려 22.2억원을 기록했다. 작년에 런칭한 골라라 매출은 미미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상이 이런데도 불구하고 외부 투자는 늘어나는 추세다. 신상마켓은 가장 최근 540억원 투자를 포함, 지금까지 누적 투자금이 825억원에 달한다. 링크샵스는 100억원 이상을 유치했고 골라라는 올 들어서만 33억원을 투자받았다.
위에서 보여지듯 이들 동대문 온라인 플랫폼 3사는 매년 막대한 손실을 기록하는 중이다. 만약 외부 투자가 중단될 경우 회사 문을 닫을 수도 있는 심각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기존 온라인 플랫폼은 막대한 적자가 발생하더라도 시장 지배자가 되면 앞으로 손실을 만회할 수 있다고 본다. 고객 확보 등 외형 성장을 통해 성공 가능성이 입증되면 투자가 이어지고 상장을 통해 한번 수익이 터지면 엄청난 고속 성장을 할 수 있다는 논리다.
그러나 동대문에서는 이런 전략이 통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온라인 플랫폼을 비롯해 동대문 시장은 소매상(지방 및 온라인)을 대신해 물건구매를 대행하는 소위 사입삼촌이 개입돼 거래가 일어나는 비율이 절대적이다. 해외 거래의 경우는 해외 에이전시가 사입삼촌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동대문 시장만의 특수성 때문에 전문가들은 플랫폼들이 국내 시장에만 의존한다면 수익성 확보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내수 시장만으로는 외형 확장에 한계가 있고 향후 도매상과 소매상으로부터 거래 수수료율을 높여 받기도 어렵다. 동대문의 도매상과 사입삼촌은 B2B 거래처를 이미 확보하고 있는 데다, 빅바이어는 원하는 물량가를 저렴하게 받기 위해 협상을 원하기 때문이다.
동대문 관계자는 “사입삼촌이 국내 거래처를 많이 확보하고 있어 플랫폼이 국내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리기 어렵고 수수료율을 올리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플랫폼을 이용하는 국내 소매 거래처가 많다고 해도 사입삼촌을 통해 거래를 해야 하는 구조적인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인건비가 더 추가돼 수익을 내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 시장에서는 외부 투자금에 연명하는 좀비 플랫폼을 두고 갖가지 소문이 무성하게 퍼지고 있다. 업계 사정에 정통한 다수의 관계자들은 “올 들어 제대로 된 수익모델을 갖추지 못하고 외부 투자금으로 연명하는 부실 플랫폼이 나오기 시작했다”며 “그럴싸한 IR 자료로 모양새만 갖춘 좀비 기업으로 인해 시장 이미지가 실추되고 추가적인 투자가 중단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업계는 2000년대 닷컴 회사들이 스스로 파산하거나 도산의 길을 선택했던 닷컴 버블과 같은 상황이 21세기 플랫폼 기업에서 재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기업이 충분한 영업 기반을 확충하지 못하고 장밋빛 미래만 그리고 있다는 것이다.
20여년 경력의 상가 임원은 “10여년된 선두업체마저도 외부투자로 연명하는 상황은 마찬가지인데 신생 플랫폼들은 시장을 모르고 뛰어든 경우도 많다”며 “배달의 민족이 라이더(배달 기사) 없이는 운영이 안 되는 것처럼 동대문은 사입삼촌 없이 거래가 이뤄지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사입삼촌은 거래처(소매)를 확보한 플랫폼과 같은 형태의 소상공인이고 그들이 동대문에서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