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속화되는 韓 축소경제, “낡은 제도 버리고 정체된 산업구조 타파해야”
여성 경제활동 참여↑출산율 제고 ‘일-가정 양립 정책’ 가장 우선순위
한국의 경우 전 세계에서 합계 출산율(0.778명)이 충격적인 최저 수준까지 떨어지면서 슈링코노믹스의 덫에 빠질 위험이 높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65세 이상 주민등록 인구가 1000만62명으로 전체의 19.51%를 차지, 올 연말 국민 인구 5명 중 1명(20%)이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추정했다.
향후 10년 내 25세~59세(적극생산연령)인구는 320만 명 감소하고 65세 이상 인구는 483만 명 증가가 전망되면서 70%대를 유지하던 생산연령인구 비중은 올해를 지나면서 70% 이하로 떨어질 전망이다.
한국의 초저출산·고령화·인구감소는 거시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으로 일부 기관 추계에 따르면 2050년 이 추세가 유지될 경우 성장률은 0%이하일 것으로 추정했다.
경제 전 분야의 축소와 활력을 잃어가는 심각한 상황이 도래하면서 여전히 제조업, 중소기업 중심이며, 여성고용비중 또한 높은 한국 패션, 섬유업계도 당면한 과제다.
한국섬유신문 43주년 창간 특집은 “본격화되고 있는 슈링코노믹스 현상에 대응방안”을 대기획 주제로 오피니언 리더들을 통해 심도있는 진단과 조언을 들어봤다.
한국경제인협회 김창범 상근 부회장은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와 출산율 제고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일-가정 양립 정책’이 가장 우선순위에 놓고 추진해야할 대책”이라고 꼽았다. 이를 위해 유연근무제, 보육 시설 확충, 양성평등 교육 강화 등이 동반 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슈링코노믹스에 빠진 한국경제의 단면을 보여주는 키워드인 O.L.D.(outdated-낡은 제도, low-낮은 출산율과 생산성, dormant-정체된 산업구조) 타파를 강조했다.
또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O.L.D.한 한국경제에 새로운 씨앗, 혁신 키워드로 S.E.E.D.(Smart-자동화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팩토리 등을 통해 생산성 향상, Energy-산업전반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기술도입으로 비용절감과 환경보호 앞장, Education-평생교육, 직업 재교육을 통해 고령층도 새로운 기술 습득으로 경제활동 참여 독려, Digital-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디지털 기술 산업 적용으로 생산성을 높이고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 창출)를 뿌려 크고 울창한 나무로 키워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홍석철 교수(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상임위원)는 슈링코노믹스가 우리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중요한 과제를 ‘노동력 감소’로 꼽으며 특히 생산 제조업 분야에서 타격이 클 것으로 전망했다.
홍석철 교수는 “국내 뿐 아니라 선진국은 물론이고 개발도상국도 저출생, 고령화, 축소경제에 직면해있다. 중장기 전략을 세워야하며 초저출산-초고령화 시대는 우리 경제에 수많은 도전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인구구조변화에 맞춰 산업 구조도 바뀌고 있다. 특히 부족한 노동력으로 경제를 지탱할 수 있는 실질적 방안은 ‘기술혁신’과 ‘기술투자’가 꼽힌다. 정보 축적과 활용을 위한 디지털 기반과 AI기술 활용을 위한 역량 또한 필수적으로 갖춰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창간특집에는 초저출산과도 연관 높은 국내 반려동물 양육 1500만 인구 시대, 초고령 사회 진입과 함께 경제력을 가진 파워 소비층 860만 ‘영 시니어’가 황금거위로 부상하는 핵심 산업 배경에 대해 조명했다.
한편, 한국경제인협회 전망에 따르면 올 하반기와 내년 한국경제는 2% 내외의 저성장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올 하반기 성장률은 1.9%로 예측했고, 정부와 IMF는 내년 한국경제가 2.2%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1.4%의 초저성장을 감안하면, 2%내외의 성장률은 기저효과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2022년 2분기부터 작년 4분기까지 실질임금이 감소해 가계의 소득기반이 부실해졌고, 가계부채 상환부담으로 민간소비의 회복세는 미약한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IT 경기회복으로 수출과 투자의 점진적 개선이 예상되지만, 지정학적 리스크, 중국의 경기부진, 통화긴축 지속 등 하방 리스크로 인해 낙관 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5월 산업활동 동향을 살펴보면 생산, 소비, 투자 등 주요 경제 지표가 10개월 만에 하락세를 보였다. 이는 고물가, 고금리 영향으로 소비와 투자 등 내수가 부진한 결과다.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의 회복 여부는 결국 수출에 달려있다고 입을 모은다. 과거부터 수출은 우리경제의 성장을 견인하는 버팀목이었다. 하지만 최근 국지적 분쟁 확대와 공급망 교란, 미국 대선 및 자국 우선주의 기조 강화 등 수출환경이 녹록치 만은 않다. 특히 주요 수출 대상국인 중국경제의 더딘 회복도 제약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내년에는 주요국들이 경기 안정화 전략에서 벗어나기 시작, 올해보다는 물가와 금리가 낮아지면서 전반적으로 투자와 소비 추이도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대 경제학부 홍석철 교수는 “거시 경제 지표가 좋아지면 평균은 개선되겠지만 모두의 삶의 질이 좋아지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우리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취약한 소상공인, 가계 부채 등의 문제 해결이 중요하다. 경제 상황은 결혼, 출산과도 밀접하게 관련, 향후 인구위기 극복을 위해서라도 경기 회복이 중요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