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온라인 브랜드 경쟁·경기불황 속 미성숙기 펫산업
고관여자 위한 고품질·프리미엄화·차별화 전략 필요
반려동물이 우리 삶의 일부가 되어간다. 국내 반려동물 양육 인구는 최대 1500만 명으로 추산되며, 지난 2022년 8조 5628억원이었던 시장 규모는 10년 뒤인 2032년 20조 9927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전망에 펫 시장은 반려동물(Pet)과 경제(Economy)를 결합한 펫코노미(Pet-Economy) 시대에 돌입하면서 반려동물 연관 시장 및 산업이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떠오른 추세다.
반려동물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다양한 신조어도 생겨났다.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펫팸족(Pet+Family)’과 아이 대신 반려동물을 기르는 ‘딩펫족(DINK+Pet)’이 대표적이다. 초저출산이 도래했지만 오히려 이들은 아이 대신 반려동물을 ‘내 자식처럼 키우자’는 인식이 크다.
KB경영연구소가 발표한 ‘2023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국내 반려동물 양육 가구는 재작년 말 대비 2.8% 증가한 552만 가구로, 전체 가구의 약 25.7%를 차지했다. 초저출산에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0.72를 기록했던 것과는 대비되는 수치다.
이러한 펫 산업 발전은 초고령화·1인 가구 증가와 함께 전 세계적으로 두드러졌다. 삼정KPMG 경제연구원은 글로벌 반려동물 시장 규모가 2022년 3200억 달러(한화 기준 약 442조 원)에서 2030년 4930억 달러(한화 기준 약 681조 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펫 휴머니제이션이 이끈 이색 펫 서비스 열풍
특히 이들을 관통한 주요 트렌드는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인간화해 대우하는 ‘펫 휴머니제이션(Pet+Humanization)’ 현상이었다. 이제 반려동물은 단순 애완동물 그 이상을 넘어 하나의 가족 구성원으로서 제 역할을 다하고 있다.
김주현(가명, 26)씨는 “이번 휴가 때 반려견과 함께 펫호텔에 다녀올 생각이다. 휴가 준비를 위해 반려견의 리조트룩과 장난감을 사줬다. 스파를 시켜주고 싶어 반려견 전용 히노키탕이 있는 객실을 예약했다. 퇴실 후에 강아지 카페에 들러서 멍푸치노(반려견 전용 카푸치노)와 디저트를 함께 즐기려고 한다”고 말했다.
서미주(가명, 29)씨는 “지난 달 강아지 유치원에서 운동회가 있었는데 담당 선생님께서 운동회 때 찍은 사진을 보내주셨다. 반려견이 달리는 모습을 보니 내가 낳은 자식은 아니지만 ‘마치 자식이 생긴다면 이런 느낌일까’하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색 펫서비스 열풍에 지난해 펫을 위한 프리미엄 식당인 ‘애견 오마카세’ 식당까지 오픈하며 뜨거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프리미엄 반려동물 셀렉트샵 비엔비엔 김민지 대표는 “소비를 이끄는 고관여자 대부분은 30-40대의 고소득 여성 중심”이라며 “여성 소비자 중심 감성 공략 트렌드가 펫 산업까지 이어졌다. 현재 펫 산업은 사료, 장난감 등 필수용품 제공 위주에서 벗어나 펫 오마카세, 펫 호텔, 펫 택시 등 고도화된 산업 발달로 발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반려동물 산업은 키즈 산업과 비슷한 구조를 보인다”며 “소득이 높을수록 반려동물에 더 많은 돈을 투자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노령층과 1인·신혼 가구의 고소득자 비율 또한 높아지면서 펫 산업의 중장기적 성장 가능성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양육 인구 증가했으나…경기 불황에 성장세 주춤
그러나 계속된 경기불황으로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던 국내 반려동물 두수 성장률이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반려견의 두수 성장률은 전년 대비 0.1% 상승, 반려묘 3% 상승으로 10년 내 최저 수치를 기록한 것으로 드러났다.
1인 가구는 수없이 증가하고 있지만 경기불황의 여파를 크게 맞고 있어 혼자 살기에도 버겁다는 반응이다. 미혼 인구의 증가가 커다란 반려동물 양육인구 확대 요인 중 하나로 꼽혔지만, 거대한 슈링크노믹스 속에서는 미래 성장동력인 펫 산업도 어려움을 보였다.
블루오션 선점을 위한 업계 대응책은
그럼에도 돌파구는 존재한다. 경기불황 속에서도 지갑을 여는건 결국 소수의 고관여자들이다. 반려견을 위한 어린이집인 ‘개린이집(개+어린이집)’은 월 20회 기준 100만 원을 호가하고, 유명 수의사의 행동 클리닉은 초진이 55만 원에 달할 만큼 비싸지만 대기 예약을 걸어야할 만큼 인기가 좋다. 고가품으로 취급되는 ‘개모차(개+유모차)’는 이미 유아용 유모차의 판매량을 넘어선 수준이다.
반려동물을 기르는 이들 대다수는 펫 휴머니제이션 현상이 강화됨에 따라 반려동물 양육에 지출하는 비용 또한 크게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해 국내 소비자들이 반려동물 마리당 월 평균으로 쓰인 양육 비용은 12만 6천 원이다. 연간 양육비로 환산할 경우 평균 152만 원의 비용을 반려동물 양육에 투자했다.
비엔비엔 이자영 대표는 “현재 펫 시장은 90%의 저관여자와 10%의 고관여자가 극명하게 나뉘고 소수의 고관여자가 반려동물을 위한 끊임없는 투자를 보이고 있는 상태”라며 “치열한 경쟁 속에서 이커머스 플랫폼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치킨게임보다 질적 성장을 통해 프리미엄화 전략을 내세워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프리미엄화를 통해 소수의 고관여자를 사로잡았다면, 이후 대다수의 저관여자 고객층을 어떻게 유입시킬지 생각하는게 관건”이라며 “독보적인 차별성과 다각도에서 바라본 반려동물 시장의 틈새를 발견해야만 한다“고 덧붙였다.
섬유패션 업계가 포착해야할 펫산업 성장 기회는
섬유패션 업계는 펫산업의 성장에 발맞추어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회를 갖고 있다. 기존의 디자인 역량과 생산 기술을 활용해 고품질의 반려동물 용품으로 차별화를 얻는 것이 가능하다. 이미 구찌, 루이비통, 에르메스 등 럭셔리 패션 업계에서는 반려동물 용품 라인을 선보이고 있다.
모델 미란다 커의 애장템으로 화제를 모은 루이비통 도그 캐리어는 436만 원이라는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화제 이후 품절 사태를 보일 만큼 인기를 끌었다. 특히 에르메스는 단순 반려동물 의류 라인업을 넘어 반려견 전용 밥그릇, 베드, 바스켓 등 다양한 생활용품까지 판매하며 꾸준한 펫 라인 창출을 모색 중이다.
럭셔리 브랜드 외에도 콜라보, 커스터마이징 등으로 차별화 전략을 꾀하는 브랜드 또한 존재한다. 지난 3월 비엔비엔과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나이스웨더가 협업한 반려가족 컬렉션이 큰 인기를 얻었다. 반려가족과 반려동물이 함께 옷을 맞춰 입는 ‘견플룩(강아지+커플룩)’이 펫팸족의 니즈를 충족시키면서 호응을 이끌어냈다는 분석이다. 특히 반려가족이 좋아하는 브랜드를 반려동물과 함께 입고 즐길 수 있다는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
그러나 펫산업 진출에는 몇 가지 도전과제가 존재한다. 양인철 팀장은 “펫 시장은 단순 비즈니스적 측면으로 접근하기에는 까다로운 편”이라며 “커뮤니티의 힘이 강력하고 반려동물을 자신처럼 여기는 현상이 강하기 때문에 안정성과 품질에 대해 높은 기준을 가지고 있어 어렵다”고 설명했다. 펫 시장이 현재 키즈 시장과 비슷한 흐름을 보이기 때문에 안정성 논란이 불거질 경우 치명적인 브랜드 이미지 타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반응이다.
결국 반려가족과 반려동물 모두 만족 시켜야하는 구조이므로 실용성과 안정성을 모두 갖춘 제품이 필요하다. 소비자들은 반려동물을 위한 제품에 대해 매우 높은 기대치를 가지고 있으므로 제품의 품질과 안전성은 최우선 과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양한 반려동물의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제품 개발 또한 필요하다. 김민지 대표는 “일정한 사이즈를 가진 사람과는 달리 반려동물은 다양한 종을 한데 묶어야하기 때문에 단순 사이즈부터 형태, 재질까지 많은 것을 고려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섬세한 시장 조사와 고객 피드백을 반영한 제품 기획이 필요함을 의미한다. 김 대표는 “반려동물 시장은 내 자식을 위한 옷과 음식, 서비스를 해준다는 마음으로 반려동물에 대한 이해도를 먼저 넓히는 것이 우선”이라고 설명했다.
슈링코노믹스 시대에도 불구하고 펫산업은 활기를 띠고 있다. 이는 섬유 패션 업계에 새로운 기회창출의 장이 될 수 있다.
기존 생산 역량·브랜드 이미지를 활용한 프리미엄화 전략, 커스터마이징 서비스, 브랜드 콜라보를 통한 차별화, 기술 융합 제품 개발 등을 통해 성공적인 활로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제품의 품질과 안전성을 확보하고, 소비자들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과 혁신이 필요할 것이다.
전 세계 가장 큰 규모의 펫 이커머스 시장을 보유한 미국에서는 월마트, 아마존 등의 유통 강자들이 새롭게 펫 산업에 뛰어들면서 큰 지각 변동이 일어났다. 이에 반려동물계의 ‘아마존’이라는 별칭을 갖는 온라인 반려동물 용품 소매업체 ‘츄이(Chewy)’는 일반적인 펫 용품 제공 서비스에서 뉴 비즈니스 모델로 프리미엄 펫 푸드·용품을 비롯해 ‘원스톱 헬스케어 솔루션’까지 선보이며 성공적인 호응을 이끌어냈다.
국내 시장 또한 미국과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소규모 온라인 브랜드 위주였던 시장 분위기는 대형 커머스 플랫폼까지 뛰어들며 전투적인 가격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대백화점은 지난 4월 새롭게 반려동물 관련 상품과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토탈 케어 플랫폼 ‘클럽펫(클럽 P.E.T)’을 출범하고 함께 반려동물 편집샵인 ‘위펫(We pet)’을 운영 중에 있다.
- 클럽펫 출범 반응은.
“출범 이후 많은 호평으로 탄탄한 기존 고객층이 유지돼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펫 시장은 대부분 소규모 업체 위주로 구성됐다. 파편화된 서비스를 고객들이 일일이 찾아다녀야만 했던 구조라 많은 반려인들이 불편함을 겪었다.
그러나 클럽펫을 통해서는 고객이 단순 관련 제품 구입부터 건강, 미용, 훈련, 예방접종 등 반려동물이 생애주기별로 필요한 서비스와 콘텐츠를 한 자리에서 모두 제공 받을 수 있다. 특히 반려동물의 성장 시기별로 필요한 정보를 제때 제공받을 수 있어 이에 대한 호평이 많았다. 이후 지속적으로 서비스를 다각화할 예정이다.”
- 국내 펫 산업 현황 및 전망은.
“아직까지 펫 산업은 성숙기를 이루지 못했다. 펫 커머스 시장은 수많은 소규모 온라인몰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대부분의 플랫폼에서 가장 많은 판매 비중을 차지하는 제품 또한 여전히 사료, 간식류 등 펫푸드에 머물러있다. 결국 커머스 사업은 소규모 업체가 쿠팡, 마켓컬리와 같은 거대 공룡들과 출혈 경쟁을 벌이는 수밖에 없다.
급격하게 반려가족 양육 인구가 증가한데 반해 온라인 소규모 브랜드가 모인 펫 페어가 현재까지 활발히 운영된다는 데에서는 펫 산업 자체가 아직까지 성숙한 규모 경제를 이루지 못했다고 본다.
모두들 블루오션이라 생각해 현재까지 많은 온라인 신생 브랜드가 뛰어들었지만, 대형 업체와의 경쟁에서 살아남는 브랜드는 극소수다. 오프라인에서도 생존이 쉽지 않다.
아직까지 시장 상태는 안정화되지 않았지만 승자 독식 또한 존재하지 않는 시장이기 때문에 치열한 경쟁 이후 차별화된 브랜드만 살아남는 안정기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또한 신뢰성·안정성을 쌓는 브랜드가 많아질수록 점차 안정적인 흐름을 탈 것이라 생각한다. 이에 현대백화점에서는 친환경·유기농·럭셔리 등 프리미엄화를 중심으로 가격 경쟁이 덜한 소규모 온라인 브랜드를 발굴해 온·오프라인 모두 큐레이션하고 있다. 백화점이라는 신뢰도 높은 공간을 통해 브랜드를 노출시키는 전략으로 지속 가능한 펫 시장을 발전시키고자 한다.”